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1. 8. 10. 선고 2020나30931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1,310,590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 19.부터 2021. 8. 10.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3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전 지급을 명한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4. 5. 6.부터 1990. 5. 30.까지 피고에서 탄광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나.

망인은 1992. 3. 16.부터 1992. 3. 21.까지 의료법인 D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면서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 진폐증 1/1 병형 소견을 보였고, 1999. 12. 13.부터 1999. 12. 18.까지 같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2형(2/1) 진폐증 진단과 함께 11급 9호의 장해등급을 받았으며, 2000. 11. 27.부터 2000. 12. 2.까지 같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2형 진폐에 동반된 활동성 폐결핵(tba) 진단과 함께 요양 판정을 받았다.

다.

이후 망인은 같은 병원에서 입원 요양을 하던 중 2014. 1. 15. 사망하였다. 망인의 직접사인은 심폐부전, 중간선행사인은 폐렴, 폐암(의증), 선행사인은 폐기종, 진폐증이다.

라.

피고가 노동조합과 체결하여 1990. 4. 1.부터 1992. 3. 31.까지 적용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65조는 "회사는 조합원의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6조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2,420일분(산재보상 1,300일분, 자체보상 1,000일분, 산재장례비 120일분)을 유족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협약 제67조는 "본 장의 보상금을 받을 권리는 퇴직으로 인하여 변경 또는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위와 같이 유족들에 대한 자체보상금의 지급을 정한 규정을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이라 한다).

마.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하였다.

바.

원고는 2015. 1. 26.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진폐예방법'이라 한다)에 따른 유족위로금 111,010,270원을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 요지

망인은 피고에 근무 중 노출된 석탄분진 등이 원인이 되어 진폐증에 걸렸고, 진폐증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에 따라 평균임금의 1,000일분에 해당하는 159,902,860원에서 진폐예방법에 따른 유족위로금 111,010,270원을 공제한 48,892,59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퇴직 후 진폐증 진단을 받고 그 이후 사망한 경우에도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권이 인정되는지

가)

관련 법리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참조). 다만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ㆍ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452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제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질병의 발생 및 근로자의 사망 시점이 퇴직 전인지 후인지를 묻지 않고, 유족에게 자체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피고의 주장처럼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재직 중 사망하였을 경우"로 한정해서 해석할 합리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형 해석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피고는 "위 규정은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고, 진폐증과 같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나, 이 또한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②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그 문언상 "피고가 근로기준법상의 유족보상, 장례비를 지급할 의무가 생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유족급여, 장의비)가 지급될 수 있을 때, 위 보험급여에 더하여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이다. 즉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보험급여가 지급되는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피고가 유족에게 자체보상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체보상금 역시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렀는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근로자의 사망 시점이 퇴직 이전인지 이후인지와는 무관하다.

③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형태는 일률적이지 않다. 질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발병 이후 단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고, 오랜 기간 투병 끝에 사망(이 사건과 같은 진폐증 등)할 수도 있으며, 질병의 발병과 동시에 사망(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등)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사고 직후 사망할 것이나, 장기간 입원 끝에 사망할 수도 있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위와 같은 다양한 사망의 형태를 도외시한 채, 사망 시점과 해당 시점에서의 근로자 지위 유지 여부라는 우연하고도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④

특히 업무상 생긴 질병이 매우 중하여 사망이 예상되는 등 퇴직이 불가피한 경우, 그러한 퇴직으로 인하여 사망보상금을 받게 되지 못하는 결과는 부당하다. 이러한 경우 피고 주장에 따르면 자체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을 하지 않은 채 휴직을 하여야 하는데, 이때 피고는 휴직기간에 대하여도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가 당사자들의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진정한 의사였는지 상당히 의문이다.

⑤

이 사건 단체협약 제67조는 "본 장의 보상금을 받을 권리는 퇴직으로 인하여 변경 또는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근로자의 퇴직이라는 사실로 근로자의 재해보상금에 관한 권리에 변경 또는 소멸이 없게 하여 근로자의 퇴직과 무관하게 근로자의 재해보상금에 관한 권리를 보장함에 있다. 위 규정은 재직 중 재해로 인한 것이면 퇴직 전까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보상금을 받은 권리에 변경이 없다는 것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⑥

진폐증이란 분진을 흡입함으로써 폐장 내에 병적 변화를 가져오는 질병인데, 개인에 따라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가 달라 분진의 여과능력이 다르고 개인에 따른 면역기능의 차이는 폐에 침입한 분진을 처리하는데도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진폐증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발생 시기를 달리하는 특수성이 있는바, 설령 퇴직 이후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인 이상, 피고는 자체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망인이 업무상으로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가)

관련 법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가 지급될 수 있을 때, 피고가 위 보험급여에 더하여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지 여부, 즉 망인이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업무상 질병을 얻었고 이를 원인으로 사망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야 한다.

분진작업에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폐 및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 합병증,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하였을 때 진폐 및 합병증 등과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나)

구체적 판단

망인은 1984. 5. 6.부터 1990. 5. 30.까지 피고에서 탄광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분진이 발생하는 채탄작업에 종사하였던 사실은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고, 위 인정 사실과 앞서 제시한 증거에 더하여 이 법원의 울산광역시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은 피고에서 채탄업무를 수행하던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진폐증을 얻었고, 그 진폐증과 합병증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된다.

①

망인은 1990. 5. 30. 피고에서 퇴사한 다음 1992. 3. 16.부터 1992. 3. 21.까지 의료법인 D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1/1 병형 진폐증으로 처음 진단받았다. 망인은 1990. 12. 16.부터 1999. 12.경까지 울산광역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였는데, 망인의 업무는 쓰레기 매립장에 출입하는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하는 것으로 위 업무가 망인에게 진폐증을 유발하였다거나 망인의 진폐증을 악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망인은 1999. 12. 13.부터 1999. 12. 18.까지 의료법인 D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2형(2/1) 진폐증 진단과 함께 11급 9호의 장해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1992년도에 진단받은 진폐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③

F연구소는 망인이 "진폐에 동반된 고도 중증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폐렴에 의해 악화되어 사망하였다"는 내용의 자문회신서를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에 제출하였고, 위 자문회신서에는 망인의 사망이 진폐에 따른 사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3)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과 평균임금 산정기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의 증감 제도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통상적인 임금 수준이 상승하거나 저하하였음에도,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고정적인 보험급여액이 지급되는 데에서 생기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6두3568 판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제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한 평균임금 증감 제도에 따라 증감된 평균임금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①

이 사건 단체협약 제65조는 "회사는 조합원의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이 걸린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한다", 제66조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2,420일분(산재보상 1,300일분, 자체보상 1,000일분, 산재장례비 120일분)을 유족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없는 것을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 지급한다는 점을 규정한 취지라고 보인다.

③

이 사건 단체협약의 각 규정의 형식이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조합원 개인이나 유족에 대한 산재보상, 자체보상, 산재장례비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모두 같은 기준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평균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 당시(2014. 1. 15.)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평균임금은 142,320.86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망인에 대한 자체보상금은 142,320,860원(= 142,320.86원 × 1000일) 중 원고가 공제를 자인하는 진폐예방법에 따른 유족위로금 111,010,270원을 공제한 31,310,590원(= 142,320,860원 – 111,010,270원)이 된다.

4)

소결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자체보상금 31,310,590원과 이에 대하여 그 최초 지급청구일인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9. 1. 1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8.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신의칙 위반 항변

1)

항변 요지

망인은 진폐증에 걸린 이후 사망할 때까지 20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하였는데 망인의 사망에 대해서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에 따라 피고에 보상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피고에 불측의 손해를 가하여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2)

판단

앞서 제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자체보상청구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①

유족보상청구권이라는 권리는 그 특성상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이후 상당 기간 경과 후에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피고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②

망인이 진폐증으로 판정되고 사망할 당시까지 20년 넘게 겪은 고통은 피고가 업무상 재해 발생 20년 후 예상하지 못한 자체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받는 불이익과 비교해 볼 때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③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고 장시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유족보상청구권의 행사를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본다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사망의 시점이라는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④

망인이 진폐증을 고의로 악화시켜 사망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를 괴롭힐 목적으로 자체보상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등의 사정이 전혀 없다.

나.

이중보상 금지원칙 위반 항변

1)

항변 요지

가)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진폐예방법'이라 한다) 제26조는 "진폐재해위로금은 근로자 또는 그 유족이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갈음하여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미 '사업주와의 합의에 의하여 진폐에 의한, 퇴직 또는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수령한적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을 수령하였고, 이는 사업주와의 합의에 의한 보상금을 갈음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나)

설령 원고가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더라도 진폐예방법 제26조의 취지를 고려하면 원고가 이미 수령한 진폐예방법상 진폐재해위로금 상당액은 공제되어야 하고, 원고는 111,010,270원의 유족위로금과 103,521,090원의 장해위로금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금액을 공제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자체보상금은 없다.

2)

관련 법령

3)

판단

가)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의 해석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는 본문에서 근로자 또는 유족에게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에 갈음하여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도록 하고, 그 단서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별급여를 받은 경우와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조문의 내용 및 구조상 위 규정 본문은 위로금 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손해배상 청구권임을 밝히는 것이고, 단서에서 위로금 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 단서 제2호에 의하면, 근로자 또는 유족이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라 진폐에 따른 장해, 퇴직 또는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을 청구할 수 없다. 반대해석상 근로자 또는 유족이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을 먼저 지급받은 경우에도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은 약정에 따른 보상금으로서 손해배상금의 성격을 갖는 진폐예방법상의 위로금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하나, 이중보상금지의 원칙상 보상금과 위로금의 중복 수령을 금지함으로써 형평을 기하려는 것이 위 규정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나)

진폐예방법 소정의 진폐위로금이 이 사건 자체보상금에 갈음하여 지급된 것인지 진폐예방법 제26조에서 위로금 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사유 중 제1호에서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특별급여 또는 유족특별급여'는 보험가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업무상의 재해로 근로자가 장해 또는 사망한 경우에 수급권자가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갈음하여 청구하는 것이고(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8조 제1항, 제79조 제1항), 위 법에 따라 수급권자가 특별급여를 받으면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보험가입자에게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제78조 제2항, 제79조 제2항). 위 규정의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특별급여 및 유족특별급여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갈음하여 특별급여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별급여를 받은 경우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는 보험가입자에게 민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특별급여청구와 민사법상의 손해배상청구 중 어느 일방의 선택을 요구하는 입법방식을 택하고 있다).

진폐예방법 제26조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에 갈음하여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도록 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별급여를 받은 경우와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진폐재해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위로금 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고는 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8조 제2항, 제79조 제2항과 같이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받는 경우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권리 포기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근로자의 유족이 개정 후 진폐예방법 제24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 또는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4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유족위로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유족의 사업주에 대한 민사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 또는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 청구권 등의 권리 자체가 소멸된다거나, 위와 같은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자체보상금에 갈음하여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재해위로금을 수령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자체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는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진폐예방법에 따른 유족위로금 외에 장해위로금도 공제되어야 하는지

원고가 진폐예방법에 따라 수령한 유족위로금 111,010,270원의 공제를 자인하여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 청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는 원고가 진폐예방법에 따라 수령한 장해위로금 103,521,090원도 공제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장해위로금과 유족위로금은 그 성격과 귀속 주체가 달라 보상금 청구의 제한 여부도 별개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 사건 자체보상금은 이 사건 자체보상금 규정의 문언상 유족과 피고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이지 진폐근로자에 대한 보상금이 아님이 명백하고 달리 장해위로금에 대응하는 보상금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이 법원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대현(재판장) 이재민 고병용

각주1)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의 경우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2010. 11. 21. 이후에는 유족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진폐유족연금이 지급된다.

각주2) 진폐에 걸린 근로자가 생전에 진폐위로금을 자신의 건강관리 및 생활안정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종전에 진폐근로자에게 지급하던 장해위로금과 진폐근로자의 사후에 유족에게 지급하던 유족위로금을 통합하여 진폐근로자에게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개정 후 진폐예방법 규정은 진폐위로금의 종류가 변경된 것 외에는 개정 전과 거의 동일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