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이 사건 각 공소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D은 경북 경주시 E에서 토목 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강원 고성군 F 콘도 G동 신축공사를 주식회사 H로부터 도급받아 시공하는 사업주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B은 경기 광명시 I건물 J동 15층 K호에서 조경식재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피고인 주식회사 D로부터 위 신축공사 중 수목이식 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한 사업주이다.
피고인 C는 피고인 주식회사 D 소속 회사원이자 위 신축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으로, 위 신축공사 현장에서 사업주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피고인 A은 피고인 주식회사 B 소속 회사원이자, 위 신축공사 현장 중 수목이식 공사의 현장소장으로, 위 공사현장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피고인 A
피고인 A은 2019. 3. 12. 09:08경 위 신축공사 현장에서 피해자 L(71세) 등 근로자들로 하여금 잔디제거 및 토지 평탄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당시 그곳에는 초속 약 14.4m의 바람이 부는 등 작업 도중에 강풍으로 인하여 설비 또는 자재 등이 날아가 사람 등에 부딪힐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 공사현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는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 지시를 보류하거나 바람에 의하여 날아갈 수 있는 물체를 치우거나 고정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그곳에 있던 개당 무게 약 17.5kg 합판 3개를 그대로 방치한 과실로, 같은 날 09:08경 위 합판이 약 20m 가량을 날아가 그곳에서 잔디 제거 작업을 하던 피해자의 등 쪽 부위를 충격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의무를 위반함과 동시에 위와 같은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양쪽 갈비뼈의 다발성 골절, 양쪽 폐파열, 양쪽 흉강 내 출혈 및 척추뼈(등뼈 11번 및 허리뼈 2번)의 골절 등으로 같은 날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C
피고인 C는 위 신축공사의 시공사인 주식회사 D 소속 회사원으로, 위 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위 신축공사의 수급인인 주식회사 B 소속 A으로 하여금 잔디제거 및 토지 평탄화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당시 그곳에는 초속 약 14.4m의 바람이 부는 등 작업 도중에 강풍으로 인하여 설비 또는 자재 등이 날아가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부딪힐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 또는 사업주의 위임을 받은 자는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작업 지시를 보류하거나 바람에 의하여 날아갈 수 있는 물체를 치우거나 고정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그곳에 있던 개당 무게 약 17.5kg 합판 3개를 그대로 방치한 과실로, 같은 날 09:08경 위 합판이 약 20m 가량을 날아가 그곳에서 잔디 제거 작업을 하던 피해자 L의 등 쪽 부위를 충격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가 수급인인 주식회사 B의 근로자에게 부딪힐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의무를 위반하였고, 위와 같이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양쪽 갈비뼈의 다발성 골절, 양쪽 폐파열, 양쪽 흉강 내 출혈 및 척추뼈(등뼈 11번 및 허리뼈 2번)의 골절 등으로 같은 날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주식회사 B
피고인은 위 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A이 위 1항 기재와 같이 근로자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1>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주식회사 D
피고인은 위 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C가 위 2항 기재와 같이 수급인인 주식회사 B 소속 근로자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2>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위반행위를 하였다.
관련 법령
별지 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인 A, 주식회사 B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성립 여부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위 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위 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 외의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위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규칙상 안전조치의무
피고인 A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71조<3>,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의 점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A의 사용인으로서의 책임을 묻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의 점이다.
각 공소사실의 공통 전제는 피고인 A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이 정한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해당 안전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4항에 의하여 고용노동부령인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9. 4. 19. 고용노동부령 제251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보규칙'이라 한다)에서 정하고 있다. 구 산보규칙의 안전조치의무 중 강풍으로 물체가 날아와 근로자 사망을 초래한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업주는 비·눈·바람 또는 그 밖의 기상상태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정한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이다. 결국 피고인 A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려면, ① 이 사건 발생 장소가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여야 하고, ② 이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이 '바람 등 기상상태의 불안정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한편 검사는 2021. 3. 9.자 의견서를 통하여 이 사건에서 위반이 문제되는 안전조치의무로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뿐만 아니라 구 산보규칙 제14조 제2항 및 제32조 제1항 제1호의 의무도 제시하였다. 그러나 구 산보규칙 제14조 제2항의 안전조치의무는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에 대한 위험방지조치의무로서, 이 사건과 같이 피해 근로자의 작업 내용(잔디 제거)과 무관하게 주변에 있던 물체가 강풍에 날아온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구 산보규칙 제14조 제2항이 예시로 든 '낙하물 방지망, 수직보호망 또는 방호선반의 설치,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보호구의 착용' 등도 이 사건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구 산보규칙 제32조 제1항 제1호의 안전모 지급 의무에 대하여 보더라도, 강풍에 날아온 주변 물체가 근로자의 등 쪽을 충격한 이 사건과 안전모 지급 의무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및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여부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해당 여부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의 안전조치의무는 그 위임규정인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의 적용을 전제로 하므로, 이 사건 사고 장소가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 이 사건 사고 장소가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는 F 골프코스 중 11번 홀의 티박스 부근 잔디밭으로서 주변에 소나무가 일부 심어져 있는 개활지이다.
피해자가 한 잔디 정리 작업의 내용 자체로는 물체가 날아올 위험을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작업하던 위치는 문제의 합판이 위치한 지점으로부터 약 20~30m 떨어져 있었고, 그 중간에는 골프카트용 도로가 나 있었으며, 높낮이도 피해자의 작업 위치가 합판 위치보다 조금 더 높거나 거의 평행한 상태였다(수사기록 103쪽, 211쪽 사진).
그러나 일반적으로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악천후 등의 변수로 인하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개활지도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다면 주변 나무가 쓰러지거나 상당한 크기의 돌이 날아가 근로자에게 안전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개활지도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의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 해당 여부는 장소의 객관적 성질뿐만 아니라 기상 등 가변적 요소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점이 바로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강풍으로 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 장소가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여부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은 어느 정도의 풍속을 초과하는 경우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명시하고 있지 않다(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0. 12. 8.자 사실조회회신). 그런데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은 형벌법규인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의 구성요건 중 하나를 이루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히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의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작업을 중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려면,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인의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당시 누구든지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상황이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판단 과정에서는 사고 당시 기상예보, 사고 무렵 풍속, 작업의 내용, 유사 규정들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생 당시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사고 당시 기상예보
일반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의 판단기준으로는, 기상청에서 위험 기상 발생이 예상될 때 발표하는 기상특보인 '강풍주의보'를 들 수 있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풍속 1405 이상 또는 순간풍속 2016이 예상될 때, 산지에서 풍속 17% 이상 또는 순간풍속 25%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한다.
그런데 이 사건 당일인 2019. 3. 12. 기상청에서 이 사건 지역에 강풍주의보를 발표한 시점은 피해자가 작업을 시작한 이후이자 이 사건 사고 발생 8분 전인 09:00경이었고, 그 강풍주의보의 발효시점은 사고 발생 이후인 10:00 경이었다. 즉 피해자의 작업 시점 당시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무렵 풍속
F 내에 설치된 기상관측기(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70m 떨어진 곳에 위치)의 기록에 의하면, 2019. 3. 12. 00:00경부터 09:00경까지 평균풍속 3.9 ~ 7.1m/s, 순간최대풍속 10.8 ~ 14.4m/s이었고, 사고 발생 직전인 09:00경 평균풍속은 1.7m/s, 순간최대풍속은 14.4m/s이었다.
기상청이 설치한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인접한 M에 있는 관측소의 기록에 의하면, 2019. 3. 12. 08:00경부터 09:08경까지 순간최대풍속은 12.1 ~ 16.9m/s이었고, 1분당 평균풍속은 9.8 ~ 14.1m/s이었으며, 10분당 평균풍속은 10.8 ~ 13.1m/s이었다. 그 중 이 사건 사고 발생 시점인 2019. 3. 12. 09:08경을 기준으로 하면 순간최대풍속 16.3m/s, 1분당 평균풍속 14m/s, 10분당 평균풍속 13.1m/s이었다(수사기록 190, 191쪽). 또한, 위 관측소 기록에 의한 2019. 3. 12. 01:00경부터 09:00경까지 시간당 평균풍속은 10.8 ~ 14m/s이었다.
이 사건 사고 무렵 측정된 순간최대풍속 14.4m/s(N 관측기) 또는 16.3m/s(O 관측소)의 바람이 이례적으로 강한 바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순간최대풍속은 사후에 측정한 기록이므로, 이를 두고 사전에 그러한 정도의 강한 바람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이처럼 측정된 평균풍속이나 순간최대풍속은 앞서 본 산지의 강풍주의보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 산보규칙의 유사 규정들과의 비교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은 풍속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고, 이 사건과 같은 '잔디제거작업'에 관한 강풍 관련 안전조치의무를 정한 규정도 없다. 한편 구 산보규칙에는 작업내용에 따라 일정한 풍속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한 규정들(구 산보규칙 제37조 제2항, 제140조, 제143조, 제154조, 제161조, 제383조 제1호)이 있는데, 그 작업내용들은 타워크레인 작업, 양중기를 사용한 작업, 리프트나 승강기 관련 작업, 철골작업 등 강풍으로 인한 위험성이 일반적으로 예견되는 작업들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강풍으로 인한 위험성을 예견하기 어려운 이 사건 잔디제거작업에 위 풍속 기준들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유사규정들의 풍속 기준은 소극적 판단 기준으로 고려할 여지는 있다. 즉 이 사건 당시의 풍속이 강풍으로 인한 위험이 일반적으로 예견되는 작업들의 안전조치의무 발생 기준에조차 미치지 못한다면, 안전조치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발생 지점과 제일 가까운 N 관측기에서 사건 당일 00:00경부터 09:00경까지 측정된 가장 높은 순간최대풍속인 14.4m/s는,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2항에서 타워크레인의 운전 작업 중지의무 기준으로 정한 순간풍속 15m/s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N 관측기에서 사건 당일 00:00경부터 09:00경까지 측정된 평균 풍속인 최대 7.1m/s는,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2항에서 철골작업 중지의무 기준으로 정한 10m/s(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0. 12. 8.자 사실조회회신에 의하면 이는 평균풍속을 의미한다)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기상청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인접한 곳에 설치한 O 관측소의 측정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발생 무렵 순간최대풍속이 16.9m/s에 달하였고 01:00경부터 09:00경까지의 시간당 평균 풍속이 10.8 ~ 14m/s이었으므로, 구 산보규칙에 따른 타워크레인 운전작업 중지, 철골작업 중지 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O 관측소의 측정기록과 N 관측기(사고지점에 더 가까움)의 측정기록 중 무엇이 사건 당시 불었던 바람을 더 정확하게 기록하였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나아가 강풍으로 인한 위험성이 일반적으로 예견되는 타워크레인 작업이나 철골작업에 대한 기준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소극적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을 뿐 이 사건 잔디작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사건 합판이 날아가기 위해 필요한 바람의 세기
피해자를 충격한 이 사건 합판은 미니굴삭기가 이동할 때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 깔아놓은 것으로서 개당 무게가 약 17.5kg에 달하고, 피해자의 작업위치로부터 약 20~30m 떨어져 있었다. 피고인들이 국제공인시험기관인 에이티에이에 의뢰한 풍속시험 결과는, 이러한 무게의 합판이 20m 이상 날아가기 위해 필요한 바람의 세기가 최소 30m/s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앞서 본 측정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발생 전까지 측정된 풍속은 O 관측소의 측정기록에 의하더라도 순간최대풍속 16.9m/s이었고 평균풍속은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또한, 이 사건 작업에 참가한 다른 근로자들도 "사고 순간의 바람이 그 전까지의 바람과 차이가 많이 있었다. 사고 전까지 바람 때문에 작업을 중단한 적은 없다."(증인 P), "사고 순간의 바람은 상상도 못할 바람이었다."(증인 Q)라는 등 사건 당시 바람의 세기가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당시 합판이 날아갈 정도로 강했던 바람은 관측소에조차 기록되지 않은 국지성 돌풍일 가능성이 있는데, 앞서 본 것과 같이 강풍주의보도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주 또는 행위자가 무게 약 17.5kg에 달하는 합판이 날아갈 정도의 국지성 돌풍까지 예상하여 작업을 중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타 검사가 드는 사정에 대한 판단
검사는, 이 사건 발생 2달 전에도 같은 골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가 강풍으로 인해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하는 등 위 골프장에 강풍이 수시로 불었다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원인이 된 강풍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전에 어떤 시점에 사고 지역에서 이례적인 강풍이 불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 정도의 강풍이 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강풍이 불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 강풍에 대비한 모든 안전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 기대가능성이 없으며,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을 그러한 취지라고 해석하기도 어렵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발생 장소가 '물체가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로서 '바람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므로, 피고인 A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및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주식회사 B에게 그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피고인 A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
피고인 A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 문제되는 주의의무는 강풍으로 인해 물체가 날아와 부딪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① 작업 지시를 보류할 의무 또는 ② 바람에 의하여 날아갈 수 있는 물체를 치우거나 고정시킬 의무이다.
이 중 ①번 주의의무는 앞서 본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와 같은 성격의 의무이고,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이 그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②번 주의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구 산보규칙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일반적인 주의의무인데, 앞서 본 사고 당시의 기상예보, 사고 무렵의 기상, 작업의 내용, 합판의 무게, 합판이 날아가기 위해 필요한 바람의 세기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이 당시 문제의 합판이 강풍으로 날아가 피해자와 부딪히리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 역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C, 주식회사 D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성립 여부
공소사실 적용법조
피고인 C에 대한 공소사실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4>,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위반의 점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D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C의 사용인으로서 책임을 묻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위반의 점이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따른 사업주 해당 여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따른 사업주'에 해당하여야 한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그 사업주를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제2호에서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을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변호인은, 피고인 주식회사 D이 수급한 공사는 모두 7개 공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조경공사의 대금은 1,033,702,878원인데, 피고인이 전문건설업체인 B에 하도급을 준 공사는 조경공사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인 96,360,000원 상당의 수목이식 공사 뿐이므로, 피고인 주식회사 D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주식회사 D은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콘도 신축공사사업 중 일부를 분리하여 피고인 주식회사 R을 비롯한 여러 업체에 하도급을 준 사업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주식회사 D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인 주식회사 D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로서 같은 법 제29조 제3항이 적용된다.
안전조치의무 위반 여부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C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을 위반하여, "도급사업 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하여야 할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 제15호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 중 하나로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를 예시하고 있고, 같은 시행규칙 제30조 제5항은 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는 이 규칙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규칙의 내용을 따른다고 정하고 있는데, 달리 시행규칙에 이 사건과 관련된 조치의무가 없으므로, 결국 여기서 문제되는 안전조치의무도 앞서 본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와 동일하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C 역시 구 산보규칙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주식회사 D에게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피고인 C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
앞서 피고인 A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C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조재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