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판결

춘천지방법원 2021. 11. 30. 선고 2021구합3083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의학, 치의학 등에 관한 교육, 연구, 진료 등을 목적으로 강원대학교병원(이하 ‘원고 병원’이라 한다)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2004. 12. 6. 강원도로부터 강원도재활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내용의 위·수탁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고, 2015. 8. 30.부터 이 사건 병원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다.

이 사건 병원은 2015년도분부터 장애인고용부담금의 납부 대상이 되었고, 원고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상 의무고용률을 산정함에 있어 이 사건 병원과 원고 병원을 분리하여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신고·납부하여 왔다. 이에 피고는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의 사업주는 모두 원고이므로 위 각 병원의 상시근로자 수를 합산한 상시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하여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가 위 각 병원을 분리하여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신고·납부함으로써 과소 신고·납부된 부분에 관하여 2021. 1. 13. 원고에게 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2021. 7. 20. 법률 제183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장애인고용법’이라 한다) 제33조에 따라 2017년도 장애인고용부담금 및 가산금 합계 25,009,600원(= 부담금 22,736,000원 + 가산금 2,273,600원), 2018년도 장애인고용부담금 및 가산금 합계 20,790,000원(= 부담금 18,900,000원 + 가산금 1,890,000원), 2019년도 장애인고용부담금 및 가산금 합계 53,028,800원(= 부담금 48,208,000원 + 가산금 4,820,800원)을 추가로 징수하는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⑴ 원고가 강원도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이 사건 병원은 인사ㆍ조직ㆍ재무ㆍ회계 등 전반에 있어서 원고 병원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 관하여 강원도의 전반적인 지도감독 및 규제를 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병원의 실질적인 경영주체는 원고가 아니라 강원도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병원에 관하여 구 장애인고용법상 장애인 고용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의 상시근로자 수를 모두 합산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⑵ 원고는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을 분리하여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신고하여 왔고, 피고는 장기간 이를 문제 삼지 아니하고 원고의 위 신고를 수리하다가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⑶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인사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이 사건 병원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담보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 병원만이 일방적으로 장애인을 더 고용하고, 이 사건 병원은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의무를 면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판단

⑴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의 사업주인지 여부

㈎ 구 장애인고용법은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그 근로자의 총수의 100분의 5의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이하 ‘의무고용률’이라 한다) 이상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고(제28조 제1항),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상시 50명 이상 100명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제외)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 일정기한까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신고․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항, 제5항). 그리고 구 장애인고용법에서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거나 하려는 자를 말하고,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제2조 제4호, 제5호).

위와 같은 규정들의 문언과 내용 및 구 장애인고용법에는 고용보험법 제8조와 같이 그 적용단위를 사업장별로 분리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제24조 제3항 제2문이 의무고용률 산정과 관련하여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사업에 대해서만 각 사업장별로 상시 고용하는 근로자의 수를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 장애인고용법에서 정한 ‘사업주’란 사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법주체를 의미하고, 어떤 사업주가 국내에서 여러 사업장을 경영하는 경우에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여부는 공동주택 관리사업과 같이 특별한 예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업주가 경영하는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합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두5941 판결, 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0헌바432 결정 참조).

㈏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병원의 근로자는 원고 병원장이 아닌 이 사건 병원장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임금도 원고 병원장이 아닌 이 사건 병원장 명의로 지급받았으며,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의 수입, 지출은 독립회계로 별도 관리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이 사건 병원이 원고 병원과 다른 별개의 사업장이라는 점에 대한 근거사실에 불과하다.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 내지 4, 6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법주체로서 구 장애인고용법상 장애인 고용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여부는 원고가 운영하는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의 상시근로자 수를 합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구 장애인고용법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주체로서의 사업주를 대상으로 장애인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따른 부담금 등을 규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 사업장의 분리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조직․예산․인사의 독립성 등의 고용보험법상의 사업장 분리적용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의무 및 고용부담금 납부의무의 주체인 ‘사업주’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②

강원도재활병원 조례 제4조 제1항에서는 강원도지사가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병원의 관리·운영을 위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위 조례에 근거하여 강원도는 원고와 이 사건 병원 위·수탁운영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위·수탁운영 협약서 제4조는 ‘강원도는 원고의 병원 운영에 관하여 감독권을 갖되 원고가 독립채산제에 의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병원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2조 제1호는 민간위탁을 ‘강원도지사의 사무 중 일부를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맡겨 그의 명의와 책임 하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협약 및 조례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을 운영 과정에서 강원도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자율성을 가지고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함과 동시에 대외적인 법률관계에서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③

원고의 정관 제56조는 ‘원고 병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타병원과 계약에 의하여 수탁병원 등의 지원협력병원을 운영할 수 있고, 지원협력병원의 운영에 필요한 기본사항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따로 정한다(제1항)’, ‘수탁병원에 원장을 두되, 수탁병원장은 원고 병원장이 이사회의 동의와 위탁자의 승인을 얻어 임명하고, 수탁병원장은 원장의 명을 받아 수탁병원의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한다(제2항 제1호, 제2호)’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고는 위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병원의 수탁운영 및 이 사건 병원장의 임명 동의 여부 등을 결의하였고, 이 사건 병원장은 원고 병원 소속 의사로 임명이 되었으며, 원고가 직접 이 사건 병원에 파견할 의사에 대한 채용공고를 내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병원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인다.

④

원고 병원은 2014년, 2015년, 2016년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실시하여 고정자산관리·복무관리·인사관리·미수관리·의료기기관리 등에서 부적정 처리된 부분을 지적하였고, 그 중에는 이 사건 병원이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의무고용률에 맞게 인력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의 지적사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실제로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⑵ 신뢰보호원칙의 위반 여부

㈎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0두8684 판결,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두46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실행위에 불과한 신고의 수리행위는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두13491 판결 참조).

㈏ 구 장애인고용법 및 그 하위 법령을 살펴보면, 사업주가 제출한 ‘장애인고용부담금 신고서’를 행정청이 수리하였다 하여 곧바로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며, 신고서를 접수한 행정청이 그 실체적 요건까지 심사하여 그 수리를 거부하거나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장애인고용부담금 신고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자기완결적 신고에 해당하고, 행정청이 이를 수리하는 행위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고가 그동안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과 분리하여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신고하여 왔고, 피고가 별다른 이의 없이 위 신고를 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공적인 견해의 표명이라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⑶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 구 장애인고용법 제33조 제1항은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 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35조 제1항은 ‘제33조 제6항 및 제7항 제1호에 따라 부담금을 징수하는 때에는 사업주가 납부하여야 할 부담금의 100분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금으로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구 장애인고용법이 일정한 요건을 만족시킨 경우 행정청으로 하여금 재량의 여지없이 사업주로부터 부담금 및 가산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 장애인고용법 제33조 제7항이 ‘고용노동부장관은 부담금을 신고 또는 납부한 사업주가 신고한 부담금이 실제로 납부하여야 할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등에 이를 조사하여 해당 사업주가 납부하여야 할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위 조항은 행정청에게 조사 및 부담금 징수 권한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결국 구 장애인고용법 제33조 제7항에 따라 조사를 실시한 행정청이 사업주로부터 부담금 및 가산금을 징수하는 처분은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관련 법령에 위배하여 원고 병원과 이 사건 병원을 분리하여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신고·납부함으로써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과소 신고·납부하였고 피고가 이를 조사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기속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문제는 생길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설령 이 사건 처분이 재량행위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법주체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병원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정인(재판장) 지예현 박채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