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판결

춘천지방법원 2016. 6. 2. 선고 2016노106 판결

2016

주문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고, 만일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하여도 피고인이 납품받은 배추는 시가 약 5,000만 원 상당(작업비 제외시 약 3,000만 원 상당)에 불과하므로 계약금액인 2억 5,000만 원 전부를 편취금액으로 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제1 원심의 양형(징역 2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이 법원이 제1, 2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제1, 2 원심판결 판시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제1, 2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판단한다.

3.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2014. 7. 10.경 태백시 창죽동 소재 피해자 J의 배추밭에서 피해자에게 "나는 원주에서 김치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매출이 20억 원 정도 된다. 지금까지 많은 거래를 했지만 미지급금도 없고 깨끗한 회사이니 거래를 하자. 위 배추밭 21,000평에 있는 배추를 나에게 팔면 계약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잔금 2억 원은 2014. 7. 25.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그 무렵 원주시 K에서 김치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적자 상태에 있었고, 또 금융기관 대출채무 등이 7억 원 이상에 이르러 소유하고 있던 원주시 L 소재 토지는 경매 직전에 있는 등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었기에 피해자로부터 배추를 납품받더라도 약속한 기일에 그 대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4. 9. 20.까지 시가 2억 5,000만 원 상당의 배추를 납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 사정을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한 거짓말에 속아 피고인에게 배추를 팔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으므로, 기망행위가 존재했다.

②

피고인이 피해자와 배추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인은 채무초과 상태였으므로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

③

피고인이 피해자와 배추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시장시세를 기준으로 매매대금 2억 5,000만 원을 정하였으므로, 당시 위 매매대상 배추의 가액을 2억 5,000만 원으로 인정할 수 있고, 이후 피고인이 시세하락 등을 이유로 위 배추를 전부 납품받지 않은 사정은 피고인의 귀책으로 편취액 산정 시 고려할 점이 아니다.

4.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하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 매매계약서, 피고인의 매매계약 체결 당시 재산상태를 입증할 신용정보 사본 및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이 있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1)

인정사실

①

피고인은 2014. 7. 10.경 배추농사를 하는 피해자 J과 사이에 배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매계약]

○

갑: 매도인 피해자, 을: 매수인 피고인

1.

배추 매매수량: 경작면적 21,000평에서 농작한 배추 전부, 매매대금: 2억 5,000만 원 2. 계약금 5,000만 원 지급(지급일자 불상), 잔금 2억 원(지급일자: 2014. 7. 25.)

3.

을이 위약시 계약금을 무효로 하고 갑이 위약시 계약금을 배상하기로 한다.

4.

갑은 2014. 7. 20.까지 배추를 관리하고 그 후 관리책임은 을에게 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계약 당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잔금지급기일인 2014. 7. 25.까지 잔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2014. 8. 중순경부터 2015. 9. 16.경까지 피해자로부터 매매대상 배추 중 일부를 납품받아 이를 경매에 붙이거나 부산 등지에서 팔았고, 합계 약 5,0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다만 피고인이 배추 판매를 위해 사용한 비용이 약 2,000만 원이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4. 8. 28. '피고인은 배추 매매대금 2억 원 중 1억 5,000만 원을 2014. 8. 29. 지급하고, 만일 8. 29. 지급이 안 될 경우 전액을 2014. 9. 10.까지 지급하며, 이를 어길시 법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하여 배추매매대금을 2억 원으로 조정하였다.

⑤

강원도 태백지역의 배추농가에 2014. 7.경부터 2014. 9.경 사이에 배추바이러스병이 발생하여 태백지역 관내 배추 재배지 중 40%가 위 배추바이러스병에 전염되었다. 배추바이러스병이 배추 생육 초기 발생하면 상품성 저하로 출하를 못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배추 생육 후기에 발생할 경우에는 정상 출하가 가능하다.

⑥

피고인은 배추 매매계약 체결 당시 김치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적자 상태에 있었고, 또 금융기관 대출채무 등이 7억 원 이상에 이르러 소유하고 있던 원주시 L 소재 토지는 경매 직전에 있는 등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었다.

⑦

피고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배추 작황이 좋지 않거나 시세가 떨어지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2)

구체적 판단

①

피고인은 2014. 7. 10.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피해자에게 계약금 및 잔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2014. 7. 20. 이후에도 배추를 관리하거나 수확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않았고, 2014. 8. 중순경 피고인이 계약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추를 수확해 가는 것에 동의하였으며(피고인은 피해자가 먼저 배추 수확을 권유하였다고 주장한다), 2014. 8. 28. 피고인과 사이에 배추 매매대금 2억 5,000만 원을 2억 원으로 감액하기로 동의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 계약을 이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가 피해자와의 별도의 합의(매매대금 감액 조정 포함)에 의해 피해자로부터 배추를 납품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특히 2014년 7월 당시 태백시에 배추바이러스병이 발생하여 배추작황이 좋지 않았으므로 피해자가 배추를 달리 판매할 곳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즉,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기망에 의하여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배추를 납품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채무초과 상태여서 매매대금 2억 5,000만 원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했으나, (a) 피고인은 배추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추후 사정변경이 생기면 계약금이나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b)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 계약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는바, 만일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배추를 납품받을 목적으로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면 피고인이 2014. 7. 20. 이후 배추를 관리하지 않아 품질을 낮출 이유는 없어 보이는 점(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배추 판매로 인한 수익을 많이 얻지도 못하였다), (c)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매매대금 지급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망을 행한 적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배추 전부를 납품받을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민사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사기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위 사기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각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