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개월 및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 및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 벌금형의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식회사 L(이하 'L'라 한다)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 등에 일방적으로 매출대금의 지급을 유예하고 매출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L 측의 방해로 C 등의 비유동자산을 환가할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한다.
L가 C 등의 임금채무에 관하여 보증하거나 병존적 채무인수를 하였고 이후 실제로 L가 위 임금채무를 변제하여 위 임금채무가 소멸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에게 임금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L의 병존적 채무인수에는 2017. 9. 임금을 2017. 10. 23.에 받기로 하는 지급유예의 합의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L가 2017. 9. 임금을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다가 2017. 10. 23. 지급할 때까지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C 등은 L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L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취득하는 구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라고 규정하여, 정식재판청구 사건에서의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위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과 다른 사건이 병합·심리된 후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20도35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광주지방법원 2018고약4696 사건에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위 사건의 정식재판인 광주지방법원 2018고정572 사건이 광주지방법원 2018고단2068, 2018고단3215 사건에 병합되었고, 원심은 위 병합 사건 중 2018고정572 사건 부분에 관하여 일부 이유무죄로 판단하면서 2018고정572 사건의 유죄 부분 및 2018고단2068, 2018고단3215 사건의 각 유죄 부분에 관하여 모두 징역형을 선택하여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원심은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2018고정572 사건의 유죄 부분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인 징역형을 선택하여 피고인에 대한 선고형을 정하였는바, 이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 어긋나므로, 원심판결 중 2018고정572 사건의 유죄 부분에는 법률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위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이를 파기하여야 할 것인데, 이와 나머지 원심 판시 각 죄와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고, 원심 판결 중 위 유죄 부분과 나머지 이유무죄 부분은 일죄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L의 보증 또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C 등의 근로자들이 L에 입사하게 된 경위, 그 과정에서 L가 C 등의 근로자들에게 공고한 내용, L가 C 등의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금액의 내역, 그 후 C 등의 근로자들이 C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소송의 진행 경과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L와 C 등의 근로자들 사이에 C 등의 근로자들에 대한 2017. 8.과 2017. 9. 임금지급채무에 관하여 병존적 인수계약이 이루어진 사실과 그에 따라 L가 C 등의 근로자들에게 2017. 8.과 2017. 9. 임금을 전부 지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지급채무에 관하여 병존적 채무인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C 등의 임금지급채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C 등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들에게 2017. 9.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위 기한 내에 위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C 등과 근로자들 사이'에 미지급 임금은 C 등으로부터 지급받지 아니하고 L로부터 지급받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는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만연히 L가 C 등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것을 기대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거나(앞서 본 병존적 채무인수계약의 당사자는 L와 C 등의 근로자들이고, C 등은 당사자가 아니다) 위와 같은 L의 의사표시와 무관하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사후적으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고의의 존부를 다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C 등의 근로자들에게 2017. 9.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L가 임금지급채무를 보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에서 L의 병존적 채무인수는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나, 병존적 채무인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C 등의 임금채무가 그 자체로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도 그러한 점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L의 임금채무 변제는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졌는바, 위 14일 이내에 C 등의 임금채무가 소멸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이 사건 근로자들의 2017. 8.분 임금은 L가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였는바, 이 부분은 원심판결에서도 무죄로 판단되었다).
L가 2017. 9.분 임금을 2017. 10. 23. 지급한 것에 지급유예의 합의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관하여도, L가 2017. 9.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을 넘어 위 임금의 지급 시기를 특정함으로써 그 변제기를 유예하였다고까지 보기는 어렵고, 위 약속은 L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일 뿐 C 등은 그 당사자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여전히 2017. 9.분 임금을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하였을 뿐, 자신의 임금 지급 의무의 변제기가 당연히 유예된 것으로 인식하였다거나 그 변제기가 유예된 상태에서 유예기간 내에 L에 의하여 채무가 변제됨으로써 자신의 임금 지급 의무가 소멸한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L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L의 구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설령 C 등이 L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 등을 갖고 있었고, 피고인이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L가 C 등의 근로자들에 임금을 지급하고 취득하는 구상금채권과 상계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용자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이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임금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는 L와 C 등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일 뿐 C 등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고 C 등의 임금채무 자체를 면제하는 것도 아닌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모두 직권으로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