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거나, 근로자로 근무하였다가 2019년 이후 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의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의 내용
피고의 인사규정은 호봉 승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피고의 보수규정은 급여 지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피고의 제1차 임금피크제 도입
피고는 2006. 12. 6. B(이하 ‘피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제1차 임금피크제’라 한다).
피고의 제2차 임금피크제 시행
피고는 2008. 8. 13. 피고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변경 시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제2차 임금피크제’라 한다).
피고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피고는 2013. 3. 8. 피고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변경 시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고(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이를 보수규정 제38조에 규정하였다.
피고의 근로자 정년 변경
2004. 11. 1. 개정된 피고의 취업규칙 제44조는 직원의 정년을 만 57세(만 57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일)로 정하고 있었다. 그 후 2013. 5. 22.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할 것을 의무화하였고, 위 규정은 2017. 1. 1.부터 피고와 같이 상시 30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하여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7. 6. 10. 위 취업규칙 제44조를 개정하여,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만 60세에 도달하는 해의 12월 말일)로 변경하였다.
원고들의 연령 및 임금피크제 진입일 등
별지 4 기재와 같다.
관련 규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2 내지 5, 9, 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호봉 및 연령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서 정한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고, 그 도입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과도하고,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도 전혀 없었으며,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된 것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이 금지하고 있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 상당의 별지 2 목록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실질적인 적용기준은 연령이 아닌 호봉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및 같은 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서 정한 연령차별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의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인력구조 고령화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도입된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필요성이 인정되며, 근로자들이 입은 불이익이 크지 않고, 피고는 의무안식년제 도입 등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를 취하였고 기존 근로자의 고용 안정 및 신규 근로자 채용을 위해 노력했으므로, 설령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로 보더라도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 C, D, E, F, G의 경우 명예퇴직을 하면서 피고와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를 위반하여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판단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라는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고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크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이다. 따라서 부제소합의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에 대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명확하지 않다면 가급적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한편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으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35027 판결 참조).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C, D, E, F, G가 2020. 12. 31.자 명예퇴직을 앞두고, 2020. 12. 11. “본인은 보수규정, 계약직취업규칙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명예퇴직 시행(안)에서 정한 명예퇴직금 산정기준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명예퇴직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어떠한 이의나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확약하며, 이는 부제소특약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이에 서약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서약서에 표시된 문언에 따르면 부제소특약의 대상은 ‘명예퇴직금 산정기준에 따라 산정된 명예퇴직금’이라고 해석될 뿐, 이 사건 소에서 위 원고들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다투면서 청구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적용 시와 미적용 시의 임금 및 퇴직금 차액에 관하여 부제소합의를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피고 보수규정 제35조에서 명예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정년 시 및 명예퇴직 시의 퇴직급여액, 정년까지의 보수 총액 등을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위 원고들이 명예퇴직금 산정기준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에 대한 재판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확장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代償)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0088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해당 여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개별적인 업무 성과나 직무 가치 등에 관계없이 특정 연령(51세) 및 호봉(27호봉 1년차)에 도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적용되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임금이 감액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특히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피고 근로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속기간 1년(24호봉 이상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1호봉씩 승급하게 되므로, 연령 외의 기준인 호봉 역시 필연적으로 근로자의 연령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연령 기준에 앞서 호봉 기준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47세~50세의 상대적 고령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서 정한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또는 같은 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연령차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의 개정 및 시행에 따라 피고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기 전인 2013. 3. 1.부터 시행된 점,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자체적으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그 시행의 일반적 전제로 적용 대상 근로자의 정년 연장 또는 정년에 이른 근로자의 재고용 조치를 수반하고 있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및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한 ‘같은 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호증, 을 제1, 7, 8, 13, 15 내지 17, 2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의 지역 계열사 16개 중 하나이고, H으로부터 제공되는 방송을 송출하거나 방송광고 수입을 배분받는 등 H의 경영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H은 단일호봉제에 기한 임금체계에서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업무 생산성이 하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쳐 2005. 1. 1.자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피고 외의 지역 계열사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순차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피고 역시 인력구조 및 임금체계상 고호봉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매출 감소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7년 제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되었다(원고 I은 제1차 임금피크제 합의 당시, 원고 C은 제2차 임금피크제 합의 당시, 원고 J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합의 당시 각각 피고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피고와 임금피크제 내용에 관한 협의를 거쳐 시행 합의에 이르렀다). 실제로 피고는 제1차, 제2차 임금피크제 시행 무렵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2013년 이후로는 2023년까지 11년간 2015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해 왔다. 위와 같은 피고의 영업이익 적자는 광고신탁 금액의 감소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반적인 매출액의 감소로 인한 것이어서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보이며, 방송사업의 특성상 피고가 지출하는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외에도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24년까지 2015년, 2021년 단 2개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기본급을 동결하고, 2020년 특별상여를 300%에서 200%로 감축하는 등 인건비 절감을 위한 조치를 병행하여 시행한 바 있다.
비록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정년 연장을 수반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직후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2017년부터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결국 원고들의 경우 모두 위와 같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되었으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받은 불이익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정년연장으로 인해 3년간 추가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는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60세 정년까지 최소 9년, 최대 13년, 평균 약 10.4년이라는 기간 동안 기본급이 감액되는 불이익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급 삭감률은 5년간 각 3%에 그치고 그 후로는 더 이상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최종 삭감된 기본급(피크임금 대비 87.4%)이 정년까지 유지된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률은 동일하게 적용받는 점, 기본급에 더하여 지급되는 각종 수당은 감액 없이 종전과 동일하게 지급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입은 불이익의 정도가 아주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의 직무를 변경하거나 업무 부담을 조정하는 등의 대상조치를 강구한 바 없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의 일반직 근로자 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무렵 약 56명이었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37명에 불과하고, 그중 50세 이상 근로자의 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줄곧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조직 규모가 크지 않은데 비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점, 방송사업의 경우 직무성격상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보직 변경, 업무량이나 근무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실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편 피고는 2017. 1. 1. 취업규칙 제36조를 개정하여 근속 20년 이상 또는 만 50세 이상의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1년의 안식년휴직 제도를 도입하였다. 위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안식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퇴직 만 1년 전까지 안식년휴직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안식년휴직에 들어가게 된다. 그 후 피고는 2021. 1. 1.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위 안식년휴직의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였다. 피고 보수규정 제16조에 따라 위 안식년휴직 기간 중에는 수당을 포함한 급여의 60%(퇴직 직전 의무 안식년휴직이 아닌 희망 안식년휴직의 경우 수당 등을 제외한 기본급의 100%)가 지급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안식년휴직 기간 중의 급여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불이익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1~2년간 아무런 근로 없이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한 일종의 대상조치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후 피고의 근로자 중 정년에 도달하기 전 명예퇴직한 인원은 13명인데, 같은 기간 동안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인원은 15명에 이르고, 이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 정년퇴직이 1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이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실시 후인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신규 일반직 근로자 13명을 채용하였는데, 이는 피고의 전체 인력 규모에 비추어 결코 작지 않은 수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은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유지 또는 신규 근로자들의 채용에 일정 부분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철(재판장) 박민규 지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