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75. 3. 15.부터 1985. 11. 1.까지 피고 회사에서 광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처이다.
망인은 1988. 12. 23. 진폐2형(2/2)으로 진단을 받았고, 1991. 4. 1. 심폐기능 고도장해(F3)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여 요양대상으로 판정되었다.
망인은 그로부터 약 24년간 폐결핵 및 폐기종 등으로 요양치료를 받아오던 중 2013. 5. 25. 사망하였다. 사망진단서 상 직접사인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 손상, 중간선행사인은 흡인성 폐렴, 선행사인은 진폐증이다.
피고 회사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하여 1985. 8. 1.부터 1986. 7. 31.까지 적용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이 규정한다(아래 제67조에서 정한 유족보상금을 이하 ‘자체보상금’이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2, 4 내지 9, 1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67조는 ‘피고는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유족 보상금을 지급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조합원의 사망 시점을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고, 특히 제68조는 ‘본장(제7장은 제62조부터 제68조까지임)의 보상금을 받을 권리는 퇴직으로 인하여 변경 또는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제67조는 근로자가 퇴직 후 사망하였더라도 그 사망과 재직중 발생한 업무상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유족에게 자체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을6. 7, 10호증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망인이 퇴직 후에 사망하였더라도 그 사망과 재직중의 업무상 원인으로 인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자체보상금 청구권이 인정된다.
다음으로 망인의 사망과 재직중의 업무상 원인으로 인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든 각 증거, 이 법원의 삼척세무서장,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 및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약 10년 이상 피고 회사의 탄광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약 3년 1개월 뒤에 진폐2형(2/2)으로 진단받고, 심폐기능 고도장해(F3) 판정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약 24년간 진폐증의 합병증인 폐결핵 및 폐기종 등으로 요양치료를 받아오던 중 사망하기에 이른 사실, 1983년 ~ 1985년 피고 회사에서 근무한 것 외에 사망할 때까지 다른 업체에서 근로를 제공한 바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진폐증은 망인이 피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채탄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업무상 질병이고, 망인은 이와 같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의 액수에 관하여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의 증감 제도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통상적인 임금 수준이 상승하거나 저하하였음에도,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고정적인 보험급여액이 지급되는 데에서 생기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고(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6두3568 판결), 근로기준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조도 위 평균임금 증감 제도와 유사한 ‘평균임금의 조정’ 제도를 두고 있는바 마찬가지 취지라고 보인다. 이와 같이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라는 이념은 달리 정하지 않은 이상 근로자에 대한 보상제도 일반에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이를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자체보상금에 관하여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증감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 즉 이 사건 단체협약 66조는 위 협약에서 규정한 휴업보상, 요양보상, 장해보상, 일시보상을 산업재해 보험으로 하여금 대행케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자체보상금에 관하여는 이러한 규정이 없으나, 이는 산업재해 보험 관련 법령에 따라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없는 것을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 지급한다는 점을 규정한 취지라고 보이는 점, 휴업보상, 요양보상, 장해보상, 일시보상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모두 산업재해 보험에 따른 평균임금을 적용하기로 정한 점을 고려하면,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평균임금 증감 제도에 따라 증감된 평균임금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아가 갑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 당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은 148,117.91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망인에 대한 자체보상금액은 148,117,910원(= 148,117.91원 × 1000일)이 된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자체보상금으로 148,117,91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 및 이에 대한 판단
신의칙 위반 항변
피고는, 망인의 진폐증 최초 진단일로부터 약 28년이 지난 후에 망인이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자체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피고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하여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이 진폐증으로 판정되고 사망할 당시까지 28년 넘게 겪은 고통과 피고가 업무상 재해 발생 28년 후 예상하지 못한 자체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받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망인이 생전에 받은 고통이 피고 회사가 받게 될 불이익보다 적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고 장시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유족보상청구권의 행사를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경우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을 사망의 시점이라는 불합리한 이유를 근거로 차별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점, 망인이 진폐증을 고의로 악화시켜 사망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를 괴롭힐 목적으로 자체보상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원고의 자체보상청구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이중보상 금지원칙 위반 항변
⑴ 피고의 주장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진폐예방법’이라 한다) 제26조3에 의하여 진폐재해위로금은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갈음하여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지급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자체보상금은 손해배상 예정의 성격을 가진 것이므로, 진폐예방법 제26조에서 진폐재해위로금과 중복하여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포함된다. 원고는 이미 ‘사업주와의 합의에 의하여 진폐에 의한, 퇴직 또는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수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진폐예방법에 따른 재해위로금을 수령한 것이고, 이는 사업주와의 합의에 의한 보상금을 갈음하여 이루어 진 것이어서, 진폐근로자와 그 유족이 이미 진폐재해위로금을 수령한 이상 피고 회사에 대하여 진폐재해위로금과 중복하여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
⑵ 판단
1985. 4. 1. 처음 시행된 진폐예방법은 진폐의 예방과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 대한 건강관리를 강화하고 진폐에 걸린 근로자에 대하여 위로금을 지급하여 근로자의 건강보호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진폐에 걸린 근로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한 위로금의 지급 기타 필요한 사업을 행하기 위하여 노동부에 진폐기금을 설치하되, 그 재원은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하며, 진폐에 걸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장해급여를 받고 퇴직하는 자에게는 장해위로금을 지급하고, 진폐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 대하여는 유족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하며, 위 법 시행전에 이미 진폐증에 걸려 퇴직한 자와 진폐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 대하여도 이 법 시행 후에 퇴직한 자 등과 같은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진폐예방법은 제26조는 같은 법 제24조 1항 2호 및 3호에 따른 위로금은 근로자 또는 그 유족이「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갈음하여 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지급하고, 다만 1.「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50조 또는 제51조에 따라 장해특별급여 또는 유족특별급여를 받은 경우, 2.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라 진폐에 따른 장해, 퇴직 또는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에 따라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으려는 자는 같은 법 시행규칙 제40조 제1항에 따라 별지 제30호 서식의 진폐재해위로금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시행규칙 제40조 제3항에서는 위 지급 신청서를 받은 공단으로 하여금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지 아니한 사실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이후 개정된 구 진폐예방법 시행규칙(2012. 12. 27. 고용노동부령 제72호로 개정된 것)에서부터는 별지 제30호 서식의 진폐재해위로금 지급신청서 양식에 아래와 같이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수령한 보상 또는 배상내역을 기재하도록 하는 란이 추가되었다.
결국 위 규정은 근로자 또는 유족에게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에 ‘갈음하여’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도록 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별급여를 받은 경우와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여 위로금 청구권 행사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진폐재해위로금과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은 서로 보완적인 기능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자체보상금은 민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기타 법령상 규정된 손해배상이나 특별급여 청구권과는 별개로 사업주와의 협약에 따라 취득하는 일종의 약정에 따른 보상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의 지급과 그 취급을 달리 할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② 피고로서는 사업주로서 위 진폐기금 마련을 위한 재원을 부담하였음에도 다시 위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보상금을 추가로 부담하여야 한다면 사실상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되고, 원고로서는 이중의 보상을 얻게 되는 결과가 되는 점, ③ 원고는 진폐재해위로금 지급 신청서를 제출함에 있어 공단에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지 아니한 사실을 확인하는 기재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진폐예방법에 따르면 진폐재해위로금은 근로자의 유족이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라 진폐에 따른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미리 지급받은 경우에는 그 보상금이 진폐재해위로금의 액수보다 적거나 많은지 여부와 무관하게 위 법에 따라 위로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비교할 때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 수령과 진폐예방법에 따른 위로금의 신청 선후에 따라 이를 모두 수령할 수 있는지 진폐재해위로금만 수령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 또는 유족이 위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은 이상 사업주에 대하여는 이미 지급받은 진폐재해위로금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보상금액에 대하여만 보상금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이 법원의 근로복지공단 태백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개정 전 진폐예방법에 따라 154,042,62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자체보상금 148,117,910원을 초과하는 진폐재해위로금을 수령하였으므로 이를 공제하면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는 자체보상금액은 남아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수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