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22. 11. 4.부터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로를 제공하였고, 2023.5. 17.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하수급인)는 2023. 6. 5. 주식회사 C(하도급인,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TPC 복관 제작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23. 6. 5.부터 2023. 9. 30.까지로, 계약금액을13억 원으로, 원고의 귀책사유로 납품이 지연될 시 지체일수 1일에 대해 계약금액의 1/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28호증, 을 제3, 5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에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는 취부 업무(해상풍력 하부지지대를 만들기 위해 수면에 잠기는 해상파이프를 생산하는 공정의 일부)에 경험이 많은 자로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소외 회사의 공장에서 취부 업무를 진행하였는데, '공정 흐름상취부 업무가 진행되지 않으면 이후 공정을 수행할 수 없고, 피고가 취부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원고가 피고를 대체할 자를 구해 교육할 때까지 공정에 차질이 생겨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2023. 7.경 무단으로 결근하고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채 이후 출근하지 않아 원고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 구체적으로, 피고는 2023. 7. 10.부터 2023. 7. 13.까지 무단결근하였고, 2023. 7. 14.부터 2023. 7. 18.까지 근무하다가 2023. 7. 19. 잠시 출근한 후부터 임의로 귀가하여 이후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의 작업이 2023. 7. 19.부터 2023. 7. 29.까지 중단되어 11일의 작업 기간이 추가로 소요됨으로써 ① 원고가 인건비로 13,483,536원을 추가로 지출하였고, ② 중소기업 자금대출 3억 원에 대한 이자 506,637원을 추가로 지출하였으며, ③ 소외 회사에 지체상금으로 17,160,000원(= 총 계약금액 1,560,000,000원 × 지체상금률 0.001/일 × 지체일수 11일)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합계 31,150,173원(= ① 13,483,536원 + ② 506,637원 + ③ 17,160,000원, 이하 번호로 특정한다)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와 피고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
피고는 일용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일하였는데, 원고가 2023. 6.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계약을 해지하려 하였다. 그럼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대체자를 마련할 때까지 일해줄 것'을 부탁하여 피고가 2023. 7. 19. 출근하였는데, 취부 업무를 담당할 다른 인력이 채용되어 있어 해당 인력에게 업무를 인계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대체 인력을 고용하여 피고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도록 함으로써 근로관계를 존속할 의사 없음을 표시한 것이고 피고가 이에 동의함으로써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것이다. 한편 피고가 담당했던 취부 업무는 고도의 기술과 기능을 요하는 전문업무가 아니었다. 취부 업무는 관련 자격시험이나 자격증이 없고, 피고의 일당은 1일 18만 원에 불과하였으며, 피고가 취부 업무 중 담당한 부분은 일반 접합보다 쉬운 단순 접합 작업이었다. 따라서 피고의 부재로 업무가 11일간 중단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 부재로 11일간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근로계약상의 무급휴가제도를 활용하여 손해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행위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판단
본안전항변 [배척]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 ·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관계 종료로 인한 일체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피고는 2023. 8. 10. '원고가 임금 지급을 지체하였다'고 주장하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체불임금확인을 신청하였고, 2023. 9. 19. '2023. 4. 20.부터 2023. 7. 19.까지 합계 6,190,000원의 임금 지급이 지체되었다'라고 확인되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원고와 피고는 2023. 12. 18.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3고정395 근로기준법위반등 사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서(처벌불원서, 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구 근로기준법(2024. 10. 22. 법률 제205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43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체불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데(다만 반의사불벌죄), 원고가 피고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가 이 사건 합의서 기재 내용과 같이 처벌 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이상 원고 대표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사용자의 채권을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데(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합의서 말미에 수기로 기재된 부분에 따르면, 적어도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 대해 이 사건 근로계약관계 종료에 관하여 10만 원의 채권만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합의하려 한다'고 인식하고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 체결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의 무단결근으로 인한 손해배상관계에 대하여 부제소합의가 체결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 · 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합의는 원고 대표자에 관한 형사절차에서 행해졌고, 문언상으로는 임금과 공과금에 관한 내용과 처벌 불원 의사에 관한 내용이 있을 뿐 부제소합의에 관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위 1)항에서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로 '손해배상관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합의를 하였다'거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라고 보기 부족하다.
청구원인 [배척]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2023. 7. 19.부터의 11일간의 공정 중단이 피고의 무단결근 및 인수인계 부족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가 담당한 취부 업무가 원고 업무 수행에 필수적이고 다른 근로자로 하여금 대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
위 업무의 필수성, 대체 곤란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대체하여 수행할 만한 자를 확보하여 업무에 투입하는 기간으로 11일 가량이 소요된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 대한 임금 지급을 2023. 4.경부터 지체한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도 지체하여 다른 근로자들이 2023. 7. 19. 무렵에 근로제공을 거부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설령 피고의 무단결근 및 인수인계 부족으로 원고의 작업이 11일간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① 손해 관련]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무단결근으로 11일간 나머지 근로자들이 대체 업무 등 다른 업무를 전혀 수행할 수 없어 11일간 일당 전액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② 손해 관련] 대출 이자 상당액의 손해는 특별손해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원고의 대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③ 손해 관련] 지체상금 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려면, 작업기간이 11일 연장됨으로 인하여 원고가 소외 회사와의 계약에 따른 종기를 11일 초과하게 되어 소외 회사에 대해 지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그에 관련 증명이 부족하다(갑 제3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회사와 추상적인 배상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철홍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