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별지 기재 사항에 관한 원고의 단체교섭청구에 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금속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조직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그 산하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회(2020. 1. 5. 설립, 이하 '이 사건 지회'라 한다)를 두고 있고, 상급단체는 C단체이다.
피고는 광주 광산구 D에서 상시근로자 450여명을 고용하여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위 주소지에 하남공장(본사)을, 광주 광산구 E에 소촌공장을, 광주 광산구 F에 자회사인 주식회사 G를, 평택시 H에 자회사인 주식회사 I를 각두고 있다.
J노동조합은 2020. 1. 7.에, K노동조합은 2021. 3. 4.에 각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 위 각 노동조합의 상급단체는 L단체이다.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의 체결경과
원고는 이 사건 지회를 대표하여 2020. 1. 6. 피고에게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교섭요구 문서(이하 '이 사건 교섭요구 문서'라고 한다)를 팩스로 발송하였고, 피고는 2020. 1. 7. 이 사건 교섭요구 문서를 접수 처리한 후 2020. 1. 8.부터 같은 달 14.까지 그 사실을 공고했다. 그런데 J노동조합이 2020. 1. 13. 피고에게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하자, 피고는 2020. 1. 15.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원고와 J노동조합으로 확정해 공고하였고, 2020. 1. 20. 원고와 J노동조합에게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해 줄 것을 통보하였다. 그러나 원고와 J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14조의6<1>에 정해진 시기까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지 못하였다.
그 후 J노동조합은 2020. 2. 3. 피고에게 자신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하 '과반수 노동조합'이라 한다) 이라고 통지하였고, 원고도 그 다음 날인 2020. 2. 4. 피고에게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이라고 통지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가 2020. 2. 4. J노동조합을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공고하자, 원고는 2020. 2. 6. 피고의 위 2020. 2. 4.자 공고에 대해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2. 21. J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전제로 원고의 위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M,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이후 피고는 2020. 3. 5.부터 2020. 8. 17.까지 J노동조합과 12차례의 본교섭을 거쳐 2020. 8. 18.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재심판정 및 관련 행정소송의 경과
원고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3. 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3. 23. 초심판정과 마찬가지로J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N,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원고는 2020. 4. 30. 이 사건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20구합63122호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이하 '관련
행정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1. 11. 11. '이 사건 교섭요구 문서가 2020. 1. 6. 피고에게 도달되었으므로, 피고는 그 다음 날인 2020. 1. 7.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고, 과반수 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준일이 되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은 위 공고기간이 끝난 다음 날인 2020. 1. 14.이다. 그런데 J노동조합은 2020. 1. 14. 당시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 요건인 단체성을 결하여 단체교섭권의 정당한 주체가 될 수 없었고, 설령 J노동조합이 2020. 1. 14.을 기준으로 단체교섭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판정은 2020. 1. 15.을 기준으로 J노동조합을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 12. 1. 항소를 제기하였는데(서울고등법원 2021누76288호), 위 항소심은 2024.1. 18. J노동조합이 사용자인 피고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됨에 따라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가 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라고 보아 중앙노동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위 항소심 판결은 2024. 2. 9.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항소심판결'이라 한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피고의 제조기술총괄사장 O, 하남공장(본사) 산하 생산관리팀의 팀장 겸 광주공장장P, 품질보증사업부 상무이사 Q, 인사총무팀 팀장 R, 하남공장 및 소촌공장 차체반 업무총괄 S는 2020년 1월경 아래와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노동조합법위반죄로 기소되어 제1심과 항소심(광주지방법원 2021고단3928호와 광주지방법원 2022노2377호)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이하 문맥에 따라 '관련 형사사건' 또는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관련 형사판결은 2023. 1. 26.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6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J노동조합은 실체적 요건을 결하여 그 설립 자체가 무효이므로, 피고의 사업장에서는 원고가 유일한 노동조합으로서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단체교섭권을 가진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별지 기재 단체교섭사항(이하 '이 사건 교섭사항'이라 한다)에 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관련 행정사건에서는 J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을 뿐이므로, 곧바로 원고에게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원고가 2020. 1. 6. 이 사건 교섭요구 문서를 발송할 당시 피고의 사업장에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이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는 없었고, 이후 2021. 3. 4. K노동조합이 신설된 이상, 피고의 사업장에는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 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걸쳐 K노동조합이 2021. 10.30.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었고, 2023. 11. 2. 재차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어 현재까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에 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을 요구하라.'고 안내하면서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 있는 교섭의 거부에 해당한다.
판 단
원고의 단체교섭이행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규정 등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 되고(노동조합법 제30조 제1항),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안 된다(노동조합법 제30조 제2항). 단체교섭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근로자의 국가에 대한 주관적 공권으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등 근로자단체가 사용자 측에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이기도 하다.
구체적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J노동조합을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결정한 피고의 공고에 대한 원고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관련 행정소송에서 사용자인 피고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J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정한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라는 취지의 관련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고, 피고의 임직원들이 J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았음(관련 형사판결의 확정)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는 2020. 1. 5. 이 사건 지회를 설립하여 2020년도 당시에 피고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을 갖춘 유일한 노동조합이었으므로, 사용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J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가 되기는 하였으나 2021. 3. 4. K노동조합이 새로이 설립되어 현재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있게 되었으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곧바로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사용자인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구하는 교섭대상기간은 2020년도이고 K노동조합이 설립된 시기가 2021. 3. 4.임이 명백하므로,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원고만이 피고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이 된다. 따라서 K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상 요건을 갖춘 노동조합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만이 사용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교섭사항(2020년도)에 대한 단체교섭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 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한 피고의 성실교섭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교섭의 원칙, 단체협약의 작성,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의 상한,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의 효력, 단체협약의 해석방법, 단체협약의 구속력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단체교섭사항이나 단체교섭의 범위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33조 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29조에서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당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인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두890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임금·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으로서 취업규칙 등의 직장규율, 안전, 위생, 작업량, 휴일, 휴가, 병가, 선임권, 승진, 전근, 장계, 해고, 복지후생, 채용 시 제반 조건 등 고용관계에 관한 사항과 노동조합활동 보장에 관한 사항 등 집단적 노동관계사항 등은 사용자에게 성실교섭의무가 있는 '의무교섭사항'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단체교섭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의무교섭사항인 '근로조건 관련 사항'은 보다 폭넓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단체교섭을 구하는 이 사건 교섭사항은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과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등 집단적 노동관계사항에 해당하므로, 이는 모두 사용자인 피고에게 성실교섭의무가 있는 의무교섭사항에 해당한다<2>.
나아가 J노동조합이 2020. 8. 18. 이미 2020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 사건 교섭사항이 과거의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위 교섭사항에 대한 교섭청구를 구할 실익이 없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과 기존의 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고<3>(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34073 판결 등 참조), 원고의 단체교섭을 통하여 기존의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수도 있으므로,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교섭 청구권을 인정할 실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21. 3. 4. K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운영되어 옴에 따라 현재 피고의 사업장에는 복수의 노동조합이 있는 상태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2023. 11. 2. K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과반수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으므로 K노동조합을 배제한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피고가 교섭거부를 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단체교섭을 구하는 대상기간은 K노동조합이 설립(2021. 3. 4.)되기 이전인 2020년도로 한정되어 있고, 2020년도에는 피고의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교섭사항(2020년도 임금협상및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을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가 원용하고 있는 대전지방법원 2019. 10. 28.자 2019카합95호 결정(확정)의 사안은 단수노조 사업장에서 유일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2019년도 단체협약)을 진행하던 중 새로운 노동조합이 2019년도에 설립되어 복수노조 상태가 된 경우 사업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미비를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긍정)에 관한 판단을 담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2023. 11. 2.에 이르러 K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의 2020년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이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교섭의 거부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 결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해 원고와 성실하게 교섭할 의무가 있고, 위 교섭사항이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사항이라거나 피고의 사업장에서 2021년 이후 원고 이외의 다른 노동조합(K노동조합)이 설립되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위 교섭사항에 대한 단체교섭 이행 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소결론
결국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고, 피고는 원고와 위 교섭사항에 관하여 성실히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
결 론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인다.
판사 정영호(재판장) 노창현 장정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