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제주시 C건물, 2층에서 법무사 사무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를 운영하던 사람이고, 원고는 2018. 7. 1.경부터 2021. 9. 1.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법무사 업무를 보조하던 사람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7. 5. 23.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로서 살다가 2021. 9.경부터 가정불화로 별거 중에 있었고, 이에 원고는 2023. 5. 8. 피고를 상대로 제주지방법원 2023드단11668호로 이혼 등 청구의 소(이하 '이 사건 이혼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으며, 위 소송에 관하여 2023. 7. 14. 아래와 같은 내용의 조정(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 한다)이 성립되었다.
피고는 2023. 2. 23. 원고의 퇴직금 등 급여 명목으로 제주지방법원 공탁관에게 2023년 금 제530호로 10,000,000원을 공탁(이하 '이 사건 공탁'이라 한다)하였고, 원고는 2023. 8. 9. 임금 및 퇴직금의 일부로서 이의를 유보하고 이를 수령하였다.
원고는 2024. 3. 21.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의 임금체불을 이유로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위 노동청은 2024. 5. 24. 원고에게 이 사건 공탁 외에 시효로 소멸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에 관하여 2021년 7, 8, 9월 분 합계 1,850,346원의 체불임금확인서를 발급해주었다.
한편, 피고는 2023. 3. 24. 제주지방법원 2022고정88, 2022고단852(병합) 폭행 사건에서 2017. 8. 25.부터 2021. 9. 1.까지 사이에 원고를 8회 폭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700,000원을 선고받았고, 2023. 10. 25. 제주지방법원 2023고단695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건에서 2021. 12. 15.부터 2022. 7. 9.경까지 115회에 걸쳐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스토킹을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위 판결은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사건들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전화응대, 세금납부, 등기접수, 사무실 법인통장 관리, 업무 보조 등 사무원으로 근무하였고, 피고도 원고를 직원으로 등록하고 원고에 대한 임금 등 급여채무의 변제를 위해 이 사건 공탁까지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1,850,34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당시 피고의 배우자로서 사용종속 관계가 아닌 피고와 함께 이 사건 사업장을 공동으로 운영한 것이고, 피고는 회계처리 등을 위해 원고를 형식상 직원으로 등록하였을 뿐이며, 이 사건 공탁 역시 당시 원고의 고소로 인한 관련 형사사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여 부득이하게 이루어 진 것이다. 나아가 미지급 임금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정으로 인하여 모두 청산된 것이므로 이를 재청구하는 것은 위 조정의 기판력에 반하여 부당하다.
판단
급여채권의 존재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다7780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업장이 당시 부부 사이인 원고와 피고만이 존재하는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단서), 근로자의 지위를 전제로 노무 제공의 대가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법리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9, 10, 15, 16호증, 을 제4,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와 피고는 따로 직원을 두지 않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피고가 법무사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가 위 업무를 보조하면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원고는 사실상 피고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가족종사자에 해당한다), ② 원고는 피고에게 별거하기 전까지 생활비 부족을 호소한 이외에 직접적으로 위 보조업무의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되고 나서야 피고에게 임금의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급여가 지급되지도 않은 점, ③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중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수입은 채무 변제 및 공동 생활비에 사용된 것 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가 원고를 각종 행정절차상 사무원으로 등록·신고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사업자로서 세무의 혜택 등을 받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고, 원고도 이러한 이유로 사무원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조사받을 당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이 사건 사업장의 수입을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급여는 지급된 것으로 생각한다. 원고가 스토킹 등 관련 형사사건으로 고소하여 연락을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퇴직금 명목으로 이 사건 공탁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가 부부로서 이 사건 사업장을 공동으로 경영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급여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노무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위 주장이 옳다.
급여채권의 소멸 여부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고 조정조서는 재판상의 화해조서와 같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기판력이 생김과 아울러 조정의 내용에 따른 권리의 취득과 소멸이라는 창설적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09다104960, 104977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20508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설령 원고에게 급여채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2,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별거 이후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장 관련 급여의 지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피고가 그 지급을 거부하다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후 원고가 이 사건 이혼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였고, 혼인기간 중 부부 공동의 재산이 없으므로 분할할 재산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혼 및 위자료만 청구한 점, ③ 그러나 이 사건 조정에서 피고 명의 자동차, 원고와 피고의 연금지급채권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이전하거나 포기하는 취지의, 그 밖에 부동산, 채무 등 각자의 적극재산, 소극재산에 관하여 명의대로 귀속한다는 취지의 재산분할이 있었던 점, ④ 재산분할은 부부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에 관한 귀속자, 분할 여부, 정산금 등을 정하여 이혼 후 부부간의 재산관계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절차이므로, 재산분할에 관하여 합의할 당시 부부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있는 채권채무관계가 있었다면 이를 포함시켜 재산분할절차에서 정산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부합하는 점, ⑤ 특히 이 사건처럼 원고의 급여채권 존부에 관하여 다투다가 재산분할을 포함하여 조정한 이상,그 급여채권 역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한꺼번에 정산하고자 하는 것이 통상의 조정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점, ⑥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조정 당시 제4항에서 "위에서 정한 것 외에는 재산분할, 기타 손해배상 등 이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재산상 추가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는 취지의 청산조항을 포함시키면서도 위 청산조항에 원고의 피고에 대한 급여채권은 제외한다는 취지를 별도로 명기하지 않은 점, ⑦ 그렇다면, 원고가 위 이혼소송의 소장에서 언급한 미지급 급여 부분 역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⑧ 피고가 이의를 유보하기는 하였으나, 위 조정이 성립된 이후에서야 한 달 안에 이 사건 공탁금을 수령한 점, ⑨ 한편 이 사건 조정조항 제3의 다항에 정한 재산분할 귀속조항의 해석상 피고에 대한 원고의 급여채권을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재산분할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제4항의 청산조항, 부제소합의 조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귀속조항은 물권 또는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채권에 국한시킨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점, 여기에 가족종사자로서의 이 사건 급여채권의 특수성, 이 사건 조정이 이루어진 경위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급여채권은 이 사건 조정으로써 정산·소멸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위 주장이 옳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태(재판장) 강영기 고대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