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판결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9. 5. 1. 선고 2018가합100328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되는 사실

가.

주식회사 B(이하 '채무자 회사'라 한다)는 조선기자재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은 B의 모회사이다.

나.

원고는 2014. 1. 1. 채무자 회사의 플랜트사업본부장으로 입사하여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다.

원고는 2015. 1. 1. 채무자 회사와 사이에서 아래와 같은 사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라.

원고는 2016. 12.경 D의 대표이사 E으로부터 D의 공동대표이사직 제안을 받고 같은 달 31. 채무자 회사를 사직한 다음 2017. 1. 1.부터 D 공동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시작하였다.

마.

한편, 채무자 회사는 원고에게 원고의 퇴직금을 75,046,440원으로 산정한 2017. 1. 17.자 퇴직금 내역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바.

채무자 회사와 D은 2018. 3. 19. 부도처리되었고, 같은 날 원고는 D의 공동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다.

사.

채무자 회사는 2018. 8. 3. 창원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여 2018. 8. 28. 창원지방법원 2018하합10041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피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4호증의 1, 7, 15호증의 각 기재, 증인 F, E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2014. 1. 1. 채무자 회사와 사이에서, 원고가 위 회사의 플랜트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면 채무자 회사는 연봉 3억 원을 지급하고 및 이에 대한 제세공과금을 퇴직연금 형식으로 적립하여 임금으로 보전해주기로 하였고, 이에 원고는 위 일시경 근무를 시작하여 2016. 12. 31. 퇴사하였다. 채무자 회사는 원고의 퇴사와 관련하여 퇴직금 3년치 75,046,440원 및 미지급 임금 198,262,954원을 산정한 다음 이에 대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원고에게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원고는 해외플랜트 공사 수주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영업상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피고회사의 대표 내지 사장 직함을 대외적으로 사용하였을 뿐, 실제로는 채무자 회사의 근로자였다. 따라서 원고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은 재단채권에 해당하여 채무자 회사에 관한 파산절차에 관계없이 채무자 회사는 원고에게 퇴직금 및 미지급임금 합계 273,309,394원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2.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한 연 20%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채무자 회사의 이사(사장 또는 대표)로 재직하였으므로 채무자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가사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일부 퇴직금 및 임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임금이 아니고 재직 중의 위임사무 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인 일반채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위 채권이 파산채권에 해당하는 이상 이행청구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3.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하고[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 회생법'이라 한다) 제473조 제10호],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한다(채무자회생법 제475조). 그러나 재단채권이 아닌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으므로(채무자회생법 제424조), 파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산자 또는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직접 파산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2)

이러한 위 각 법조문과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채무자 회사에 관한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하여 파산절차의 개시여부에 관계없이 수시로 지급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아니하다면 위 각 채권은 파산채권에 해당하여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파산자 또는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직접 지급을 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하에서 원고의 근로자 지위 여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3)

피고는 2018. 11. 13.자 준비서면에서 연봉액수 등에 대하여 다투다가, 2019. 4. 17.자 변론 및 2019. 4. 23.자 참고서면에서 퇴직금의 존재를 다투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채권의 성질이 파산채권인지, 재단채권인지가 우선 쟁점이므로, 채권 자체의 존부나 그 액수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

나.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2)

개략적 판단

①

파산절차나 각종 집행절차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임금채권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것은, 근로자의 지위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제공은 사업자의 구체적 지휘, 감독 아래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근로자는 그 지휘, 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자신의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고 근로제공으로 사업자는 바로 일정한 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사업의 해체에 따른 집행절차에서 일정 부분을 우선하여 보호하여 주는 것이 공평하기 때문이다. 근로제공과 구별되는 사업자의 경영판단이나 정책결정으로 인한 사업의 실패에 대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도 다른 채권과 동일한 순위로 배당받게 된다면, 근로자에 대하여 경영판단이나 정책결정의 책임까지 전가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이는 특정 물건의 생성에 기여한 유치권자에게 다른 담보권자나 일반 채권자들보다 우선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 유사하다.

②

이 사건에서 원고는 전체 사업장의 일부분인 플랜트사업본부에 한정되는 것이기는 하나, 일정 부분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보유하였다. 즉 원고가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일반적인 경영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나, 일정 부분에서는 한정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업무형태를 보면, 근로자성을 가지는 업무가 아니다. 즉, 사용자의 구체적 감독, 지휘의 아래, 정해진 시간 동안 특정한 형태의 근로를 제공하여 근로제공이라는 책임만을 부담하는 업무가 아니었다. 원고의 업무는 근로시간과 반드시 연동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업무제공의 형태를 띠는 것도 아니다. 대표이사가 자신의 책임과 권한으로 업무를 수행하듯이, 수주라는 특정한 영역에서는 자신의 판단, 책임과 권한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업무형태는 반드시 일정 액수의 수주목표 달성이라는 특정한 수주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업무 과정에서 수주 방법, 장소, 수주 상대방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원고로서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성실의무를 부담하면서 수주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면 충분한 것이어서, 위임의 성질을 가진다.

③

반면 업무영역과 형태가 원고와 동일하더라도, 전체 사업규모가 보다 큰 곳에서는 근로자성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사업규모가 큰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업무수행자의 업무영역이 조직 전체와 비교하여 더 소규모가 되고, 조직 전체의 체계적 지휘, 감독 아래 업무가 수행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체 사업장의 규모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조직 전체와 비교하여 업무수행의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그 책임이나 권한의 독자성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원고의 업무형태는 피고의 전체 조직의 업무와 비교하여 그 책임이나 권한의 독자성이 인정된다.

④

대표이사 E 및 부회장 G의 결재, 추가적인 수주품의 승인, 자금집행에 있어서 전체 사업조직의 결재를 통한 일정한 통제 등이 있었다고 하여, 근로자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위임의 성격을 가진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업무수행자가 상위 조직에 속해 있는 이상, 상위 조직의 결재나 품의승인은 당연한 것이고, 자금집행에 상위조직의 통제가 일정 부분 따르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것은 원고가 제공한 주요 업무, 즉 수주 업무에 대한 "구체적" 지휘, 감독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이고 때로는 "사후적"인 결재나 보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⑤

'대표이사 E의 연봉을 삭감하고, 그 모친 H의 해임 및 연봉삭감에 따른 반감으로 피고가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는 원고의 주장이나, 원고가 당시 미등기 임원이었던 점, 퇴직금 지출결의가 있었던 점, 그동안 일부 금전이 원고에게 지급된 내역이 나타나는 사정,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던 점, 내부 직함과 달리 수주 목적으로 사장 직함이 사용된 점 등은 이 사건에서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다.

⑥

법원이 2018. 7. 9.자 화해권고결정을 한 적이 있으나, 그 화해권고결정은 파산관재인 소송수계가 있기 전에, 피고의 변론기일 불참으로 피고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된 것이어서, 이 판결의 판단과는 무관하다.

3)

상세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I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채무자 회사의 임원인 플랜트사업본부 사장으로서 회사와의 신임관계 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채무자 회사의 회장 또는 대표이사의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쳤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는 J그룹 산하 주식회사 K의 플랜트사업 본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L의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하였고, 이후 채무자 회사 및 D의 대주주이자 회장이었던 M의 제의를 받고 채무자 회사의 플랜트사업 본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피고와 원고 모두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채용된 주된 목적은 플랜트 공사의 해외수주를 위함이었다고 하고 있고, 원고의 위와 같은 경력에 비추어 보아도 플랜트사업 부문에 관하여 원고가 상당한 전문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원고는 2014.부터 2016.까지 채무자 회사의 플랜트사업본부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채무자 회사의 사장으로 표기된 명함을 사용하였고, 이에 더하여 대외적인 공문, 하도급계약서, 에이전트계약서, 조정실행예산서 등에 피고회사의 사장으로서 서명하고, 직접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는바, 이는 단순히 수주를 위한 영업상 목적에 따른 형식적 직함만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행위를 넘어선 것으로, 플랜트 공사 수주를 위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한 행위에 해당한다.

③

원고의 연봉은 3억 원으로 상당한 고액이고, 이는 채무자 회사의 다른 임원들의 연봉 7~8000만 원과 비교하여도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이는 원고가 단순히 플랜트 본부 소속의 직원으로서 원고보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고정적인 노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원고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채무자 회사를 위한 해외 플랜트 공사 수주를 수주하는 등의 독립적·전문적 수익 창출 업무에 대한 대가로서 책정된 금액이라고 보인다.

④

원고는 채무자 회사의 기존 플랜트 사업부를 원고가 관리하는 플랜트 본부로 하면서 종전에 원고와 같이 근무하였던 F 등 직원을 채무자 회사에 추천하여 모두 채용하게 하였으며, 이후 D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을 때에는 위 직원들을 모두 D으로 소속을 변경하게 하는 등 플랜트사업 본부 내의 직원의 채용 및 관리에 있어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었다.

⑤

또한 원고는 출근과 퇴근을 비교적 자유롭게 하고, 채무자의 회사의 임원으로서 별도의 법인카드를 사용하였으며, 본관동이 아닌 별도의 사업동에 사무실을 두고 사용하는 등 채무자회사의 임원으로서 상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연봉계약서(갑 제1호증) 제6조, 제7조에도 "근로시간을 임원 지위에 비추어 자발적 판단에 따를 수 있다." 또는 "기타 휴일, 휴가에 관한 사항은 중역인사관리규정 및 취업규칙에 의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임원이나 중역으로서의 조항이 존재한다.

⑥

원고가 지적하는 구체적인 업무처리에 있어 회장이나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얻는 것은 위계서열 및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있는 회사 내부 조직관계에서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소의 적법 여부

결국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퇴직금 내지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 등이 아니라 임원으로서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로서, 파산절차상 재단채권이 아니라 일반 파산채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는 퇴직금 채권을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없으므로, 직접 피고를 상대로 그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결론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호(재판장) 황정언 김초하

각주1) (별지) 그 구체적인 산정 내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