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사안의 개요
피고는 2008. 8. 1. 의료기관의 설치 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으로서 창원시 마산회원구 C에 위치한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건 병원은 피고 법인이 설립되기 전에는 E이 병원장으로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F은 2008. 6.경 원고, E, G 및 H와 함께 의료법인인 피고 법인을 설립하여 이 사건 병원을 인수 ·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 원고, G 및 H는 피고 법인이 설립되기 전에 미리 이 사건 병원의 이사로 취임하였고, 피고 법인이 설립된 때부터는 F이 피고 법인의 이사장으로, 원고, E 및 H가 피고 법인의 등기이사로 각각 취임하였다.
원고는 피고 법인의 설립 당시 1억 원을 출연금으로 부담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행정원장 직책으로 근무하면서 피고로부터 매월 세후 500만 원(2021년 4월부터는 세후 400만 원으로 감액되었다)을 수령하다가 2023. 8. 2. 피고 법인에서 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 갑 제5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 법인 운영의 편의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피고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었을 뿐 실제로는 피고의 이사장 F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 ·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았다. 즉, 원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체불 임금, 퇴직금 및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 합계 141,742,6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 ·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두51460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임이 사실상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29조에 의하여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위와 같은 사실상 추정은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깨어지는 것이므로, 문서제출자는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41324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 연봉근로계약서(갑 제2호증, '원고'는 근로자로, '피고'는 사용자로 기재되어 있다)가 존재하는데, 연봉근로계약서의 '사용자'란에 날인된 피고의 인영이 피고의 직인에 의하여 현출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일응 그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그런데 을 제37호증의 2, 7, 12, 45, 60의 각 기재, 증인 I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연봉근로계약서에 날인된 피고의 직인은 이 사건 병원 1층 원무과 사무실에 구비되어 있고 직인사용대장이 따로 없어 업무와 관련하여 직인 사용이 필요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점, ② 연봉근로계약서는 실제로는 2015년 또는 2016년에 작성되었음에도 그 작성일이 '2008년 8월 1일'로 소급해서 작성되어 있는 점, ③ 연봉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제4조(제수당 및 통상임금), 제5조(지급방법 및 시기), 제7조(근로시간) 등은 실제 원고의 근무 형태나 보수, 처우 등과 맞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연봉근로계약서가 피고의 이사장 F 또는 F으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에 의하여 진정하게 작성되었는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갑 제2호증(연봉근로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을 제5 내지 3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I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또는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잘못된 전제에 선 것으로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의 이사장 F과 E, G 등과 함께 피고 법인을 설립하여 이 사건 병원을 인수 · 운영하기로 합의하면서 그 출연금으로 1억 원을 부담하였다. 원고는 피고 법인의 설립 발기인으로서 2008. 8. 1. 피고 법인이 설립된 직후 등기이사(임기 3년)로 취임한 후 4번의 중임을 거쳐 재직하다가 2023. 8. 2. 임기만료로 퇴직하였다.
이 사건 병원은 조직도상 '이사장, 병원장, 행정원장, 부서장, 직원' 순서로 직급체계를 두고 있고, 산하 부서로 진료과, 간호부, 진료지원부, 원무과, 관리과가 있다. 원고는 행정원장(원고는 피고 법인의 설립 당시 다른 설립 발기인들과 의논하여 행정원장 직책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으로서 피고의 이사장 F을 보좌하고 원무과, 관리과 등 대부분의 부서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외에 다른 특정한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행정부서 연차 사용 현황표, 업무일지 등을 최종 결재하고, 출납일보, 퇴직금지급현황, 각종 시설안전점검표, 당직비 지급을 위한 지출결의서, 신규직원 채용, 사직서 수리, 직원 급여 책정 등에 대하여 이사장 또는 병원장과 함께 결재하였다.
원고는 신규 이사의 선출과 해임, 결산보고 및 사업실적 보고 등을 위한 이사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이 사건 병원의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관여하였다.
원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병원의 다수 부서 업무 전반을 총괄하면서 여러 권한을 행사하였는바, 이는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가 피고의 이사장 F에게 이 사건 병원의 환자 또는 시설등에 관한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원고가 위임받은 업무의 집행과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것이거나 이 사건 병원 내부의 업무 수행상 당연한 것이라고 보이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담당한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 수행의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는 데에 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밖에 원고가 피고의 이사장 F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정황이 없다.
원고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출 · 퇴근 관리를 받지 않았고(일반 직원들은 출근시 이 사건 병원 1층에 비치되어 있는 출근부에 사인을 한다), 출 · 퇴근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근무하였으며(원고는 이 사건 병원 1층의 병원 출입문과는 별도로 분리된 출입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는 독립된 사무실 공간에서 근무하였다), 근무시간 중에 자유롭게 외부 강의를 나가기도 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피고로부터 어떠한 지적이나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어 보인다(원고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마다병원장의 결재를 받는 등의 근태 관리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휴가 결재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를 일반 직원들에 대한 근태 관리 목적의 휴가결재와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피고 병원의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는 이사장, 병원장과 마찬가지로 일반 직원들의 급여 지급일(매월 5일)과 다른 날짜(매월 말일)에 보수를 지급받았고, 보수액도 일반 직원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매월 고정된 보수(세후 월 500만 원 또는 400만 원)를 수령하였기는 하나(위 보수액은 피고의 이사장 F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피고 법인을 설립하면서 다른 설립 발기인과 협의하여 정한 것이다), 위임계약의 경우에도 위임인과 수임인이 얼마든지 위임업무 수행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고정된 액수를 수수하기로 합의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고정된 형태로 보수를 지급받았는지 여부는 근로자성을 인정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원고의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온 사실이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실제 근무하고 급여 또는 보수를 지급받는 사람은 전부 고용보험 신고 대상인 것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에 착오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고용보험 신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바, 피고의 이러한 설명이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피고는 2023. 9. 26. 근로복지공단에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전인 2023. 8. 25. 창원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피고로부터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이사장 F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창원지방고용노동청은 2024. 12.경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혐의없음) 처리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