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징역 8개월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주'가 아니다. 이 사건 선박은 '사업장'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의 '도급인'이 아니다. 설령 피고인 A이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안전거리를 확보하여야 할 의무는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하므로 피고인 A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 규정의 안전조치의무가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B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 B은 피해자에게 기관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하였으나 피해자가 마음대로기관실로 들어가 작업을 하였으므로 피고인 B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도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의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는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 · 건설 · 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4호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피고인 A은 2015. 3.경부터 어업경영체로 등록을 마치고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사건 선박에서 인부를 고용하여 김 양식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업주'에 해당하고, 이 사건 선박은 양식장 관리 선박으로 '사업장'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 A은 엔진수리업자인 피고인 B에게 선박 엔진 수리 업무를 도급하였으므로 '도급인'에도 해당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규정된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 발생 경위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 내용이나 재해원인조사 의견서 등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선박 기관실에 엔진 블록을 설치, 조립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A은 직접 지브 크레인을 운전하여 엔진 블록을 갑판 개구부를 통해 기관실에 넣었고, 피고인 B과 피해자는 기관실에 들어간 엔진 블록을 설치, 조립하는 과정에서 크레인이 잘못 조작되어 피해자가 엔진 블록과 기관실 벽면에 끼이면서 발생하였다. 사고 발생은 지브 크레인을 이용하여 엔진 블록을 기관실에 설치하면서도 피고인들 사이에서 크레인 조작에 관한 신호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작업계획을 정하지 않았고, 기관실 내부에 충분한 안전거리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기관실 내부에서 작업을 하도록 하였던 데에 원인이 있었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는 바다에 어선을 띄운 채 엔진 블록을 기관실에 집어넣고 조립하는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은 아직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엔진 블록이 움직여 끼이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우선 어선을 육지로 인양하여 어선에 엔진을 안착시킨 다음 어선을 다시 해상에 띄워 부속물 부착작업을 시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은 보다 위험한 방법인 지브 크레인을 사용하여 엔진 설치, 조립 작업을 하였고 직접 지브 크레인을 운전하였는데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작업에 사용된 지브 크레인은 어부들이 어선에서 어획물 등을 싣고 내릴 때 사용하는 고정식 크레인으로서 이 사건 작업 당시와 같이 붐대를 확장시켰을 경우 최대인양능력이 900kg에 불과하여 약 1.3톤에 달하는 이 사건 엔진을 인양하는 작업을 하는데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A은 전문적인 크레인 기사가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작업처럼 사람이 기관실에 있어서 엔진 블록과 사람의 충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조정을 할 수 있는 크레인 운전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피고인 A은 피고인 B과 이 사건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크레인 조정으로 사람이 엔진 블록에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크레인의 상하·좌우 이동에 관한 신호 방법을 정하거나 작업 순서를 정하는 등 세부적인 작업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이 도급인으로서 안전조치의무가 있었고 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은 명백하다.
한편, 피고인 A은 피해자로 하여금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하는 등의 주의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에서 정하는 '보호구 착용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하므로 수급인인 피고인 B의 의무일 뿐 피고인 A의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기관실내부에 있는 상태에서 크레인을 움직이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는 이 사건 엔진 블록과 같은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면서 작업자가 물건에 끼이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작업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대로 작업에 들어간 결과이다. 피고인 A이 위반한 안전조치의무는 단순히 안전모 미착용 등과 같이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위반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A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과 업무상과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 A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 B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B이 안전조치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된다. 즉, 피고인 B은 30여 년 간 엔진수리업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이 사건 작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선박 엔진설치 작업을 처음 하는 일용 노동자였다. 사건 당일 피해자는 피고인 B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에 따라서 작업을 시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피고인 B의 지시 없이 자기 마음대로 작업의 범위와 방법을 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 B의 지시 없이 기관실 내부로 들어갔다고 보이지 않는다. 설령 피해자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 마음대로 기관실에 들어가 작업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B은 이 사건 선박 갑판에서 작업 전체를 조망하면서 피고인 A에게 수신호를 보내 지브 크레인 조정을 요구하고, 엔진 블록 설치, 조립 작업을 시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으므로, 지브 크레인으로 엔진 블록의 이동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피해자로 하여금 기관실 밖으로 나오도록 지시를 한 다음 피고인 A에게 크레인 이동을 요청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 B은 피해자가 기관실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그대로 방치한 채 피고인 A에게 크레인 이동을 요청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B의 안전조치의무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예견 가능성과 회피가능성도 있었다고 인정된다.
한편,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크레인 조작 미숙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자신은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변명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선박갑판에서 피고인 A과 피해자 사이의 작업을 조정하고, 시행하는 역할을 하였던 피고인 B의 업무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 A의 크레인 조작 미숙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 B의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 A의 크레인 조작이 능숙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피고인 A에게 이동형 크레인 기사를 고용해 선박을 육상으로 올려서 작업할 것을 제안하거나 부득이하게 피고인 A이 직접 크레인을 운전하여야 한다면 피해자에게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지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 및 업무상과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 B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위반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피고인 B은 피해자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작업에 수반되는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피해자가 이 사건 작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안전조치를 확보하지 않고 적절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아 피해자를 위험한 작업환경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피고인 A은 도급인으로서 크레인 운전에 능숙하지 않았는데도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직접 크레인을 운전하여 무거운 엔진 블록을 기관실에 설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책임이 무겁다. 원심의 형은 이러한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위반의 정도와 피해의 심각성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서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