주문
피고인 A, C을 징역 6개월에, 피고인 B를 금고 6개월에, 피고인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를 벌금 700만 원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A, B, C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그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에 그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전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3고단639,2024
판결선고
2025. 7. 23.
범죄사실
[범죄전력]
피고인 A은 2023. 6. 28. 전주지방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징역 6개월 및 벌금 100만 원에 징역형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24. 9. 1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기초사실]
공사 개요
김제시 F 일원에서 진행된 ‘G 매립공사’(이하 ‘이 사건 매립공사’라 한다)는 H공사가 발주하여 2020. 11.경 피고인 D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I, 주식회사 J, K 주식회사, L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D 등’이라 한다)에 도급한, 제방 길이 약 10.46km, 준설 및 매립면적 약 2,062만㎥, 공사용 진입도로 길이 약 740m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금액 1,297억 9,000만 원 규모의 토목 공사이다.
한편 피고인 D 주식회사는 공동수급인들을 대표하여 이 사건 매립공사를 진행하면서, 그중 준설공사는 피고인 E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M, 주식회사 N에, 연약지반처리 공사는 O 주식회사에, 토공 및 구조물 공사는 주식회사 P(이하 회사 명칭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에 하도급하여, 그 하수급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인 D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근로하고 있다.
당사자들 지위와 역할
피고인 A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의 피고인 D 소속 현장소장으로, 소속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 관리업무를 포함하여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의 피고인 D 소속 공사팀장으로, 피고인 A을 보조하여 이 사건 매립공사 공정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C은 이 사건 매립공사 중 준설공사 현장의 피고인 E 소속 현장소장으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 관리업무를 포함하여 그 준설공사 현장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범행 직전 현장 상황
이 사건 매립공사 중 준설공사 현장 Q구역은 R부터 S까지 6개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2022. 3. 초순경 발생한 강풍 등으로 인해 T구역 폰드(토양 다짐을 위해 물을 가두어놓은 연못)와 인접한 공사용 가설도로 중 일부가 유실되었고, 피고인 A, B, C은 2022. 3. 7.경 공정회의를 열어 가설도로를 보수하기 위해 폰드 둘레에 설치된 가토제 일부를 절개하여 폰드에 저장된 물을 배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피고인 A, B, C의 순차 지시에 따라 2022. 3. 8. 10:00경 피고인 E 소속 굴착기를 이용하여 가토제를 절개한 후 폰드에 저장된 약 30만 톤가량의 물을 폰드 밖으로 배출하여, 그 물이 U, V구역 등 다른 곳으로 퍼져 구역 내 수심이 수십 cm가량 상승하게 되었고, 배출된 물 일부가 U, V구역 가장자리의 ‘토사 다이크(둑)’ 밖으로 흘러넘쳐 바닷물과 섞이게 되었다.
[구체적 범죄사실]
피고인 A, B, C(2023고단639)
피고인들은 2022. 3. 8. 13:00경 김제시 F에 있는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감리원으로부터 폰드에서 배출된 물이 밖으로 흘러넘쳐 바닷물과 섞이게 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피고인 A, B, C의 순차 지시에 따라 E 소속 근로자로서 굴착기 조종 업무에 종사하던 피해자 W(남, 67세) 등으로 하여금 U, V구역에서 토사 다이크 긴급 축조 작업을 하게 하였다.
당시 그곳은 바다를 매립하던 곳으로서 토양이 연약 사질토로 이루어져 있어 물이 흐르거나 물에 잠기게 되면 점착력이 없어져 지반이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굴착기로 구역 내에 있는 흙을 이용하여 토사 다이크를 축조하기 때문에 곳곳에 웅덩이가 있으며, 폰드 절개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웅덩이 존재 여부가 쉽게 식별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①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기 전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② 차량계 건설기계의 전도 방지를 위해 평탄 작업을 하거나 안전 표식을 설치하고, ③ 차량계 건설기계의 넘어짐이나 굴러떨어짐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유도자를 배치하고, ④ 웅덩이로 인해 작업 또는 통행 시 굴러떨어짐에 의한 질식의 위험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높이 90cm 이상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한편 도급인인 사업주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이러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이를 게을리 한 채 폰드 절개로 인한 수위 상승을 고려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을 하지 아니하고, 웅덩이 또는 그 부근에 울타리를 설치하지 아니하고, 웅덩이 부근의 평탄 작업 또는 안전 표식을 하지 아니하고, 유도자를 배치하지 아니하여 같은 날 16:30경 토사 다이크 긴급 축조 작업을 마치고 굴착기를 운전하여 복귀하던 피해자로 하여금 깊이 약 3m가량의 웅덩이에 빠져 익사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 C은 전도 등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이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D(2024고단1223)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자인 A이 피고인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관계 수급인인 E 소속 근로자 W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E(2024고단1223)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자인 C이 피고인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인 소속 근로자 W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2023고단639』
피고인 C의 법정진술
증인 X의 법정진술
Y, Z, AA, AB, AC, AD, AE, AF, AG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AH, AI의 진술서
시체검안서, 현장감식 결과보고서, 변사자 조사결과 보고서, 근로계약서, G 현장 사고현황 보고, 하도급 계약서(D), 작업계획서, 작업허가서, 카카오톡 대화내역, 공사계약서, 재해조사의견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신고서
현장 사진첩
판시 전과: 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 판결문,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 출력물
『2024고단1223』
증인 AJ, AK, C의 법정진술
AA, X, AB, AC, AD, A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차량건설기계 작업계획서, 협력업체별 하도급계약서, 공동수급운영협약서, 실황조사서, 위험성평가 서류 일체, 안전회의 일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신고서
현장사진, 카톡내용 캡처, 카톡내용
피고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 요지
피고인 A, B, D
피고인 A, D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 관한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는 수급인인 피고인 E이 부담하는 의무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인 피고인 D은 그러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 D이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피고인 A, B의 업무상과실치사 부분
피고인 A, B에게 판시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설령 피고인 A, B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피고인 E
피고인 E은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피고인 E의 사용자인 피고인 C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전부취하였다.
피고인 E의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사업주’로 정의하고(제2조 제4호), 사업주는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와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안전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38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1호, 제4항).
이에 따라 구체적인 안전조치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제38조 제1항 제3호로,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할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해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규칙 [별표 4]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에 관하여 사전조사 내용으로 ‘해당 기계의 굴러 떨어짐 등으로 인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해당 작업장소의 지형 및 지반 상태’를, 작업계획서 내용으로 ‘사용하는 차량계 건설기계의 종류 및 성능, 차량계 건설기계의 운행경로, 차량계 건설기계에 의한 작업방법’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같은 규칙 제48조는, 작업 중 또는 통행 시 굴러 떨어짐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질식 등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피트(pit, 구덩이) 등이 있는 경우 사업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에 높이 90cm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규칙 제199조는, 사업주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할 때 그 기계가 넘어지거나 굴러 떨어짐으로써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유도하는 사람을 배치하고 지반의 부동침하 방지, 갓길의 붕괴 및 도로 폭의 유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E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준설공사를 실제 수행하는 사업주로서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그 사용자인 피고인 C이 그러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를 부인하는 피고인 E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2022. 3. 6. 피고인 E과 사이에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 굴착기 보조기사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피고인 C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피고인 E이 피고인 D으로부터 도급받은 이 사건 매립공사 중 준설공사의 일부인 배사관 연결 및 보수 작업 등을 실시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E은 근로자인 피해자 등을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회사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
‘굴착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96조 및 같은 규칙 [별표 6]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량계 건설기계’에 해당하고, 피고인 E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굴착기를 사용하여 준설공사를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같은 규칙 제38조 제1항 제3호 및 [별표 4]에 따라 피고인 E은 사업주로서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장소의 지형 및 지반 상태’를 사전에 조사하고 이에 따라 ‘굴착기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할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 내에는 임시로 흙을 쌓아 만든 가토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가토제는 주변 토지의 흙을 파내어 설치한 것이어서 가토제 주변으로 다양한 깊이의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굴착기 기사들은 평소 작업 수행을 위해 웅덩이 부근에 있는 배사관 주변 매립지 등을 통해 굴착기를 운전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는 굴착기가 이동하다가 웅덩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 E은 산업안전 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8조에 따라 그 웅덩이 부근에 90cm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고, 같은 규칙 제199조에 따라 유도자를 배치하며 그 밖의 필요한 조치로서 평탄 작업 또는 안전 표식을 설치해야 할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 E은 2022. 3. 8. 피해자가 실시한 토사 다이크 긴급 축조 작업과 관련하여, 해당 작업 장소의 지형 및 지반 상태를 사전에 조사하고 이를 고려한 굴착기 운행경로 등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바 없고,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 내에 형성된 웅덩이에 울타리를 설치한다거나 평탄 작업 또는 안전 표식 설치를 하지도 않았으며, 유도자를 배치하지도 않았다.
피고인 A, B, D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D이 판시 기재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관련 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 공사 전부를 도급주는 사업주 중 그 사업주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도급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제29조 제1항), 그 위반행위를 벌금형으로 처벌하되(제70조), 추락, 토사 붕괴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이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는 도급 사업주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제29조 제3항, 제68조 제3호). 반면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2020. 1. 16.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은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제2조 제6호).”라고 정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도급인에 해당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63조),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기존의 규정을 유지하면서 그 법정형을 상향하는 한편(제169조 제1호), 의무위반의 결과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수급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하고, 사망사고가 반복될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여(제167조) 도급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였다. 개정법상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수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중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67조에서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종래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의무위반에 대하여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하던 것에 비하여, 의무 인정 범위를 확대함과 함께 그 위반의 결과인 사망사고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여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D이 도급인으로서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 관하여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부인하는 피고인 A, B, D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 D 등은 H공사로부터 수주한 이 사건 매립공사 중 준설공사(B공구) 부분에 관하여 2021. 11. 2. 피고인 E과 사이에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 E로 하여금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준설공사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피고인 D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 피고인 A을 현장소장으로 배치하여 그 공사 현장의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고, 공사팀장으로 피고인 B를 배치하여 그 공사의 공정 전반을 관리·감독하도록 하였으며, 피고인 E 등 수급인 회사들의 직원들은 피고인 A, B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그들에게 보고를 하고 하도급받은 작업을 수행하여 왔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은 피고인 D 등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급인인 피고인 E의 근로자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D은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같은 내용의 안전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과하고 있고, 다만 그 조항 단서에 따라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에서 제외될 뿐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수급인인 피고인 E은 웅덩이가 다수 형성되어 있는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굴착기 전도 방지를 위해 평탄 작업을 하거나 안전 표식을 설치하고, 유도자를 배치하며, 그 웅덩이에 높이 90cm 이상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는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라고 할 수 없으므로, 도급인인 피고인 D도 같은 내용의 안전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수급인인 피고인 E이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 중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와 관련하여, ‘굴착기의 구체적인 운행경로와 작업방법 등을 정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고인 E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와 관련된 것으로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의 지형·지반 등에 대하여 사전조사를 하여 웅덩이가 다수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거나 피고인 E이 구체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이를 고려하였는지 여부를 작업 개시 전에 확인하는 것은 피고인 E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도급인인 피고인 D으로서는 그러한 범위 내에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 작성과 관련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A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이를 부인하는 피고인 A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 A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공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여 관리하여 왔다.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는 다수의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고 특히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웅덩이는 2022. 2.경 P이 피고인 D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가토제를 축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피고인 A은 그 웅덩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이 사건 당시 T구역 폰드 둘레에 설치된 가토제 일부를 절개하여 폰드에 저장된 물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U, V구역 등의 수심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 E의 현장소장 피고인 C, 공사차장 AB, 안전관리자 AC, 굴착기 기사 AJ 등은 모두 ‘평소에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평평하게 형성된 배수로 주변으로 굴착기를 운전하여 이동하기도 하였다.’라는 취지로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고,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웅덩이가 배수로 주변에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 A으로서는 그 웅덩이 주변으로 굴착기가 이동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굴착기가 웅덩이로 굴러 떨어져 근로자에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런데도 피고인 A은 판시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방치하여 왔고 이 사건 당시 매립지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웅덩이를 식별하기 어려워 굴착기가 웅덩이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더욱 커진 상태인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토사 다이크 긴급 축조 작업을 지시하였다.
업무상 과실 및 인과관계 인정 여부
업무상 과실 인정 여부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D은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라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피고인 A은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의 피고인 D 소속 현장소장으로서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위에 있었으므로,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취하지 않은 피고인 A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한편 피고인 B는 피고인 D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 B는 피고인 D의 공사팀장으로서 수급인인 피고인 E의 업무와 관련하여 판시와 같이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토사 다이크 긴급 축조 작업을 지시한 피고인 B에게도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 B는 피고인 D의 차장으로, 2020. 11. 16.경부터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공사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장소장인 피고인 A을 보좌하여 전체 공정의 각 공정별 작업 진행을 관리·감독하여 왔다.
피고인 D이 이 사건 매립공사 중 준설공사 부분을 피고인 E에 하도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E은 그 준설공사를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E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C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피고인 D에 보고하면 피고인 D 측공사팀장 피고인 B의 검토와 현장소장 피고인 A의 확인을 거쳐 작업허가를 받고, 공정회의나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피고인 A, B로부터 지시를 받는 등 피고인 D 측의 지시와 관리·감독 하에 그 준설공사를 수행하여 왔다.
이 사건 사고 발생 전날에도 피고인 B는 피고인 C 등과 함께 공정회의를 하였고 그 공정회의에서 폰드 둘레에 설치된 가토제 일부를 절개하여 폰드에 저장된 물을 배출하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하였으며, 피고인 B는 그러한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관여하였다.
또한 피고인 B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전 피고인 A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하고 피고인 A의 지시를 받아 피고인 C에게 직접 토사 다이크 긴급 축조 작업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의 피고인 B의 지위와 역할 및 실제 수행한 업무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 B는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 웅덩이가 존재하고 평소 그 주변으로 굴착기가 이동하여 왔던 사실과 굴착기가 웅덩이로 굴러 떨어질 경우 수급인 근로자에게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런데도 피고인 B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수위가 상승한 매립지의 지형과 지반 상태 등을 조사하여 굴착기를 운전하는 피해자가 그 웅덩이 부근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유도자를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굴착기가 그 웅덩이 부근을 지나더라도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평탄 작업을 하거나 안전 표식을 설치하거나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채 만연히 토사 다이크 긴급축조 작업을 지시하였다.
인과관계 인정 여부
판시 기재와 같은 안전조치가 이루어졌다면 피해자가 웅덩이 부근으로 굴착기를 운전하여 가지 않았거나, 굴착기가 웅덩이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피해자가 웅덩이에 빠져 익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 A, B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넉넉히 인정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C: 각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 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3항(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피고인 B: 형법 제268조, 제30조
피고인 D: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63조
피고인 E: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3항
상상적 경합
피고인 A, C: 각 형법 제40조, 제50조(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형의 선택
피고인 A, C: 각 징역형 선택
피고인 B: 금고형 선택
경합범처리
피고인 A: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집행유예
피고인 A, B, C: 각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가납명령
피고인 D, E: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 A은 도급인인 피고인 D의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피고인 B는 피고인 D의 공사팀장으로서, 피고인 C은 수급인인 피고인 E의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작업 지시를 하였고 그로 인해 작업을 마치고 굴착기를 운전하여 복귀하던 피해자가 웅덩이에 빠져 익사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는 폰드에 저장된 물이 이 사건 매립공사 현장을 벗어나 바닷물에 섞이는 긴급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그 물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사를 수행하고 복귀하면서 다른 가능한 복귀 경로가 있었음에도 수위가 높아진 매립지 내에서 굴착기를 운전하여 복귀하다가 웅덩이를 발견하지 못하여 발생한 것으로 그 사고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다. 피고인 D은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하였고 피해자 유족은 피고인 D을 비롯하여 피고인들 전부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다. 피고인 A, C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B는 동종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이러한 사정에 기록상 확인되는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한다.
판사 장윤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