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11. 29.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다.
망인은 1999. 3. 23. 당시 근무하던 D 사업장 내에서 어로프를 윈치에 감는 작업중 로프를 밀어 올리다 뒤로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를 당하였다.
망인은 1999. 4. 16. 피고로부터 '뇌좌상, 경추부 염좌, 정상뇌압 뇌수두증'을 최초 상병으로 하여 요양 승인을 받았고, 2004. 12. 31. 요양을 종결하였다. 요양 종결 당시 망인은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수시로 간병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 해당하여 장해등급 제2급 제5호 결정을 받았다.
망인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한 뇌손상 후유증으로 거동이 제한되고 장기간 휠체어및 와상 생활을 하던 중, 2015. 8. 27. '사지운동장애, 인지기능저하'를 상병으로 하여 제1차 재요양 승인(요양기간: 2015. 7. 10. ~ 2015. 9. 30.)을 받았고, 2018. 5. 24. '위 구성 마비, 흡인성 폐렴'을 상병으로 하여 제2차 재요양 승인(요양기간: 2018. 4. 18. ~2018. 7. 24.)을 받은 뒤 위 각 재요양을 종결하였다(이하 최초 요양 승인 상병 및 제1,2차 재요양 승인 상병을 통틀어 '이 사건 기승인 상병'이라 한다).
망인은 2018. 7. 19.부터 E요양병원에서 요양하던 중, 2021. 5. 24. 흡인성 폐렴 진단을 받았고, 2021. 6. 2. F병원으로 전원되었다. F병원에서 실시한 망인에 대한 검사 결과, 망인에게 골수염 및 우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 근막의 농양 등이 확인되었고, 망인은 2021. 6. 4.부터 F병원과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을 오가며 여러 차례의 수술과 장기간의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다.
망인은 2022. 2. 24.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 소견을 보여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었고, 검사 과정에서 구불결장암(대장암)이 발견되어 2022. 4. 15. 하트만 수술을 받았다. 이후 망인은 복막염이 의심되어 2022. 4. 26. 개복수술을 받았으나, 흡인성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 및 다발성 장기부전이 진행되어 2022. 5. 12. 18:24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 그 원인은 '호흡부전', 호흡부전의 원인은 '흡인성 폐렴'으로 각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망인의 사망 원인인 '흡인성 폐렴'이 이 사건 재해 및 장기간의 요양에 따른 후유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2. 11. 29. '망인이 2018년 요양승인 받은 흡인성 폐렴은 일과성으로 종결되었고, 망인의 사망은 발병 시기를 알 수 없는 대퇴골 골절 수술 후 장기간 감염 지속과 대장암 및 복막염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전신상태 악화에 따른 기회성 감염으로 인한 것이므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3. 30. 심사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는 2023. 5. 16.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3. 9. 6.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3,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해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장해등급 제2급 제5호)에서 장기간 와상 생활을 하였다. 이러한 상태는 연하곤란과 위구성 마비를 유발하여 망인을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위험에 노출시켰다. 2021년 발생한 대퇴골 골절 역시 이러한 신경학적 후유증으로 인한 것이고, 망인의 직접적인 사인은 어디까지나 '흡인성 폐렴'이다. 이 사건 재해로 인한 신체기능의 현저한 저하와 연하곤란이라는 근본적인 신체기능 저하가 없었다면, 망인에게 흡인성 폐렴이 발생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두8449 판결 참조).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고 요양을 마친 후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 그와 같은 추가질병까지 업무상 재해로 보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추가질병과 당초의 부상 또는 질병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밝혀져야 하고, 여기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사실관계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7두145 판결 참조). 이 경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6,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G병원, H병원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비록 망인에게 발생한 대퇴골 골절 및 대장암 발병이라는 후행 질환이 전신상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재해로 인한 이 사건 기승인 상병과 그로 인하여 누적된 신체기능의 저하는 망인의 직접 사인을 유발한 '흡인성 폐렴'의 발생 및 악화에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해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망인은 1999년 이 사건 재해로 인하여 인지기능과 신체기능 전반에 회복 불가능한 중증 장해를 입었다. 망인의 구체적인 장해 상태 및 그 경과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흡인성 폐렴은 삼킴기능 저하에 따른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장기간 침상 생활로 인하여 호흡기계 방어 면역기전이 현저히 저하된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한 뇌병변으로 조음명료도 저하와 사지 부전 마비를 겪으며 20년 넘게 휠체어 및 와상 생활에 의존해 왔는바, 이로 인해 망인은 언제든지 기도 내 이물질 유입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피고 역시 이 사건 재해로 인한 망인의 상태 악화를 인정하여 2018. 5.경 '위구성 마비, 흡인성 폐렴'을 추가 상병으로 하여 2차 재요양을 승인한 바 있다.
망인의 사망 원인에 관한 의학적 소견은 아래와 같다.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각 감정의들은 망인의 사망 원인과 이 사건 기승인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거나 기여도가 낮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위 각 소견들은 질환의 발생기전 내지 수술 후 경과에 대한 '의학적 · 자연과학적 관점'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살피건대,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인과관계의 존부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 · 규범적 관점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인정할 수 있는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각 감정의들의 소견은 망인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피고는 2018년에 발병했던 흡인성 폐렴이 '일과성'으로 치유되어 종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생제 투여 등으로 폐렴 증상 자체가 일시적으로 호전될 수는 있으나, 이를 유발하는 망인의 근본적 기질(중추신경계 손상, 연하곤란, 거동 불가 등)은 치유되지 않았다. H병원 호흡기내과 소속 감정의 K도 '위험요인이 지속되는 경우 재발, 악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소견을 밝혔는바,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망인에게 이러한 치명적인 위험인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망인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하고 망인의 사망 직전까지 망인의 상태를 직접 관찰하며 치료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L은 '기저질환 및 VP shunt(뇌실복강 간 단락술), bed-ridden state, colon cancer 등은 흡인성 폐렴 발생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위와 같은 주치의의 소견은 제한된 진료기록만을 사후적으로 검토한 이 법원의 감정의들의 소견보다 망인의 임상 경과와 사망 기전을 더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신빙성이 높다.
피고는 2021. 6.경 망인에게 발생한 우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은 이 사건 재해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발생한 질환으로, 위 골절이 망인의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0. 5. 2.자 장애진단서 기재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하여 '균형감각이 상실되어 잘 넘어지는 상태'였는바, 요양병원 입원 중 망인에게 발생한 위 우측 대퇴골 전자간 골절은 이 사건 기승인 상병으로 인한 낙상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평가함이 상당하다. 한편, 대장암 등의 발병과 수술이 망인의 전신상태를 악화시키고 회복을 어렵게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수 있으나, 망인이 기존에 앓고 있던연하곤란과 거동 불가 상태라는 취약성이 없었다면 망인의 증세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 질환인 '흡인성 폐렴'과 이로 인한 중증 호흡부전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급격히 진행되지는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장암 등 후행 질환이 개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기승인 상병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H병원 호흡기내과 소속 감정의 K 역시 '대퇴골 골절 수술 및 이후 발생한 감염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상황이 흡인성 폐렴 발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소견을밝혔고, 위 소견은 이 사건 기승인 상병으로 인한 거동 제한 및 이로 인한 전신상태저하가 흡인성 폐렴의 발병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망인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해 발생한 이 사건 기승인 상병으로 인해 연하곤란, 거동 불가라는 신체적 취약성을 20년 넘게 안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전신 쇠약 등으로 생리적 방어 기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였다. 이러한 장기간의 와상 생활의 여파와이 사건 기승인 상병의 지속적 악영향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대장암 수술 등으로 망인의 신체가 이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기회성 감염인 흡인성 폐렴이 급격히 발현된 것으로 규범적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 주치의의 진단 및 규범적 관점에서의 인과관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재해로 인한 후유증은 후행 질환과 결합하여 망인을 사망으로 이끈 중대한 원인임이 분명하다.
소결
망인의 직접 사인을 유발한 흡인성 폐렴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한 이 사건 기승인 상병의 후유증이 잔존하는 상태에서 후행 질환들과 복합적으로 경합하여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 · 발현한 것으로서,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기승인 상병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곽희두(재판장) 유원주 김성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