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1. 11. 선고 2021노2970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함)과 주식회사 S(이하, ‘S’이라 함)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후 주식회사 E(이하, ‘E’라 함)가 위 계약을 승계하였다]은 도급계약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였고, F은 A가 작성한 출력일보를 근거로 인부들의 임금만을 계산하여 지급한 것이므로, 이는 공사도급계약이 아니라 단순한 노무공급계약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위 계약을 건설공사에 대한 하도급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

나.

E는 A가 세금계산서 발급 등을 위해 그 명의만을 차용한 회사에 불과하므로, E가 A에게 재하도급을 준 것이 아니다.

다.

F과 E 사이에 하도급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E는 2019. 6. 말경부터 위 하도급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고소인들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2019. 7.경부터는 위 하도급관계가 유지되지 않았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F과 E 사이에 하도급 계약이 체결되었고, A가 E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았으며, 고소인들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기간 동안 위 계약이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직권판단(증거배제결정)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아래 내용을 직권으로 살핀다.

가.

관련 법리

참고인과의 전화 대화내용을 문답형식으로 기재한 수사기관 작성의 수사보고서는 전문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에 의하여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된 것 이외에는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인데, 위 수사보고서는 제311조, 제312조, 제315조, 제316조의 적용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분명하므로, 결국 제313조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하여야만 제314조의 적용 여부가 문제될 것인바, 제313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그 진술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2. 26. 선고 98도2742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5610, 2010전도31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나.

구체적 판단

기록에 의하면, 전화등사실확인내용(증거목록 5번 및 9번)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참고인 또는 피해자로부터 들은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진술자들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으므로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또한 진정서(증거목록 4번, 진정인 연명부(증거목록 6번)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 서명날인자들로부터 진정성립을 인정받은 사실도 없으므로 역시 증거로 삼을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증거능력이 없는 위 각 증거를 채택하고 증거조사를 마쳤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위 증거들을 제외하더라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원심판결이 채택한 증거 중 일부가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하여도 이를 제외한 다른 증거에 의하여 원심판결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은 위법이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도2898 판결 참조),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는 아니하고, 형사소송규칙 제139조 제4항에 따라 위 증거들에 대하여 증거배제결정을 한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고 한다)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 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등 참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F과 E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하도급계약에 해당하고, A는 E로부터 위 계약을 재하도급 받은 사실이 인정되며, F과 E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2019. 6. 말경 해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에 따라 고소인들에 대한 임금미지급에 따른 형사책임을 진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가.

F과 E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 하도급계약인지 여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1호는 “도급”을 ‘원도급, 하도급, 위탁 등 명칭과 관계없이 건설공사를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공사의 결과에 대하여 대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제12호는 “하도급”을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제3자와 체결하는 계약’으로 각 규정하고 있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F과 E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하도급계약에 해당한다.

1)

K과 E는 2019. 1. 15. 경북 칠곡군 L 물류창고 신축공사 중 형틀공사에 관하여 도급금액을 삼억 오천만 원(형틀공사 인건비 삼억 원, 형틀공사 철물자재비 오천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정한 ‘공사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하도급계약서에는 기성금 지급시기 및 방법을 ‘매월 공정율에 의거 공사발주자의 기성금 지급에 따름’, 지체상금율을 ‘지체 1일당 공사계약금액의 3/1,000’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K이 위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공사를 타절하면서 F이 E와 사이에 위 계약과 같은 내용의 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증거기록 26, 84, 197, 220쪽).

2)

피고인은 위 하도급계약서에 인건비 삼억 원, 철물자재비로 오천만 원이 기재된 점,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2019. 7.경부터는 F의 직원 P가 A로부터 근로자들의 출력일보를 제출받았고, F에서는 이를 토대로 임금을 계산하여 A에게 지급하였음을 근거로, 위 계약이 공사도급계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위 계약서의 표제는 ‘하도급계약서’이고, 공사기간과 도급금액, 기성금지급방법 및 시기가 기재되어 있고, 지체상금율까지 정해져 있어 도급계약으로서의 형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나)

도급금액란에 인건비 삼억 오천만 원, 철물자재비 오천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 표현은 도급금액을 정하게 된 근거를 기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이를 두고 반드시 실제로 공사에 소요된 인건비와 자재비를 계산하여 그 금액만을 지급하는 것을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계약으로 볼 수는 없다(즉, 실제로 소요된 인건비와 자재비가 삼억 오천만 원에 미달한다고 하여 F이 초과금액을 지급할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는 없다). E 대표 N에게 공사대금을 제시한 A는 수사기관에서 공사금액을 정하게 된 근거에 대하여 ‘도면을 보고 정하였고, 헤베당 계산하여 이 계약금액이면 인건비를 주고 몇 천만 원 남겠다는 계산이 있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있는데(증거기록 35쪽), 계약서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사금액을 정하게 된 경위에 관한 위와 같은 A의 진술은 설득력이 있다.

다)

계약된 형틀공사에 관하여 F에서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실은 없고, 현장업무의 지휘․감독은 A가 직접 하였다(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F의 현장소장 P는 2019. 7.경부터 형틀공사에 투입된 인원에 대한 출력일보를 A로부터 받아 확인한 사실이 있을 뿐이다. 만약 피고인의 주장처럼 F이 E에게 하도급을 준 것이 아니고, F에서 공사를 직접 지휘․감독하였다면 F에서 직접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여지가 있다). 이로써 E 또는 A가 형틀공사를 마무리한 후 F에게 현장을 인계할 의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급계약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라)

형틀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실질적으로 F에서 조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대금은 E를 통하여 지급되었다(증거기록 223, 224쪽 등).

나.

A가 E로부터 공사를 하도급 받았는지 여부(A가 E의 명의만을 빌려서 F과 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여부)

A가 사실상 실질적으로 형틀공사를 맡을 생각이면서도, E로 하여금 F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A가 E의 명의만을 빌려서 F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라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A는 E로부터 형틀공사를 재하도급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설령 A가 E로부터 형틀공사를 재하도급받은 것이 아니라, E의 명의를 빌려 F로부터 직접 하도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업이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졌고(F 및 E 또는 A), 건설업자가 아닌 E 또는 A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이상, 그 직상 수급인인 F이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1)

A는, E 대표 N과 K(F)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A는 애초에 N에게 도급금액을 3억 2,000만 원으로 정하여 E가 형틀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지 타진하였으나, N은 이와 달리 도급금액을 3억 5,000만 원으로 올려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55쪽, 증거기록 35쪽 등).

2)

F은 2019. 9.경까지 E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였고, E는 F로부터 받은 금액에서 수수료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공제한 돈을 A에게 지급하였으며, F로부터 자재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은 A에게 지급하지 않았다(소송기록 55쪽, 증거기록 196쪽 등).

3)

위와 같은 하도급계약 체결 경위와 자금지급 현황에 비추어 보면, E는 하도급계약의 체결과 이행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A와 E를 동일시 할 수는 없다.

다.

F과 E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2019. 6. 말경 해지되었는지 여부

N이 검찰수사관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사대금 문제로 2019. 6. 말경 하도급 공사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고, 별도의 하도급 공사 해지 서류를 작성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은 있으나(증거기록 220쪽), 2019. 6. 말 이후인 2019. 9.까지도 E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였고(증거기록 196쪽), E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준 사실이 인정되는 점(증거기록 27쪽), 2019. 6. 말 이후에도 A와 F 사이의 구체적인 업무내용이 종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N의 진술만으로 2019. 6. 말경 F과 E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계속 유지되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영철(재판장) 최운성 김낙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