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C’이라는 상호로 건설업을 운영하는 자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현장소장으로 2016. 10. 1.부터 2018. 8. 31.까지 근무하였는데, 2017. 1. 1.부터는 원고의 처인 D 명의로 근로자 등록이 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할 임금을 월 500만원으로 정하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6. 11. 1.과 12. 10. 각 500만원을 지급받았으며, D 명의로 피고의 근로자 등록이 된 이후인 2017. 1월부터는 매월 500만원에서 근로소득세,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한 임금을 지급받았다.
퇴직 전 3개월간 원고의 임금은 1,500만원이고, 이를 총 근로일수 92일(2018. 6. 1.부터 2018. 8. 31.까지)로 나누면, 원고의 1일 평균임금은 163,043.47원이다.
피고는 퇴직일인 2018. 8. 31. 이후 지금까지 원고에게 퇴직금(이하 ‘이 사건 퇴직금’이라고 한다)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원고는 D 명의로 2017. 11. 13. 및 2018. 1. 25. 합계 2억원을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를 D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위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제주지방법원 2019차전2442)을 신청하였다. 위 법원이 2019. 5. 24. 위 신청에 따른 지급명령을 하였는데, 피고가 이에 대하여 이의를 함으로써 위 사건은 소송(제주지방법원 2019가단57697)으로 이행되었고, 그 진행 중인 2019. 10. 15. D와 피고 사이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위 사건을 이하 ‘선행사건’이라고 하고, 위 조정을 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고 한다).
이후 원고는 2020. 6. 18. 피고를 상대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 미지급에 따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진정하였고, 그 결과 피고는 “피고가 대표로 있는 C 사업장에서 2016. 10. 1.부터 2018. 8. 31.까지 근로제공 후 퇴직한 원고에게 퇴직금 9,230,0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제주지방법원 2020고정740, 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위 법원은 원고가 제1심 공판기일에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이유로 2021. 4. 23.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 12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는 처인 D 명의를 빌려 피고의 직원으로 등록하고, 그 명의로 급여를 지급받았으므로, 이 사건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는 D라고 할 것이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퇴직금을 청구할 당사자적격이 없다.
판단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자신이 이행청구권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원고적격을 가지고 그로부터 이행의무자로 주장된 자가 피고적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여 당사자적격 유무가 판가름되며, 원·피고가 실제로 이행청구권자이거나 이행의무자임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대법원 1977. 8. 23. 선고 75다1676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4다1479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유는 본안에서 청구권의 유무에 관한 판단의 대상이 될 뿐, 본안 전에 당사자적격의 유무로 판단될 사유는 아니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피고에게 고용된 당사자가 원고인지 여부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확정하여야 할 것이고, 쌍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경위 등 계약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인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지 그 계약상의 명의인이 언제나 계약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다24076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되어 근무하면서 2017. 1. 1.부터는 처인 D 명의로 직원 등록을 하고 그 명의로 4대 보험 등을 처리하였으며, 그 명의로 원고의 급여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급여를 직접 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처 명의를 사용하였을 뿐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당사자는 원고인 점, 피고 주장의 취지는 근로를 제공한 당사자가 원고의 처라는 취지가 아니라 원고의 처 명의로 근로관계에 관한 업무처리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청구도 그 명의자가 하여야 한다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피고에게 고용된 당사자가 원고의 처가 아닌 원고라는 점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와의 근로관계 당사자는 원고라고 할 것이다.
미지급 퇴직금의 액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근속기간은 2016. 10. 1.부터 2018. 8. 31.까지(1년 11개월)이므로, 원고의 앞서 본 1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원고가 지급받아야 하는 퇴직금을 계산하면 9,374,673원{= 1일 평균임금 163,043.47원 × 30일 × 근속기간(1년 + 11개월/12개월), 원 미만 버림}이 되므로, 피고는 그 미지급 퇴직금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에게 9,23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8.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에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조정 내용에 이 사건 퇴직금채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먼저, 원고가 선행사건의 실질적인 원고로서 이 사건 조정을 하면서 이 사건 퇴직금을 포함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발생한 모든 법률문제를 일시에 종결하기로 하여 이 사건 조정이 성립된 것으로, 원고가 이 사건 조정에 따라 피고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면서도 퇴직금을 공제하지 아니한 점,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피고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조정으로 퇴직금 채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고 조정조서는 재판상의 화해조서와 같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며 창설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어서 당사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하면 종전의 다툼 있는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조정의 내용에 따른 새로운 권리․의무관계가 성립한다. 조정조서에 인정되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은 소송물인 권리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만 미치므로, 소송절차 진행 중에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어 조정이 성립한 경우 소송물 이외의 권리관계에도 조정의 효력이 미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권리관계가 조정조항에 특정되거나 조정조서 중 청구의 표시 다음에 부가적으로 기재됨으로써 조정조서의 기재내용에 의하여 소송물인 권리관계가 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다78732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의 포기(또는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선행사건의 실질적인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선행사건의 소송물은 대여금채권이고, 이 사건의 소송물은 퇴직금채권으로 그 내용과 법적 근거나 성격이 다른 점, ② 이 사건 조정조항에는 이 사건 퇴직금채권을 포기한다거나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나 기재가 전혀 없고, 다만 이 사건 조정조서 제4항에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있으나, 원고가 이 사건 조정에 따라 피고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면서 이 사건 퇴직금을 공제하지 아니한 점이나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점만으로는 위 조항의 ‘나머지 청구’에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금채권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기는 부족한 점, ③ 원고로서는 선행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퇴직금채권까지 포기하여야 할 이유나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정조서 제4항의 ‘나머지 청구의 포기’에 이 사건 퇴직금채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조정의 내용에 이 사건 퇴직금채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득세 공제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또, 이 사건 퇴직금에 대하여 발생하는 소득세 240,507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등에 대한 징수의무자의 납부의무는 원칙적으로 그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성립하고, 이에 대응하는 수급자의 수인의무의 성립시기도 이와 같으므로, 지급자가 소득금액의 지급시기 전에 미리 원천세액을 징수·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득의 지급이 의제되는 등으로 원천징수의무자의 납부의무가 성립한 후 소득금액 지급 전에 원천징수해야 할 소득세 등을 지급자가 실제 납부하였다면, 그와 같이 실제로 납부한 정당한 세액은 지급할 소득금액에서 미리 공제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3634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퇴직금에 대하여 발생한 소득세를 이미 납부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가 주장하는 퇴직 소득세는 피고가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하는 단계에서 이를 원천징수하면 된다 할 것이니, 피고의 이 부분 공제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광섭(재판장) 이승현 고은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