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6,019,495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8. 30.부터 2024. 5. 24.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1/2은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고, 피고는 선박 구성 부분품 제조업, 선박 제작 및 설치업, 선박 임가공업 등을 하는 사용자이다.
원고와 피고는 아래와 같이 각 근로계약서 및 퇴직금 선지급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2018. 4. 9.자 일당 근로계약서 및 퇴직금 선지급 확인서
2018. 12. 27.자 직시급 근로계약서 및 퇴직금 선지급 확인서
2019. 2. 1.자 근로계약서(일당)
원고는 2019. 1. 29.부터 2020. 8. 24.까지, 2020. 10. 6.부터 2020. 12. 6.까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 위 기간 동안 피고는 원고에게 기본급, 퇴직급여, 주휴 수당 등이 포함된 임금을 지급하였고, 퇴직급여로 지급된 금액은 합계 6,019,495원이다.
원고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에 피고가 임금 1,000,373원 및 퇴직금 5,028,710원 합계 6,029,083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2022. 6. 22. 피고의 대표자 C은 위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1고 정334 판결). C이 위 형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창원지방법원은 2023. 5. 18.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창원지방법원 2022노1696 판결), 위 판결은 2023. 5. 26.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거나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4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갑 제1, 2, 4, 5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19. 1. 29.부터 2020. 8. 24.까지, 2020. 10. 6.부터 2020. 12. 6.까지 근무한 원고에게 임금 1,000,373원, 퇴직금 5,028,710원 합계 6,029,083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돈 6,029,083원과 이에 대하여 2020. 12.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기간 동안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였고, 이에 따라 재직기간이 11개월 정도로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사재판에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9148, 69155 판결 등 참조).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D의 E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를 고용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② 원고의 급여명세서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임금을 위 기간 동안 지급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③ 피고가 작성하여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한 노무 제공 사실확인서에도 원고의 근무기간이 ‘2018. 12. 27.~현재’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④ F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도급하여 원고가 도급인인 F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그 밖에 관련 형사판결에 나타난 운전자보험 계약 내용 및 고용보험 자격 득실 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019. 1. 29.부터 2020. 8. 24.까지, 2020. 10. 6.부터 2020. 12. 6.까지 원고를 고용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1>
피고는 퇴직금을 선지급하기로 원고와 합의하였고, 위 합의에 따라 퇴직금을 매달 분할하여 합계 6,019,495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는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초과 지급받은 주휴수당 3,540,779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퇴직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 을 제5,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원고의 의사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금 분할 약정이 이루어졌고, 위 약정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별도의 명목으로 매달 분할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즉 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요구’를 퇴직금분할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요건으로 하는 점, ② 원고는 2018. 4. 9. 및 2018. 12. 7. ‘퇴직금은 매월 급여일 선지급 되었으므로 본인은 퇴직금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퇴직금 선지급 합의서에 서명을 한 점, ③ 갑 제7호증 사진에 의하면 위 퇴직금 선지급 합의서가 2019. 4. 15.경 및 2019. 6. 5.경에 작성되고 일부가 공란으로 되어 있기는 하나 적어도 퇴직금을 선지급하는 점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④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의 일방적인 요구로 퇴직금 선지급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근로계약서상 임금에 퇴직급여가 포함되어 있고, 월별 임금명세서에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액수가 특정되어 있으며, 위 액수는 원고의 근무일수에 따라 산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⑥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을 초과하는바,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렵고, 월별 임금액이 증가하는 효과도 발생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원고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원고는 수령한 돈을 피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피고가 선지급한 퇴직급여는 비채변제에 해당하거나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하므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742조가 정한 비채변제에 관한 규정은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알면서도 변제를 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알았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반환청구권을 부인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1857 판결,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68237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가 채무 없음을 알면서 변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민법 제744조가 정하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있어서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 비채변제의 급부가 수령자에게 그대로 보유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그 대상인 착오에 의한 비채변제가 강행법규에 위반한 무효의 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인 경우에는 그러한 변제행위를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라고 속단해서는 안 될 것인바(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다52222, 52239 판결,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5다64675 판결 등 참조), 원고에게 선지급된 퇴직금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인 퇴직금 선지급 약정에 따라 지급된 것이기는 하나 관계법령 등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되고,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은 원고에게 모두 지급될 사정, 원고가 선지급 받은 퇴직금의 보유가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에게 6,019,495원 및 이에 대하여 반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2. 8. 30.부터<2> 원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4. 5. 2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주휴수당 초과 지급 반환 청구
피고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원고의 주휴수당을 계산하여 피고가 지급한 주휴수당과의 차액을 청구하나 주휴수당은 원고가 실제 받은 수당을 기준으로 계산하여야 하는데,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가 주휴수당을 초과 지급받았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반소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에 해당하는 피고의 반소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영훈(재판장) 이진석 김상욱
각주1) 원고가 제1심에서 패소한 고용보험금 부담 부분은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반소청구 중 고용보험금 청구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각주2) 피고는 2020. 12. 6.부터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나 원고가 피고의 반소장 부본 송달 전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알았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반소장 송달일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749조 제2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