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판결

제주지방법원 2021. 4. 7. 선고 2020고정645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제주시 B에 있는 C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0명을 사용하여 운수서비스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0. 2. 12.경 위 C에서 2019. 10. 5.경부터 2020. 2. 12.경까지 운전기사로 근무한 근로자 D의 2020. 1.분 임금을 지급하면서 위 1.분 임금 중 근로자의 동의 없이 60만 원을 공제한 후 지급함으로써 그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2)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한편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은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참조).

나.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D 사이에 D의 피고인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임금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은 합의가 있었다고 보여 피고인이 그 부분 상당액에 관하여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를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인과 D 사이에 2019. 10.경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D은 차량을 운행하며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 범칙금 등을 본인이 부담하고 차량사고에 대한 수리비는 10개월 이내 퇴직시에는 D이 전액을, 10개월 이상 근무시에는 피고인과 D이 각 50%씩 부담하기로 정하였다.

2)

D은 2019. 12. 1.경 자신이 운행하던 차량을 손상하는 사고를 일으켰는데, 피고인은 차량수리비 1,397,000원 중 397,000원을 자신이 부담해 주기로 하면서 D과 사이에 나머지 1,000,000원은 5개월간 분할하여 매월 급여에서 200,000원씩 공제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3)

D은 2020. 1.경 2019. 12.분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손해배상 분할금 200,000원이 공제된 나머지 임금을 지급받았고 피고인에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4)

피고인은 2020. 1.경 D과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게 되자 2019. 1.분 급여를 D에게 지급하면서 나머지 손해배상금 800,000원 전부를 공제하였다.

5)

D은 2020. 6.경 피고를 상대로 민사소송[이 법원 2020가소73224(본소), 11295(반소)]을 제기하여 '계속 근로하는 것을 조건으로 차량수리비 중 1,000,000원의 손해배상금을 자신이 부담한 것인데, 근로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위 조건은 무효가 되어 피고인이 공제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법원은 2021. 1. 22. 이 사건 합의에 대해 'D이 차량수리비 중 1,000,000원을 부담하는 것은 확정적이고, 다만 D의 계속 근로를 전제로 분할이익이 부여되었으나 근로계약이 해지된 이상 분할이익이 상실되어, 피고인이 D의 2020. 1.분 급여에서 나머지 부담금 80만 원 전액을 공제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21. 2. 16.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렇다면 원래 10개월 이내에 퇴직할 경우 D이 전액 부담하여야 했던 차량수리비 1,397,000원에 대하여 D에게 유리한 이 사건 합의로서 397,000원을 감면받고 나머지에 대하여 분할이익을 부여받기로 정하였던 것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은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그 후 근로계약이 해지되면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합의 중 5개월 분할 상환 조건이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에 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충분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손해배상금 일괄 공제 자체가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에 기한 것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연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