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2. 9. 22. 선고 2021가합50836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21. 3. 9.부터 2022. 9. 22.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여객자동차운수 및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거나 또는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2013년 단체협약의 체결

피고 및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 등을 포함한 8개 회사로 구성된 C 협의회는 2013. 6. 26.경 소속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D협의회와 단체협약(이하 ‘2013년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위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상여금(이하 ‘이 사건 상여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고,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산정, 지급하였다. 위 단체협약 중 이 사건 상여금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이하 ‘갑’은 피고를 비롯한 사용자 측을, ‘을’은 노동조합 측을 각 의미한다).

다.

임금협정의 체결

2013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은 2012년, 2013년, 2014년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임금협정을 각 체결하였다(단, 사용자 측 협의회에 소속되었던 회사 중 주식회사 G는 2014년 임급협정의 체결에는 참여하지 아니하였다).

라.

2014. 6. 4.자 노사합의

1)

대법원 2012다89399호 사건에서 2013. 12. 18. ‘통상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그 의미나 범위 등에 관하여 단체협약 등에 의해 따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 간에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인 고정성 요건과 관련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이에 따라 2013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은 2014. 6. 4. 위 단체협약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는 보충협약을 체결하였다.

마.

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 및 2016년 3월경 노사합의

1)

B의 노동조합에 소속된 근로자 중 일부는 2015. 12. 21. B을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2015가합35638호로 2013년 1월부터 위 라.항 기재 보충협약 체결 전인 2014년 5월까지의 기간에 관하여 이 사건 상여금을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미지급된 임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이하 ‘B 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2)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지부장 H은 2016년 3월경 아래와 같은 내용의 노사합의서(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3)

B 소송의 1심 법원은 2016. 11. 2.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는 해당하나,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추가 법정수당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 소송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위 소송 원고들이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 (창원)2016나25235호로 항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은 2020. 7. 9. 위 소송 원고들 중 항소취하 간주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청구에 대하여 그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청구 원금은 전부 인용하되 지연손해금 일부만을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20. 7. 25.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청구 요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서 이 사건 상여금을 누락한 채 지급하여 왔다. 그러던 중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통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B 소송 결과에 따라 재산정한 미지급 법정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3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의 근로기간에 관하여,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따른 약정금 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미지급 법정수당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임금으로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에 관한 판단<2>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고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고정성’이라 함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정성을 갖춘 임금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하여야 지급되는 임금이나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되는 임금 부분은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그 성취 여부가 아직 확정되어 있지 않은 조건을 말하므로, 특정 경력을 구비하거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를 것 등과 같이 위 시점에 그 성취 여부가 이미 확정되어 있는 기왕의 사실관계를 조건으로 부가하고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2013년 단체협약에서 1년 이상 근속한 조합원에게 월 기본임금을 기준으로 연 600%를 이 사건 상여금으로 지급하되, 1년 이상 근속자는 2개월에 한 번씩 월 기본급 100%를, 6월 이상 1년 미만 근무자는 월 기본급 30%를, 3월 이상 6월 미만 근무자는 월 기본금 15%를 지급하되, 1개월 4일 이상 근무자는 그 50%, 3일 이상 근무자는 45%, 2일 이상 근무자는 40%를 지급하도록 정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상여금은 일정 근속기간에 이를 것을 조건으로 하여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퇴직자에게도 재직 기간에 상응하여 지급하며, 월 근무일수를 기준으로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적어도 일정액 이상의 임금은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이 최소한도로 확정되어 있는 범위에서는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지급 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상여금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서는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되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된다(앞서 본 바와 같이 B 소송에서 이 사건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었고,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서는 이러한 판단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하였다).

3)

미지급 법정수당 지급의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은 각 해당 근로에 대한 임금산정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임금을 일부 제외한 채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도록 노사 간에 합의한 경우 그 노사합의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위 기준에 미달할 때에는 그 미달하는 범위 내에서 노사합의는 무효이고,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계산한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법정수당에서 원고들이 기존에 지급받은 각종 법정수당액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기초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 미지급분을 계산하면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다[개별 법정수당의 내역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았으나,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일체의 법정수당에 대한 미지급분을 청구하는 것이며(5차 변론조서 참조), 이를 전제로 위와 같이 계산한 결과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1. 3. 9.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9. 22.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와 같이 원고들의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를 받아들이므로, 이와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약정금 청구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1)

소멸시효 항변

가)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청구하는 미지급 법정수당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청구하는 미지급 법정수당은 2014년 5월까지 발생한 것인바, 이에 대하여는 임금채권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고, 이 사건 소는 위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한 2021. 2. 19. 제기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미지급 법정수당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채무승인에 의한 시효중단 재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가 2016년 3월경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것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써 채무승인에 해당하므로, 이로 인해 위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한다.

그러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63193 판결 참조),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법정수당 지급채무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직접적인 문언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②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내용은 B 소송의 결과에 따른다는 것인데, 위 노사합의서 작성 당시에는 위 소송의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상태였던 점, ③ 채무의 승인이란 권리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는 것인데, 이 사건 노사합의서는 원고들이 아닌 피고의 노동조합 지부장과 사이에서 작성된 것이며, 노동조합 지부장에게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한 임금청구권과 관련하여 개별 근로자들을 위한 의사표시의 수령대리권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 제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위 미지급 법정수당에 관한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설령 이를 채무의 승인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소송은 그 승인시점으로부터 3년이 다시 경과한 이후에 제기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의 시효중단 재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권리남용 재항변에 관하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통해 B 소송의 결과에 따라 법정수당을 재산정하여 미지급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외부로 표시한 점(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통해 임금 지급 여부에 관한 교섭 시기를 B 소송 결과에 따라 지연하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2022. 3. 10.자 피고 준비서면 6면 참조), ②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는 위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근로자 측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법정수당 청구를 보류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서는 B 소송의 결과를 특정 심급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바, 통상적인 언어적 용례에 비추어 볼 때 ‘소송 결과에 따른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확정된 법원의 판단을 반영한 소송 결과에 따른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점, ④ B 소송의 제1심 판결이 선고된 2016. 11. 2. 무렵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위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법정수당이 지급되지 아니함을 고지하거나 법정수당의 지급 여부 등에 관한 교섭을 시도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⑤ 이 사건 노사합의서가 노동조합 지부장과 사이에서 작성된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내용과 작성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노동조합 지부장이 소속 노조원들을 위해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위 노사합의서에서 정한 내용이 개별 근로자들에게 공유될 것을 기대하고 이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서를 통하여 B 소송의 최종적인 결과에 따라 법정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원고들로 하여금 시효중단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고, 시효가 완성되더라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인 원고들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근로자의 임금청구 사건은 채권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고, 원고들과 동일한 단체협약 및 노사합의의 적용을 받아 유사한 지위에 있는 다른 회사의 일부 근로자들이 사용자로부터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받기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법정수당 지급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은 이유 없다.

나.

신의칙 위반 항변

1)

피고의 항변 요지

이 사건 상여금은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하여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되었던 것이고,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도 이에 기초하여 정해져 왔다.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피고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므로, 이 사건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관련 법리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참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6다7975 판결 참조).

3)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1호증, 을 제2,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볼 때 이 사건 청구로 인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한다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피고의 자산, 부채,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의 현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②

피고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하였고, 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비록 2020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함에 따라 약 16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으나, 여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그 무렵부터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 대중교통업의 특성과 피고의 과거 영업지표 등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당기순손실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2013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은 2014. 6. 4.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여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상여금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하는 보충협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2014년 6월분부터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게 될 여지가 커지게 되었다(물론 정기상여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었다고 하여 반드시 통상임금으로서 고정성을 결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원고들이 2014년 6월부터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이 사건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1회성 청구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바,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2014년 6월 이후부터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된 추가법정수당 청구가 추가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을 고려하기 어렵다).

④

이 사건 소송 외에도 피고 소속 다른 근로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과 유사한 내용의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하고 있고, 이 사건 소송 및 위 관련사건 소송 결과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적지 않은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당좌자산(판매과정을 거치지 않고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의미한다) 현황, 매출원가 대비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등을 비롯하여 피고의 전반적인 재무상태에 비추어 볼 때, 위 추가 법정수당의 부담이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과중한 것이라고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⑤

피고는 버스 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창원시로부터 표준운송원가 대비 미달하는 운송수입 등을 지원받고 있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희수(재판장) 양철순 이진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