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유동화전문회사로서, 주식회사 B(이하 각 회사명에서 ‘주식회사’ 기재를 생략한다) 소유의 경남 함양군 F 공장용지 3318.5㎡ G 공장용지 19,340.9㎡(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한 농협은행의 근저당권 및 그 피담보채권을 양수하였다.
B은 2019. 5. 13. 청주지방법원 2019하합50003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피고는 B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임의경매절차의 진행 및 배당표의 작성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D, E(중복)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에서 2019. 4. 15.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져 그에 따른 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이하 ‘이 사건 경매절차’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B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최우선변제권이 있는 최종 3개월분의 임금 및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로 합계 960,249,470원의 체당금을 지급한 다음,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체당금을 받은 근로자들의 B에 대한 960,249,470원 상당의 임금 및 퇴직금채권을 대위행사하여 배당요구를 하였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인 2020. 10. 19. 배당할 금액으로 확정된 1,212,755,401원 중 ① 74,780,935원을 임금채권자 H(선정당사자)에게, ② 근로복지공단의 대위변제금(체당금)에 해당하는 960,249,470원을 피고에게, ③ 177,724,996원을 근저당권자인 원고에게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이하 ‘이 사건 배당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의 이의 진술 및 이 사건 소 제기
원고는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근로복지공단 체당금 전액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하였고, 그로부터 7일 이내인 2020. 10. 2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 및 그 피담보채권을 양수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우선변제 받을 권리가 있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415조의2 단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최종 3개월분의 임금 채권 등을 대위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없다. 그런데 경매법원은 별제권 행사로 진행된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체당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여 담보물권자인 원고보다 우선하여 피고에게 960,249,470원을 배당하였다. 이 사건 배당표에는 그와 같은 위법이 있으므로 경정해야 한다.
판단
관련 규정 및 이 사건의 쟁점
근로기준법
제38조(임금채권의 우선변제)
임금, 재해보상금, 그 밖에 근로 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ㆍ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은,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및 최종 3년간 퇴직금채권(이하 ‘최우선임금등 채권’이라 한다)은 사용자의 재산에 대한 환가절차에서 다른 담보권자나 채권자보다 이를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1항, 제2항에서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의 우선변제권은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하고 대위하는 권리(이하 ‘체당금 채권’이라 한다)에도 존속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415조의2(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서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별제권 행사에서 근로자에게 최우선 임금등 채권을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단서 부분(이하 ‘이 사건 조항 단서’라 한다)에서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의 위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는바,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 등과 관련하여 이 사건 조항 단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이 사건 조항 단서의 해석
살피건대, 관련 대법원 판례의 법리, 이 사건 조항의 신설 취지, 내용,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조항 단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체당금을 지급하고 대위행사하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은 담보물권자의 별제권부 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최우선 임금등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자 본인처럼 직접적인 배당수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즉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는 있으나, 다른 재단채권자와 마찬가지로 파산관재인을 통하여 배당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고 채권자를 대위하는 변제자대위의 경우 채권자의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법률상 당연히 변제자에게 이전하고(민법 제482조 제1항),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은 근로복지공단이 최우선 임금등 채권을 가진 근로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이러한 법리가 적용됨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최우선 임금등채권을 가진 근로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은 피대위채권에 인정되던 것과 같은 순위로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고, 단순히 근로복지공단의 대위채권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지 아니한 다른 근로자의 최우선 임금등 채권보다 후순위로 배당받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다208378 판결 참조).
별제권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특정 재산에 관하여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해당 담보물권자에게 그 담보물권에 따라 본래 갖는 우선변제권 등의 권리를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정한 권리에 불과하고, 담보물권자에게 채무자의 파산으로 인하여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이익을 부여하는 권리가 아니다.
대법원도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에 따른 별제권의 행사로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담보물권에 우선하는 국세징수채권의 배당과 관련하여 “파산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별제권(담보물권 등)의 실행으로 인하여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한 교부청구는 그 별제권자가 파산으로 인하여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함과 아울러 적정한 배당재원의 확보라는 공익을 위하여 별제권보다 우선하는 채권 해당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제한된 효력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교부청구에 따른 배당금은 채권자인 과세관청에게 직접 교부할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파산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각 재단채권자에게 안분변제할 수 있도록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2다70129 판결).
따라서 별제권자의 행사로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별제권자와 다른 권리자 사이의 ‘배당우선 순위’는 파산선고가 없는 일반 강제집행절차에서의 담보권의 행사나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의 배당우선 순위와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이 사건 조항 단서를 원고의 주장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한 후 그 근로자의 최우선 임금등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 채무자에 대한 파산절차 진행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근로복지공단은 변제자대위 법리에 따라 당연히 이전받아 보유하는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되는 반면 별제권자는 일반적인 집행절차에서와 달리 체당금 채권에 우선하여 배당을 받음으로써 별다른 근거 없이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이익을 얻게 된다. 이는 앞서 살펴본 판례의 법리 및 대위변제에 관한 민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해석이다.
이 사건 조항이 2014. 12. 30. 신설되어 2015. 7. 1. 시행되기 이전에는, 근로자가 자신의 최우선 임금등 채권으로써 배당요구를 한 경우 그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대하여 별제권부 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하되,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대한 배당액은 배당요구를 한 근로자가 아닌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였다. 파산관재인은 이와 같이 교부받은 배당액을 재단채권에 대한 변제재원으로 활용하였는데, 이로 인해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자도 다른 재단채권자와 안분하여 변제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근로자가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가 없었더라면 당연히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었던 임금등 채권을 전액 변제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된 취지는 근로자가 채무자의 파산절차 개시 여부와 상관없이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관한 배당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자가 행사하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에 있다. 이 사건 조항이 시행된 2015. 7. 1. 이후 배당 실무에서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채무자의 근로자는 최종 3개월분 임금 등 채권에 대하여 본래의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채권에 대한 배당은 배당요구를 한 근로자에게 직접 하고 있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배당절차에서도 임금채권자 H(선정당사자)이 1순위로서 직접 배당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배당이 이루어졌다.
이 사건 조항은 근로자가 행사하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두텁게 보호하도록 정한 반면,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최우선 임금등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체당금을 지급하고 최우선 임금 등 채권의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직접 배당요구를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대해 별제권부 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하되 그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대한 배당액을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고 있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 본문은 ‘최우선 임금등 채권자에게 배당될 배당액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이를 파산관재인이 수령하는 것이 아니라, 최우선 임금등 채권자인 근로자가 직접 우선적으로 그 배당금을 수령하게 한다.’는 의미로서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배당수령권을 인정하는 내용이고, 이 사건 조항 단서는 ‘체당금 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는 근로자 본인처럼 직접적인 배당수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의 체당금 채권은 별제권부 채권에 대하여 당연히 그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나, 직접 최우선 임금등 채권의 배당수령권을 갖는 근로자의 경우와는 달리 이 사건 조항 단서에 따라 일반적인 재단채권과 마찬가지로 파산관재인을 통하여 배당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하면 전체의 재단채권 중 해당 채권액의 비율에 따라 일부만 변제받게 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조항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의미를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경매절차에서와 달리 담보물권자에게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대위행사되는 최우선 임금등 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을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최우선 임금등 채권에 대해 담보물권보다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의 해석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소결론
위와 같은 이 사건 조항 단서의 해석에 따라,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체당금 채권이 근저당권자인 원고의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데 아무런 위법이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배당표의 경정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종환(재판장) 정지원 강영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