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4. 29. 선고 2020노271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C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자 또는 이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고용되어 상가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운영위원회 또는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관리업무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는 등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공소장변경)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 첫 머리의 “피고인은 대구 중구 B 소재 C 관리사무소의 실 경영자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위 C 건물관리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부분을 “피고인은 대구 중구 B 소재 C 상가건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C 관리사무실의 관리부장으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위 C 건물관리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을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하에서 살펴본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변경된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C 관리사무소(이하 ‘관리사무소’라 한다)의 실질적 경영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 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

한편,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3도447 판결 참조).

라.

당심의 판단

1)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D가 근무한 2012. 9. 10.부터 2018. 9. 4.까지 이 사건 상가건물의 관리업무에 관한 사업주는 구분소유자들 또는 이들로 구성된 C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라 한다)라 할 것이고, 피고인은 대표자 유고 상태의 사업장을 다른 직원들과의 합의에 따라 사무관리자의 지위 혹은 상호 수평적 관계에서 맡은 업무를 처리해 온 사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를 비롯하여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서 위 C 건물관리업을 운영하는 사용자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C 상가건물(이하 ‘이 사건 상가건물’이라 한다)은 집합건물로서 이를 관리하는 주체는 기본적으로 상가건물의 관리단 또는 관리인의 지위에 있는 운영위원회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은 1988년경 총회, 이사회 등의 조직과 정관을 갖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G을 운영위원회의 회장으로 선임하는 한편, G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C’에 이 사건 상가건물의 관리업무를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주식회사 C이 이 사건 상가건물의 관리업무를 맡고 있었다.

②

1998년 무렵 위 회사가 폐업하면서 대표이사 G은 이 사건 상가건물의 관리업무를 포기한 채 자취를 감추었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모두 퇴사하였으나, 그 후로 이 사건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자들 및 운영위원회는 회장을 새로 선임하거나 상가건물의 관리업무를 다른 회사에 위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관리비의 수납 및 시설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피고인을 비롯하여 남아 있는 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이 계속 수행하도록 내버려 둔 채 상가건물의 관리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주식회사 C에 입사하여 관리과장으로 근무하였는데, 위와 같이 회사가 폐업하고 상급자들이 모두 퇴사하게 되자, 그때부터 관리부장이라는 직책으로 이 사건 상가건물<1>의 상인들로부터 관리비를 받아 시설 보수 등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는 일을 계속하였는바, 이는 관리사무소에서의 근로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던 피고인과 다른 직원들 및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의 이해관계의 일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후로도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해고 통보,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관리비 및 임대료 납부 독촉, 시설 보수 및 점검 등 상가건물 관리업무에 관한 문서들이 운영위원회 또는 운영위원회장 명의로 수발신되었고, 피고인이 주식회사 C 또는 G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거나, 다른 직원들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구분소유자들 또는 운영위원회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④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 폐업한 후 2017. 12.경부터 상인들이 낸 관리비에서 월 30만 원의 돈을 받는 등 대부분 기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상가건물의 관리를 위해 상인들이 납부한 관리비 외 별도의 자금을 투입하거나 급여를 제외한 다른 명목의 영리를 취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 명의 계좌가 관리비 수납 및 직원들 급여지급 등에 사용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통장과 도장도 관리사무소에 보관하면서 경리직원 F가 이를 피고인과 함께 사용하였다.

⑤

이 사건 상가건물의 일부 상인 내지 구분소유자들과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 전·현직 직원들은 원심에서 ‘운영위원장 G이 인수인계도 없이 떠난 후 상가건물 일부를 직원들끼리 관행대로 어렵게 운영해 오고 있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당심에 이르러서는 ‘피고인이 상가건물 또는 관리단의 대표자가 아니라 상가지주회의에서 고용된 사람’이라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피고인과 이들의 관계,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 소재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실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나아가, 설령 피고인이 위 C 건물관리업을 운영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을 비롯한 직원들 및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 공통의 이해관계와 상호 합의에 따라 대표자가 포기한 사업장을 종전대로 계속 운영하였으나, 주변 상권의 쇠퇴, 시설의 노후화 및 상인들의 고령화, 상가 공실의 증가 등에 따른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경영난으로 인하여 관리사무소 직원들끼리 회의를 통해 임금과 수당 및 퇴직금 등을 모두 포함한 연봉제 개념으로 급여를 받기로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D에게도 최저임금 미달액에 상당하는 임금 및 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한 내에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가능한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위반죄의 책임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지위 또는 책임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제2항에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제3항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