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퇴직금지급의무를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나 정당한 이유가 없는 위법성의 착오에 해당할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제주 제주시 C에서 근로자 10여 명을 고용하여 D학원을 운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08. 7. 20.부터 2011. 6. 30.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4,493,931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근로자인 E조차 피고인이 운영하던 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고 한다)의 강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없었고 이 사건 학원을 그만둔 2012. 2.경부터 2년가량 지난 후에야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요구를 하였던 이상 피고인이 E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인식하고서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먼저 E을 이 사건 학원의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E은 적어도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간인 2008. 7. 20.부터 2011. 6. 30.까지는 피고인의 사업장인 이 사건 학원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였다고 보인다.
E은 2008. 7. 21.부터 2012. 2.경까지 이 사건 학원에서 국어강사로 일하였다. E은 피고인에게 2008. 7. 21.부터 2011. 6. 30.까지는 고정된 급여를 받았고 그 이후부터 2012. 2.경까지는 이 사건 학원생들이 낸 국어과목의 수강료 중 50%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다.
E은 이 사건 학원에서 일하는 동안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였고 피고인 또는 주임강사가 정한 강의시간표에 따라 강의를 하였다.
E이 직접 이 사건 학원에 비품이나 도구 등을 비치한 사실은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E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인식하면서도 법이 정한 기간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는지를 본다.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도551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1995년부터 약 17년간 이 사건 학원을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2008. 7. 21. E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계약서의 '급여'란에는 '을(E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담당과목 수강료 총액 중 갑(피고인을 말한다)과 을이 5:5 배분한다. 월급여는 매월 21일에 지급한다.'라고 인쇄되어 있고('21' 부분만 수기로 기재되었다), 근무시간 란에 수기로 '월 급료는 일백오십만원으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 계약서의 급여란을 포함하여 어떤 부분에도 퇴직금의 지급방법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2014. 2. 12. 수사기관에서, E에 대한 2008. 7. 20.부터 2011. 6. 30.까지 기간의 퇴직금은 연봉에 포함되어 매달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이미 지급되었고 E의 퇴직금 중간정산청구에 관하여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으며 위 근로계약서는 2000년경부터 사용된 한국학원연합회 학원운영실무상의 표준계약서 서식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한국학원총연합회에서 제공하는 학원강사에 대한 근로계약서 표준서식에는 '급여'란에 부동문자로 '연봉( 원)으로 하되, 12/13는 월 급여액으로 매월 급여일에 12분할하여 지급하고, 1/13은 1년 만기 근무 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단, 을(근로자를 말한다)이 퇴직금에 대하여 매월 중간 정산을 원할 경우에는 연봉 총액을 12로 나누어 매월 분할하여 지급한다.'라고 인쇄되어 있다.
E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학원에서 일하는 동안 피고인에게 퇴직금에 관하여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한국학원총연합회에서 제공하는 학원강사에 대한 근로계약서 표준서식 중 퇴직금에 관한 부분 등을 바꾸어 이 사건 학원에서 사용하였던 만큼 학원운영자인 사용자가 학원강사인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함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2011. 6. 30. 이후 E에 대한 강사료 지급방식이 매달 고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수강료의 일정 부분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시기를 전후하여 E과 퇴직금에 관하여 협의한 사실이 나타나지 아니하는 점, 위 방식 변경 이후 E이 피고인에게 매달 받게 된 돈이 이전보다 줄어든 점(E은 원심 법정에서 한 달에 70만원에서 90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하였다)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 강사료 지급방식의 변경을 이유로 E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하였다고 오인하였더라도 이를 정당한 이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