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대구 수성구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입주자 대표들로 구성되어 이 사건 아파트를 관리하는 비법인사단이다.
원고는 2021. 1. 27.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부터 2022. 8. 28.까지<1>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2022. 7. 20. 원고의 징계 안건 등에 관한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하는 안건을 공고하고, 2022. 7. 23.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를 개최하여 ‘피고의 동대표에 대한 심한 욕설, 감사 세부 영수증 미제출, CMB 및 방역 업체(C) 계약 진행 시 피고의 회장에 대한 보고 불이행 및 C에 대한 임의 계약, 피고의 지시 불이행, 2021년 회계 결산 보고 지연, 근무 태만, 전자키 추가 지시 불이행’ 등의 사유로 원고에 대한 해임 안건을 의결하였다.
피고 측은 2022. 8. 23.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고에 대한 해임안이 의결된 사실을 통지하고 차기 관리소장에게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요청하였다.
피고는 2022. 8. 24. 원고에게 ‘이 사건 회의에서 의결한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해임 안건이 의결되어 2022. 8. 30.을 기준으로 해임을 통보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위 내용증명은 2022. 8. 25.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이 사건 회의 당시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던 상시 근로자는 원고를 포함하여 총 4명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4, 5호증, 을 11,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임 의결 및 통보(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해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2022. 8. 29.부터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킬 때까지 월 2,3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는 2000. 1. 1. 취업규칙을 제정하였는데, 위 취업규칙은 피고가 근로자에 대하여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을 할 경우 5일 전까지 당해 근로자에게 서면, 게시, 구두 등 해당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회의 일시, 징계 내용, 소명자료 준비 등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해고를 공고한 2022. 7. 20.로부터 불과 3일 후인 이 사건 결의를 통해 2022. 7. 23. 원고를 해고하여 위 규정을 위반하였다. 아울러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해고일로부터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해고의 사유로 제시한 이유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원고를 해고할 만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해고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취업규칙 작성 의무 있는 사업장이 아니어서 이를 작성한 바 없고, 원고가 피고의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취업규칙은 원고가 임의로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사용자이므로, 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해고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였다.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적용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실체적 요건을 준수하였다. ① 원고는 피고의 임원 및 입주민 등에 대하여 심한 욕설을 하였고, 피고 임원의 감사자료 제출 요구 등 정당한 업무상 지시를 위반하였다. ② 원고는 방역업체 및 유선방송 업체의 계약 연장과 관련하여,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47조의2에 따라 사업수행실적을 평가하고 이를 피고에게 보고한 뒤 피고의 의결을 거쳐 계약연장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계약을 연장하였다. ③ 원고는 감사에 필요한 2021년 결산 자료와 2022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약 7개월가량 늦게 작성하였다. ④ 원고는 근무시간 준수 의무를 수차례 위반하였고, 피고로부터 이에 대한 사유서의 제출을 지시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판단
이 사건 해고의 절차적 요건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해고에 대한 취업규칙의 적용 여부
갑 3,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제출한 취업규칙 제77조 제4호는 해고를 징계의 종류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취업규칙 제88조 제1항은 근로자를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을 하고자 할 경우 5일 전 근로자에게 서면, 게시, 구두 등 해당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회의일시, 징계내용, 소명자료 준비 등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1, 18 내지 21, 3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의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갑 3, 7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제출한 취업규칙이 피고에 의하여 진정하게 작성된 취업규칙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의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해고에 관한 취업규칙 위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가 제출한 취업규칙 제1조는 ‘B아파트관리사무소’의 근로자에 관한 복무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취업규칙에는 취업규칙의 피고의 진정한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작성 당시의 대표자 내지 임원의 서명이나 날인된 인영이 없고, 위 취업규칙에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2023. 3. 13.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이 사건 아파트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한 취업규칙이 부존재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나아가 원고가 제출한 취업규칙은 그 시행일이 2000. 1. 1.로 규정되어 있는데, 2001. 1. 1.무렵 적용되던 구 근로기준법(2001. 8. 14. 법률 제6507호로 일부개정되어 2001. 11. 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취업규칙 작성의무를 부과하고 있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 피고의 상시 근로자 수는 4인이고, 피고가 2001. 1. 1.무렵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무렵 피고에게 취업규칙을 작성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01년경 이 사건 아파트의 난방 방식이 중앙집중식이었으므로 관리 인력을 포함하여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취업규칙 작성의무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설령 피고가 2001년경 무렵 중앙집중식 난방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상시 근로자 수가 10인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의 위 주장을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제출한 취업규칙은 부칙에 그 시행일을 2001. 1. 1.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시행일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취업규칙은 월차 및 연차유급휴가에 관하여 당시 적용되던 구 근로기준법의 규정과 달리 2003. 9. 15. 법률 제6974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같이 월차유급휴가를 삭제하고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유급휴가를 그대로 규정하고 있어, 위 시행일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위 취업규칙의 진정한 작성 여부를 의심할 만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
2001년경 당시 작성된 이 사건 아파트의 회의록 등에는 이 사건 아파트를 ‘B아파트’가 아닌 ‘D’ 또는 ‘D아파트’로 지칭하고 있음에도, 원고가 제출한 취업규칙은 다른 피고의 서류들과 달리 이 사건 아파트를 ‘B아파트’로 지칭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였던 E과 2015. 4.부터 2021. 1.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였던 F, 2020. 1. 1.부터 2021. 12. 31.까지 피고의 대표자로 재직하였던 G, 이 사건 아파트에 경비원으로 근무한 H, I은 사실확인서를 통해 이 사건 아파트에 존재하는 취업규칙을 본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해고 예고의무의 미이행
해고예고의무를 위반한 해고라 하여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는 한 해고의 사법상 효력에는 영향이 없고, 해고수당의 지급 여부도 해고의 효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다28553 판결). 나아가 을 2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해고의 효력 발생일인 2022. 8. 30.로부터 30일 전인 2022. 7. 23.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하여 자신에 대한 해고 의결이 이루어진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해고예고 절차 위반에 관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면 통지의무의 위반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22. 8. 24. 이 사건 해고에 관한 내용증명을 통해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하였으므로, 서면 통지의무 위반에 관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해고의 실체적 요건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해고에 적용되는 법령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의 수는 상시 4인이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이 사건 해고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법상의 고용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다면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바(민법 제660조 제1항, 제661조 참조),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고용계약의 해지로서 적법한지 여부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부득이한 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은 계속적 계약으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되며, 따라서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2, 4 내지 8, 40 내지 44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근무하면서, 관리비 이중 수납, 아파트 구조물의 낙하로 인한 손해 처리 문제, 비품 영수증의 제출 요구와 관련한 분쟁 등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주민 내지 임원들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특히 피고 임원과의 분쟁은 피고 임원의 영수증 제출 요구 및 원고의 거부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 관리규약 제33조 제1항은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주체의 업무에 대하여 감사 및 감독을 하되, 관리주체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부당한 간섭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영수증 제출 요구는 결산보고서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한 감사 행위의 일환으로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이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피고의 관리규약 제47조의2 제3항은 관리주체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용역사업자를 다시 선정하고자 할 경우 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사업수행실적을 평가한 후 피고에게 이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고, 제4항은 피고가 그 재계약 여부를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입주자 등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규정하며, 제5항은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 서면 이의가 없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는 경우 관리주체로 하여금 재계약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재계약 절차는 공동주택의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의 역할을 구별하여 둔 것이므로, 사업자 선정에 관한 경쟁입찰 및 수의계약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용역사업자와의 계약을 연장함에 있어, 관리규약에 함께 첨부되어 있는 ‘별표 2’(국토교통부 고시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별표 2]와 동일하다)에 따른 수의계약이 가능하더라도, 관리주체에게 위 관리규약 제47조의2 제3항 내지 제5항의 각 절차가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독자적으로 관리규약을 축소해석하여 피고의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역업체 및 유선방송 업체와의 각 계약을 연장하면서,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 이행을 요구하는 피고 측의 의견을 묵살하였다. 원고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정한 관리주체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권한과 의무가 있음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그 자체로서 피고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보인다.
원고는 2022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2022. 6. 23. 작성하였고, 2021년 사업실적 및 결산보고서를 2022. 7. 8. 작성하여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및 제3항을 위반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1년 사업실적 및 결산보고서는 2022. 5.경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나 수정 및 보완 과정에서 약 2개월가량 지체되었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등과 관련된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위 업무가 지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리주체의 다른 업무를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작성한 2021년 사업실적 및 결산보고서와 2022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의 작성에 법령에서 요구하는 날을 수개월 이상 넘겨 작성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아파트에 경비원으로 근무한 H와 I이 작성한 각 사실확인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재직 당시 정해진 출근시간에 출근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점심시간 외출(휴게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도 잘 지키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하므로, 이 사건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채성호(재판장) 권재호 박소영
각주1) 원고는 소장에서 2022. 8. 30.까지 근무한 것으로 주장하였으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해고일을 2022. 8. 29.로 다시 특정하면서 이 날부터 복직하는 날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최종근무일을 2022. 8. 28.로 변경한 것으로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