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2. 8. 선고 2020노501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이라 한다)이 피고인이 대표로 있는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근로관계를 7년이나 계속 하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친 채 대부분 채용이 되었던 점, 금어기로 인하여 공백 기간이 발생하였는데 그 공백 기간이 길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점(정규직 근로자들의 경우 위 기간 동안도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은 계약종료시 장비를 반납하지 않고 재계약시 다시 사용하고, 재계약시 기존 사번을 통상적으로 재사용하는 점, 피고인의 권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하여 수령하게 되었을뿐, 이 사건 회사와의 고용관계를 종료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게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퇴직금(이하 '이 사건 각 퇴직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지 않은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이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 등을 원심 판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피고인이 운영한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각 근로자들 사이에 매년 반복적으로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의 공백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어 사용자인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각 퇴직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각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퇴직금의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운영한 이 사건 회사는 주로 붉은대게(이른바 '홍게')를 가공하여 수출하는 회사인바, 정규직으로 고용한 근로자들이 정년퇴직하게 되는 경우 이들에게 일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금을 모두 지급한 다음, 붉은대게의 금어기 (7. 10.부터 8. 25.까지)를 제외하고 9. 초경부터 그 다음해 6. 말경 또는 7. 초경까지 약 10개월을 계약기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위 정년퇴직자들 중 일부(이 사건 각 근로자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와 사이에 매년 반복적으로 체결하여 왔고(정규직 근로자들과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와 달리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을 비롯한 위 정년퇴직자들과 사이에 매년 반복적으로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퇴직금 지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을 비롯한 위 정년퇴직자들과 사이에 매년 반복적으로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상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의 기간제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어느 시점에서 이들과 사이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이들이 종국적으로 이 사건 회사에서 더 이상 근무하지 아니하게 되는 경우에도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추가적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2)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을 비롯한 위 정년퇴직자들과 사이에 매년 반복적으로 체결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이들과 사이의 고용관계가 일단 완전히 종결되었음을 전제로, 이들로 하여금 매년 약 2개월의 금어기 동안 고용보험법에서 정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을 비롯한 위 정년퇴직자들 중 누구도 이 사건 회사와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이유로 실업급여의 수령을 거절한 적이 없고[이 사건 각 근로자들의 경우 이와 같은 경위로 이들이 수령한 실업급여의 합계액(94,155,900원)이 이들이 현재 지급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 각 퇴직금의 합계액(74,087,120원)보다 큰 금액이다],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해 실제로 구직활동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관할행정청에 그 구체적인 구직활동내역을 기재하여 제출하기도 하였다.

3)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을 비롯한 위 정년퇴직자들 중 누구도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위와 같은 형태의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 및 갱신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회사와 고용관계가 종국적으로 종결될 때에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이미 수령한 이상 퇴직금은 당연히 지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 사건 회사에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지도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이 사건 각 근로자들 중 한 명인 E이 2017. 9. 4. 이 사건 회사의 위와 같은 추가적인 퇴직금 미지급 관행과 관련하여 진정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위반 혐의를 발견할 수 없음을 이유로 2017. 10. 19. 행정종결 처리를 한 바 있고, 고용노동부도 기간제 근로계약이 매년 반복적으로 체결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수령한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행정해석을 한 적이 있다(회시번호: 고용평등정책과-406, 회시일자: 2010. 4. 5.).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이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당심에서 추가로 인정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퇴직금의 지급의무가 있다는 사실 및 이 사건 각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수사기록 20, 58, 93-137, 256-263쪽), 이 사건 회사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공용 현수막 게시, 케이블티비 광고, 고용센터에 구인등록을 하는 방법으로 공개적인 채용절차를 거친 점(수사기록 21, 159-170쪽), 기간제 근로자들의 재계약시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수사기관에서의 G, H의 각 진술, 수사기록 26-27쪽), 이 사건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사람도 있으며[이 사건 각 근로자들 중 H은 주식회사 Q으로 재취업하였다(수사기록 28, 171쪽), 원심 증인 G의 진술(소송기록 67쪽)], 다른 회사에서 이 사건 회사로 이직해 온 사람도 있는 점(원심 증인 D, G의 각 진술, 소송기록 57, 67쪽), 기간제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달리 계속 근로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이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쳐 다시 재계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검사가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인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은 '계약기간이 아닌 기간도 강의 외 부수업무 수행과 다음 연도 강의를 위한 재충전 및 강의 능력 제고를 위한 연구기간으로서 근로관계가 계속되었다'고 본 사례이고,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35040 판결은 '계약 만료 직전에 재계약이 체결되었고, 동절기 공백기간에도 R 행사에 근로자들을 참석하도록 종용하기도 하고 매년 연말에는 사장 명의의 신년카드를 발송하여 직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높이는 계기로 삼은 사실'도 있는 사안으로서 이 사건과 사실관계를 달리한다. 반면에 이 사건 각 근로자들 중 G은 근로계약기간이 아닌 기간에 이 사건 회사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였거나 집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원심에서 진술하고 있는 점(원심 증인 G의 진술, 소송기록 67쪽),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은 근로계약기간이 아닌 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로부터 어떠한 업무지시도 받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의 경우 계약기간이 아닌 기간에도 이 사건 회사와의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3)

장비는 분실되거나 마모될 때마다 이 사건 회사에서 교체해주는 대상일 뿐이므로(원심 증인 D, G의 각 진술, 소송기록 55쪽), 위 장비를 계약 만료시 반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두고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을 다시 재계약하겠다는 의사로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회사에서는 근로자들을 사번으로 호칭했는데, 재계약시 기존 사번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이 고령이라서 사번이 바뀌면 혼동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원심 증인 O의 진술, 소송기록 85쪽).

4)

이 사건 각 근로자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실업급여를 신청하였고, 퇴직금을 요구한 적이 없거나 퇴직금이 없다고 알고 있었으며[원심 증인 D, G, O, P의 각 진술(소송기록 56, 59, 66, 85, 87, 89쪽), 수사기관에서의 D의 진술(수사기록 10쪽)], 재계약이 거절되었을 때 항의하지 않은 점(원심 증인 D의 진술, 소송기록 58쪽)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게 계약기간 만료시 이 사건 회사와의 고용관계는 종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종료할 의사는 있었다고 보인다.

5)

형사판결에 있어서는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354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각 근로자들 중 G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이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2019가단338 사건)은 2020. 6. 9. 위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현재 위 근로자들이 위 퇴직금 지급 청구사건에서 항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민사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다는 사실 또한 입증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한다.

판사 성경희(재판장) 이영철 최운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