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근로조건명시의무 위반의 점 : 피고인은 D의 입사일로부터 약 10일 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였으나, D이 통장사본 등을 가지고 오지 않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였고, 그 후에도 D이 근로계약서를 외부로 가지고 가려고 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결국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피고인이 D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교부하지 못한 점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금품청산의무 위반의 점 :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정기 임금 지급일이 매달 15일이므로 D에게도 퇴직한 다음달 15일에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고, D의 사전 양해 내지 추정적 승낙에 의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근로조건명시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①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등을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등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근로계약서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조건을 명백히 함으로써 그 권리와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이로써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므로, 근로계약서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바로 교부하여야 함이 원칙으로 보이는 점, ② D은 2022. 9. 20.경 피고인과 담당업무, 임금 등을 구두로 협의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D은 2022. 10. 13.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D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는데,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피고인이 근로계약서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D에게 교부하지 못한 것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근로조건명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금품청산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임금 지급일이 매달 15일이라고 하여 퇴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일을 위 날짜로 하는 것에 관한 퇴직 근로자의 양해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②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36조 등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여 범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는 점, ③ 오히려 피고인은 퇴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에 관한 관련 법령의 확인을 게을리 하였는바, 금품청산의무 위반에 관한 미필적인 고의는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금품청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은 이미 원심의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에 변경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 이 법원이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다시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훈(재판장) 유원주 전민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