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5. 12. 18. 선고 2025가단30834 판결

보상금 청구의 소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15,566,880원 및 이에 대한 2025. 3. 28.부터 2025. 12. 18.까지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관계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4. 11. 10.부터 1998. 2. 27.까지 피고에 근무한 사람,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 피고는 1974.경 설립되어 탄광을 운영하면서 무연탄 광업등을 하는 회사이다.

나.

망인의 진폐증 등 진단, 요양 및 사망

망인은 피고 재직 중인 1988. 9.경 처음으로 진폐증 진단을 받았고, 그 후 1996. 9.3. 진폐병형(2/2형)으로 장해등급(11급) 판정을 받은데 이어 1997. 9. 2. 진폐정밀진단결과 진폐병형(2/3형) · 합병증 tba(활동성 폐결핵) 진단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같은 해 12. 16. D로부터 요양대상으로 판정받았다.

이에 망인은 1998. 2.경부터 요양을 받기 위해 E병원에 입원한 이래 그로부터 20년이 넘도록 대부분의 기간을 입원 상태로 요양치료받다가 2020. 11. 9. 위 병원에서 6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사인은 폐암, 선행사인은 진폐증이다.

다.

단체협약

망인의 퇴직 당시 적용되는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1996년도 단체협약 중 재해보상 규정은 아래와 같다(그중 제62조에서 정한 자체보상 1,300일분을 이하 '자체보상금'이라 한다).

라.

진폐유족위로금

원고는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진폐예방법'이라 한다)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라 2021. 4. 13.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망인의 사망에 따른 진폐유족위로금 173,350,320원(사망시기의 평균임금222,244원×1,300일분×60%)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33호증, 을3호증의 각 기재】

2.

청구원인 등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업무상 질병에 따른 망인의 사망을 원인으로 자체보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피고는 아래 각 항과 같이 이를 다툰다.

나.

판 단

1)

퇴직 후(또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경과 후) 사망한 근로자에 대하여

㉮

앞서 본 단체협약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자체보상금의 지급을 조합원이 재직중 사망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점, ㉯ 자체보상금 등을 받을 권리는 퇴직으로 인하여 변경 또는 소멸되지 않는다고 제63조에서 명시한 점, ㉰ 따라서 피고 근로자가 업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업무상 질병을 입고 사망하였다면 그 근로자마다 우연한 제각각의 사망시점에 따른 조합원 지위의 상실 여부, 즉 퇴직 전과 후 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따라 달리 처우할 까닭이 없는 점, ㉱ 제62조는 그 문언상 업무상 사망이라는 유족보상의 요건이 발생하면 산재보험법상 급여에 더하여 자체보상금도 피고가 지급한다는 취지로 보일 뿐이고, 이와 다르게 해석할 근거가 없는 점, ㉲ 해당 규정은 1976년 도입 이래 큰 변화 없이 단체협약에서 계속하여 유지되어 온 점, ㉳ 더욱이 피고의 주장에 의한다면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이 중하여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퇴직이 불가피함에도 자체보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퇴직처리가 되지 않은 채 휴직 등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한 상황이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였을지도 의문인 점 등을 종합하면, 아래 2)항과 같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재직 중 업무상 질병을 얻고 퇴직 후 사망한 근로자에게도 자체보상금 규정이 적용된다 할 것이다(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인과관계

앞서 본 사실과 증거에 을11호증과 삼척세무서의 과세정보회신을 보태어 인정되는 아래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의 피고 재직 중 생긴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따라서 이를 다투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진폐증은 그 특성상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진행을 계속하는바, 산재보험법은 암석 취급 등 분진작업의 이력이 있는 근로자의 진폐증을 업무와 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고 있다(산재보험법 제91조의 2).

나)

피고 탄광 근로자가 행하는 '굴진 작업'은 석탄이 묻혀 있는 탄맥까지 갱도를뚫는 작업이고, 그중 '후산부'는 암석을 직접 뚫거나 발파로 부수는 숙련자인 '선산부'를 보조하면서 부서진 암석을 치우거나 갱도에 지주목을 세우는 작업 등을 주로 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피고 재직 중인 1988. 9.경 정기검진에서 진폐증 진단을 받았는데, 그 산재보험급여원부(갑3호증)에 기재된 상병부위에도 망인이 피고 입사시기부터 분진에 노출되는 굴진 작업(후산부)에 종사하였음을 뜻하는 'B분진;굴·후84.11.10~재직'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바, 이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진폐증은 분진작업의 이력이 있는 근로자의 업무와 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다)

망인은 요양을 시작한 1998. 2.경부터 사망시인 2020. 11.경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입원하여 진폐증 등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라)

망인이 진폐증이 원인이 된 폐암으로 사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망인은 장기간 앓아 온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폐암 진단 전인 2020. 3. 9. 심폐기능이 경도장해(F1)에 이를 만큼 이미 악화되어 있었다(망인은 같은 해 5. 29. 영상검사를 통하여 폐암 소견을 받았다).

마)

그 밖에 예컨대 망인의 기왕증 또는 타 업무 수행이나 흡연력(폐암 사망원인의 85%가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간접흡연이 있었다면 그 노출기간 및 노출량에 관한 사실 등 인과관계의 진행을 방해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바)

앞서 본 보험급여원부 및 직업력, 과세정보회신 등에 의하면 오히려 망인은 피고 재직 중 생긴 진폐증과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퇴사 후 별다른 직장을 갖지 못한 채 요양하면서 주로 상병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3)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평균임금의 적용시기)

앞서 든 증거에 을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를 보태어 인정되는 아래 사정을 종합하면, 자체보상금의 산정기준은 당사자들이 합의한 단체협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산재보험법상 증감된 평균임금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따라서 사망시기와 관계없이 퇴직시의 평균임금에 따라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앞서 본 단체협약의 문언에 의하면 자체보상금에 평균임금의 기준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는데,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명시한 제61조와 달리 할 이유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산재보상 · 자체보상 · 산재장례비 모두 같은 기준에 따른 평균임금을 적용함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자체보상금을 처음 도입한 1976년도 단체협약도 휴업보상 등 관련규정에 "산재보상법에 의하여 평균임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기도 하였다). 나) 그렇기 때문에 그 총액(2,720일분) 역시 위 세 항목의 평균임금을 단순 합산한 값으로 기재되었을 뿐이고(그중 자체보상금에 한하여 평균임금의 기준을 달리한다면 이렇게 그대로 합산할 까닭이 없다), 자체보상금 규정에 '산재'라는 문구가 따로 없는 것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취지라기보다는 그 지급근거가 산재법령이 아닌단체협약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다)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평균임금을 의미하는데(산재보험법 제5조 제2호), 자체보상금의 연혁과 유래를 살피더라도 자체보상금에 관한 단체협약 규정은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천일분의 유족보상을 행하여야 한다"는 당시의 구 근로기준법(제82조) 조항을 참고하거나 이를 그대로 편입한 것으로 보인다(1992년도 단체협약부터 '천일분'이 이 사건과 같은 1,300일분으로 증가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자체보상금을 단체협약으로 정함에 있어 산재보험법 등 법률에서 정한 평균임금 산정방법에 따르기로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한편 피고가 퇴직시 평균임금 적용으로 들고 있는 자체보상금 지급 사례(을8,9호증)들은 끼임, 전복, 추락 등 갱내 사망 사고로서 원인과 그 결과인 사망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근접하므로, 작업 중 분진 등 흡입으로 발생하는 진폐증과 같이 원인과 그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더디게 진행하거나 시간적 간극이 큰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선례로 보기 어렵다.

마)

앞서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업무상 질병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까지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하였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거나 물가와 통화가치가 크게 변동한 결과 망인의 퇴직시(35,023원)와 사망시(222,244원)의 평균임금에 큰 차이가 생기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이에 따라 보상에 수반되는 피고의 재정적 부담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나아가 탄광산업은 갱내 작업의 특성상 폭발, 붕괴, 매몰, 추락 등 크고 다양한 위험성이 있고 다른 산업에 비해 재해사망 비율도 높다.

단체협약에 자체보상금이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오일쇼크 등 탄광산업의 활성화 및 이에 비례한 갱내 사고의 증가로써 협상에 임하는 노사가 주로 위 라)항 사례와 같은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을 중시하였을 터이므로, 작업장에서 갱내 근로자가 처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위험, 즉 이 사건과 같이 뒤늦게 사상에 이르는 진폐증을 일으키는 분진 등 유해물질 흡입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진행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진폐증의 특성이나 그로 인한 보상금의 증액에 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바(자체보상금은 재직 중 사망 또는 갱내 사망 사고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을5, 6, 10호증 각 진술도 이와 유사한 견해로 볼 수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업무상 사망에 있어 진폐증에 의한 경우에만 자체보상금 규정의 해석이나 산정기준을 달리 할 수는 없다고 본다.

4)

이중보상금지(자체보상금 청구의 제한)

피고는 원고가 유족위로금 등을 수령하였으므로 관계법령의 아래와 같은 이중보상금지 규정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자체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와 노동조합이 합의한 자체보상금은 위 조항의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발생원인은 물론 법적 성질이나 요건을 달리하므로, 위와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만 위 규정에 의한다면 근로자 또는 그 유족이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라 진폐에 따른 사망 등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유족위로금을 청구할 수 없는데, 이와 반대로 유족위로금을 먼저 받은 경우에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 및 이중전보의 방지를 위하여 그 금액만큼 사업주와의 합의에 의한 진폐에 따른 사망보상금, 즉 자체보상금의 청구가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이렇게 제한하지 않으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보상금수수와 유족위로금 신청의 선후관계에 따라 유족이 지급받게 되는 총액이 달라지는바, 이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부당한 결과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원고도 이 사건에서 유족위로금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구하고 있다).

5)

자체보상금의 계산 및 공제

앞서 본 망인의 사망시에 적용되는 산재보험법상 평균임금(222,244원)으로 산정한 자체보상금에서 위 4)항과 같이 원고가 지급받은 유족위로금을 공제하면, 115,566,880원{(222,244원×1,300일)-173,350,320원}이 된다.

6)

소 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체보상금으로 위 115,566,88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5. 3. 28.부터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판결선고일인 2025. 12. 18.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정원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