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I에게 G과의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없고, G이 I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는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위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1인당 155,000원으로 산정된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고(이하 '제1 주장'이라 한다), ② 피고인은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로부터 받은 기성금을 하수급인인 G에게 고용된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의 임금 등으로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데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이하 '제2 주장'이라 한다), ③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임금은 G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하였을 뿐 근로자들의 출퇴근 타각기록 등 객관적 자료와 상이하므로 그 액수를 인정할 수 없다(이하 '제3 주장'이라 한다).
그럼에도 원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거제시 B에 있는 C의 사업주로서 상시 1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선박임가공서비스업을 운영하면서 울산 울주군 D 소재 E으로부터 공사를 수급하여 F의 실사업주인 G에게 공사투입 1인당 155,000원의 하도급을 한 직상 수급인이다.
사업이 여러 차례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며,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계약에서 정한 하도급 금액 지급일에 하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귀책사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을 한 G에게 2017. 11. 기성금 31,375,580원 및 2017. 12. 기성금 잔액 33,476,535원(합계 64,852,115원)을 지급일인 익월 25일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여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하수급인 G으로 하여금 근로자 H 등 21명의 2017. 11. 임금 합계 25,965,500원 및 2017. 12. 임금 합계 35,421,610원 등 합계 61,387,11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 합의 없이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못하게 하였다.
제1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에 의하여 발생하는 직상 수급인에게 부과되는 임금 지급의무는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로서, 하수급인이 매월 일정일자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 및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하였음에도 그 지급 사유 발생 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때 각각 발생함과 동시에 그 이행기에 이르는 것이고, 이러한 직상 수급인의 의무 불이행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처벌되기 위해서는 직상 수급인에게 그에 관한 고의, 즉 자신이 부담하는 임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있었을 것이 요구된다(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3헌가12 전원재판부결정 참조).
판단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금품청산의 사유발생일로부터 14일 이 경과할 당시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상당한 이유 없이 이를 지급하지 않았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I을 C의 경영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2017. 11. 15. 경 E으로부터 선박제조임가공 중 일부를 도급받은 후 I에게 E과의 계약 체결 및 그 이행 사항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고 위임장을 작성하여 주었으며, I은 울산 소재 E의 공사현장에 상주하며 업무책임자로서 현장을 관리하고 수급공사를 총괄 지휘·감독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I, F 실사업주 G 등과 협의를 거쳐 E으로부터 도급받은 공사 중 배관설비공사를 G에게 하도급하였고, G은 그 직후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2017. 11. 16.경부터 위 공사현장에서 배관설비 준비작업 등을 시작하였으며, I은 2017. 11. 말부터 2017. 12. 중순경 사이에 C의 대리인 자격으로 C 내부에서 작성한 계약서 양식을 사용하여 G과 사이에 공사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서 제6조에서 공사대금은 1일 9시간 기준 근로자 1인당 155,000원씩 산정하여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7. 11. 16.부터 2017. 12. 28.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였고, 피고인은 E이 지급한 2017. 12.분 기성금 57,917,110원을 2018. 1. 22. 하수급인인 G과 이후에 투입된 J, K의 근로자들에게 나누어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E으로부터 받는 기성고의 범위에서 G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정확한 하도급대금의 산정방법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바,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한달이 넘는 기간 근로를 제공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그 기간 동안 이 사건 공사현장의 총괄책임자인 I에게 하도급대금의 산정방법을 확인하거나 이를 확정짓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피고인과 I의 관계 및 I의 C 내 지위, 위 공사 관련 I의 역할과 권한 범위, I과 G 사이의 하도급계약 체결 경위, 그 전후의 일련의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I에게 E으로부터 수급한 공사의 일부인 배관설비공사에 관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설령 피고인이 I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아래의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2017. 12. 말경부터 2018. 1. 말경 사이에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인지하고 위 계약의 내용을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17. 12. 28. 공사현장에서 철수한 이후 2018. 1. 10. 경 I으로부터 'G 팀에서 오작으로 인한 타 인원 투입현황'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고받았는데, 위 문서에는 'G 팀 단가 155,000원', 'J 팀 단가 135,000원', 'K 팀 단가 140,000원'으로 각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인은 I에게 하도급대금이 위와 같이 근로자 일당을 기준으로 산정된 경위에 관하여 묻거나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 피고인은 2017. 12. 28. 경 G, H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의 11월분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돈 3,500만 원 못 구하겠습니까"라고 말했고(증거기록 제 351쪽), 2018. 1. 15. 경 G, H에게 으로부터 G 팀의 단가를 155,000원에서 J 팀의 단가와 같은 135,000원으로 낮춘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며(증거기록 제406, 407쪽), 2018. 1. 경 G에게 'C에서 근무한 11월분 임금 35,416,430원을 2017. 12. 29. 지급하고, 12월분 급여는 출근일보 확인 후 정산하여 2018. 1. 25.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 피고인이 E으로부터 지급받은 2017. 12.분 기성금 57,917,110원을 2018. 1. 22. G, J, K 팀에게 나누어 지급하였음은 위 ①에서 본 바와 같은데, 위 지급 당시 C측에서 각 팀의 지급비율을 산정하기 위하여 작성한 '12월 기성 대비 팀별 비율금액'이라는 제목의 문서(증거기록 제116쪽)에는 G 팀이 주장하는 12월분 하도급대금에 근접하는 68,185,820원 중 G 팀의 지급비율인 64. 6%에 해당하는 37,418,002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은 2018. 1. 22. G에게 위 액수에 근접한 34,709,265원을 지급하였다.
제2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직상 수급인인 피고인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공사대금을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 1인당 일당 기준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G이 그러한 조건으로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위 공사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게 한 이상 피고인이 도급인으로부터 공사 기성 비율에 따라 공사대금을 받아 그 전부를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가 위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에 따라 제공한 노무제공의 대가에 미치지 못하였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하도급계약 조건을 섣불리 정한 피고인에게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과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데 귀책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피고인이 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체결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동안 이 사건 공사현장의 총괄책임자인 I에게 하도급대금의 산정방법을 확인하거나 이를 확정짓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 체결 이후 위 계약 내용과 같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고 위 계약 내용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므로, E으로부터 받은 기성고와 무관하게 G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 내용에 따른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제3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임금 산정의 기초자료가 된 G 작성의 개인별 근무기록표는 I과 함께 위 공사현장을 관리하던 C 소속 L 차장의 확인 아래 작성된 것이고, 피고인도 2018. 1. 경 위 개인별 근무기록표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 근로자들의 2017. 11.분 임금을 인정하고 2017. 12.분 임금도 출근일보를 확인한 후 정산하여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함으로써 G이 L 등의 근태 관리 아래 작성한 임금 산정 기초자료의 진정성을 수긍한 것으로 보이며, E에서 관리하는 출퇴근 타각기록자료는 출퇴근카드 인식 오류 등의 문제로 부정확하게 집계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 근무기록표와 근로자들의 출퇴근 타각기록이 일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범죄일람표 기재 임금이 과다하게 산정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오인 내지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소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귀책사유로 지급하지 못한 임금 총액이 6,000만 원을 넘는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대부분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동종 범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고 하수급인인 G과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는 점, 하도급계약을 부주의하게 체결한 이후에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아니하여 도급인으로부터 충분한 기성금을 받지 못한 것이 임금 체불의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여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도급인으로부터 받은 기성금 대부분을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들의 임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여 피고인이 위 공사 관련하여 취득한 이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도급인으로부터 받은 2017. 11.분 기성금 3,002,017원을 F의 명의상 대표자인 H을 피공탁자로 하여 공탁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여러 양형조건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을 두루 고려하여 형을 정하였는바,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될 정도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복규(재판장) 구본웅 김인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