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제1 범죄사실(피고인들)
추락위험 방지의무 위반 관련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3조 제3항에 의하여 사업주가 위험방지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는 '고공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사고현장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② 이 사건 사고현장의 작업 전면(건물쪽)에 중간난간대를 설치할 경우 길이 약 1.5m의 롤러대로 방수액 시공작업을 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하므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구 산업안전보건법의 위임에 따른 고용노동부령, 이하 '산업안전규칙'이라 한다) 제56조 제4호 단서의 '작업의 성질상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여 같은 호 본문에 따라 안전난간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③ 피해자 J는 작업 후면(흙막이쪽)으로 추락하였을 가능성이 높은바, 작업 후면에는 안전난간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들의 추락위험 방지의무 위반과 J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건강장해 예방조치의무 위반 관련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환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의 예방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산업안전규칙 제620조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작업 중에 해당 작업장을 적정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하여야' 하는바, ① 이 사건 사고장소는 위 규칙에서 정하는 '밀폐공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② 피고인 B, AH의 경우 ㉠ 사고 당일 피해자들에게 특별안전 보건교육을 실시하였고, ㉡ 피고인 주식회사 D(이하 '피고인 D'이라 한다)로부터 안전관리 특약을 받아 근로자들에게 안전장구 등을 착용하게 하였으며, ㉢ 위 회사에 안전관리비용 지급하고 안전관리책임자를 현장에 상주시키는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위 피고인들이 건강장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③ 설령 피고인 B, C이 건강장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경미한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도 존재하므로 피해자 J의 사망과 위 피고인들의 의무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2 범죄사실(피고인 B)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6번의 위반 구역은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하고 매우 협소하여 안전난간을 설치하기 곤란하고, ②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2번의 위반 구역에는 수직보호망이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는 성능기준에 적합한 재질이 아니라는 이유로 설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
제4 범죄사실(피고인 E 주식회사)
피고인 E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E'이라 한다)는 피고인 D에 대해 작업지시 및 안전관리, 감독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작업 시작 전 피해자들을 상대로 특별안전, 보건교육을 실시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안전벨트를 지급했으나 피해자들이 이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에 임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E이 사업주의 안전,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A, B: 각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벌금 500만 원, 피고인 주식회사 D, E 주식회사: 각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제1 범죄사실(피고인들) 관련
추락위험 방지의무 위반 관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인 이 사건 작업현장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들에게 외벽 방수액제 시공작업을 하도록 하여 추락위험 방지의무를 위반하였고, 이와 피해자 J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산업안전규칙에 의하면 사업주는 '높이가 2m를 초과하는 장소에서 안전대의 부착설비, 승강설비의 설치, 조명 유지의무, 작업발판 설치의무' 등을 부담하는바(제44조 제1항, 제46조, 제49조, 제56조), 이 사건 사고현장 중 높이가 가장 낮은 지점이자 피해자 J가 작업하고 있던 장소는 비계 1.5단으로 높이가 약 3m에 달한다.
산업안전규칙 제624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가 유해가스로 인하여 추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안전대나 구명밧줄,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하는바, 아래 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장소는 밀폐공간이자 유해가스로 인하여 추락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
이 사건 사고 당시 길이 조절이 가능한 롤러대를 사용하여 방수액 시공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으므로, 길이가 긴 롤러대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안전규칙 제56조 제4호 단서에서 정한 '작업의 성질상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기록상 피해자 J의 추락 장소가 명백하지 아니한데, 이 사건 사고당시 피해자 J가 방수액 시공작업을 하고 있었던 작업 전면에는 표준안전난간의 구성요소(상부 난간대, 중간 난간대, 기둥, 발끝막이 판) 중 중간난간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작업 후면에는 중간난간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발끝막이 판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으며, 피해자 J는 비계 1.5단에서 시공작업을 하던 중 방수액제에서 발생한 톨루엔, 에틸벤젠 등의 유기용제에 중독되어 의식을 잃고 약 3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하여 두부 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건강장해 예방조치의무 위반 관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밀폐공간인 지하주차장에서 적정 공기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환기를 하지 아니하고, 근로자들에게 안전대, 공기호흡기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건강장해 예방조치의무를 위반하였고, 이와 피해자 J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산업안전규칙 제618조는 "밀폐공간"이란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로서 [별표 18]에서 정한 장소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고, [별표 18] 제8호는 '천장·바닥 또는 벽이 건성유를 함유하는 페인트로 도장되어 그 페인트가 건조되기 전에 밀폐된 지하실·창고 또는 탱크 등 통풍이 불충분한 시설의 내부'를 밀폐공간의 하나로 들고 있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은 길이 19m, 폭 2.5m, 깊이 15m인 사방이 벽면으로 막힌 지하주차장으로 사고 당시 방수액제 시공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위 작업에 사용된 유기용제에는 유해물질인 톨루엔<1>이 함유되어 있었는데, 위 공사현장의 톨루엔 노출량이 약 4,874.8ppm<2>으로 추정되고, 특히 이 사건 사고현장은 공사현장의 하층부로서 톨루엔 노출량이 가장 높게 측정되는 곳이므로, 이 사건 사고장소는 [별표 18] 제8호에서 정하는 '밀폐공간'에 해당한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환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의 예방조치 의무'를 부담하는바, 사업주인 피고인 E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피고인 B과 안전관리자 피고인 C 역시 건강장해 예방조치의무를 부담한다. 피고인 B은 사고 당시 피해자들에게 안전벨트나 호흡기보호구 등을 제공하거나 환풍기를 설치하지 아니하였고, 안전교육 현장에서 유해물질 취급작업자 관련 교육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인 C도 작업자들이 보호장구를 구비하고 작업을 하는지 챙기지 않고, 안전장비 없이 작업이 진행되는데도 이를 방지하지 아니하였으며, 위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이러한 의무위반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 J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은 경미한 상해를 입었으나, 피해자 J는 피해자들 중 가장 고령이고 사고장소 중 통풍 및 환기가 가장 어려워 보이는 하단부에서 작업을 하여 사망의 위험성이 더욱 높았다.
제2 범죄사실(피고인 B) 관련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사항을 정하고 있는 산업안전규칙 제43조 제1항은 '사업주는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6번의 위반 구역은 이 사건 작업현장 AI동 상가 엘리베이터 거푸집 작업 구간으로,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으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 피고인 B은 위 구간에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산업안전규칙 제43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산업안전 규칙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는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수직보호망의 설치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수직보호망 등은 「산업표준화법」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는 성능기준에 적합한 것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2번의 위반 구역은 이 사건 작업현장 AJ동 측면 전기실 지하 2, 3층으로 물체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곳에 해당한다. 피고인 B은 위 구역에 수직보호망을 설치하기는 하였으나, 위 수직보호망이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는 성능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므로 산업안전규칙 제1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 B의 주장은 이유 없다.
제4 범죄사실(피고인 E) 관련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7조, 제68조 등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위 1) 가), 나)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의 사업주인 피고인 E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B과 안전관리자인 피고인 C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인 E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E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E 역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피고인 E의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항소심에서는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산재처리가 이루어졌고, 피고인들이 피해자 J의 유족 측 및 나머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합의금을 지급하였으며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 피고인 A의 경우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피고인 B, C은 초범이다. 피고인 D, E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서 시정조치를 완료하고 과태료를 납부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A, B, C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는바, 피고인 A, B, C의 업무상 과실의 정도 및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다. 그 밖에 피고인 A, B, C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과 원심판결 이후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문 제4면 제 12 행의 "2m 아래"를 "3m 아래"로, 제6면 제8행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로, 같은 면 제10행부터 제7면 4행까지의 각 "산업안전보건법"을 각 "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각 경정한다).
판사 최복규(재판장) 구본웅 김인해
각주1) 산업안전규칙 [별표 12]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대상 유해물질의 하나이다.
각주2) 톨루엔의 노출량이 4,000ppm을 초과하는 경우 신경 및 기관장애, 1시간 또는 그 이상 노출시 실신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