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8. 24.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B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로 2014. 3. 15. 05:50경 야간근무를 마치고 자신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차량을 이용하여 퇴근하던 중 같은 날 06:00경 도로에 불법 주차되어 있던 화물트럭을 발견하지 못하고 화물트럭의 후미를 추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 사건 사고의 과실비율과 관련하여 원고가 가입한 C 주식회사는 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자기차량 손해담보로써 원고의 차량 파손에 따른 손해를 전부 보상한 후 화물트럭과 공제계약을 체결한 D연합회(이하 'D'라 한다)를 상대로 화물트럭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구상금 청구를 하면서 E위원회에 심의를 상정하였고, 위 위원회의 2015.1. 26. 자 심의결과 과실비율이 '원고차량 80% : 화물트럭 20%'로 결정되었다.
D는 이 사건 사고일부터 2019. 7. 31.까지 원고에게 발생한 요양비용250,140,630원을 요양기관에게 지급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출퇴근 중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불승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대구지방법원은 2019. 2. 1. 피고의 2017. 4. 28.자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였다(2018구단10878 판결). 이에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대구고등법원은 2019. 7. 26. 항소를 기각하였고(2019누2528 판결), 피고가 상고하지 아니함으로써 2019. 8. 17.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행정사건'이라 한다).
이에 원고는 2022. 8. 12. 피고에게 D가 요양기관에게 지급한 이 사건 사고일부터 2019. 7. 31.까지 원고에게 발생한 요양비용 250,140,630원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200,112,504원(=250,140,630원×80%)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2. 8. 24. 아래와 같은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한편 원고는 D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대구 지방법원은 2026. 2. 11. D가 원고에게, 원고의 소극적 손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일실수입, 일실퇴직금, 향후치료비, 개호비) 합계 258,300,053원에서 D가 원고의 기왕치료비로 지급한 250,140,630원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200,112,504원을 공제한58,187,549원 및 위자료 30,000,000원을 더한 88,187,54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2022가단130392 판결, 이하 '관련 민사사건' 또는 '관련 민사판결'이라 한다). 이에 D가 항소하여 변론종결일 현재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대구지방법원 2026나300511).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받은 요양급여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요양비용만큼은 보험자인 피고가 재해근로자인 원고를 위하여 본래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제2항은 수급권자인 원고가 요양기관에 직접 요양비용을 지급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고가 요양기관에 직접 요양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비 청구를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구체적 판단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는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산재보험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는 것으로서 민법상 손해배상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법은 보험급여 수급권자인 재해근로자의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공단의 부담으로 재해근로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전보한다. 또한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보험급여 중 적어도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보험자인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본래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서 재해근로자가 보험급여 수령의 이익을 온전히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공단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 행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는 재해근로자를 위해 본래 공단이 부담했어야 할 부분을 재해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고는 관련 민사판결에서 D에 대한 소극적 손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서 D가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한 치료비 250,140,630원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200,112,504원을 공제당하였으므로, 위 금액은 원고가 부담하게 된 요양비이고, 이는 보험자인 피고가 재해근로자인 원고를 위하여 본래 부담해야 할 비용인데, 피고가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부당하게 거부하여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요양비 청구를 승인하였어야 함에도 부지급 결정을 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및 제89조,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 요양업무처리규정 제21조를 근거로 위 요양비는 원고가 직접 지급하였어야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한 주체는 원고가 아닌 D이므로 원고는 요양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 제2항에 따르면, 요양급여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요양을 하는 형태로 현물지급이 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피고가 산재근로자에게 요양에 갈음하여 요양비를 지급할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에 의하면, 수급권자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응급진료 등 긴급하게 요양을 한 경우의 요양비(제1호), 그밖에 피고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요양비(제3호) 등을 지급받을 수 있다.
피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서 위임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만든 구 요양업무처리규정(2022. 12. 1. 근로복지공단규정 제1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요양업무처리규정'이라 한다)<1> 제21조는 부득이하게 산재근로자가 요양비를 부담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때에는 일정한 서식을 첨부하여 신청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그밖에 피고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요양비를 열거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해당 근로자의 재해가 발생한 장소 인근에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없어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부득이하게 요양을 받고 부담한 요양비(제1호)', 산재근로자의 상병상태가 특수의료시설 또는 기술을 요하는 경우로서 인근에 소재하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에 그 필요한 시설 또는 기술이 갖추어져 있지 아니하여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응급치료등 긴급하게 요양을 하고 산재근로자가 부담한 요양비(제2호)',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산재근로자가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한 후 상병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 의료기관에서 통원진료를 받고 부담한 요양비(제3호)'가 그것이다.
이처럼 피고가 처분근거로 제시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과 구 요양업무처리규정을 보더라도 산재근로자가 피고에게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비를 산재근로자가 부담한 요양비라고만 정하고 있을 뿐, 산재근로자가 직접 지급한 요양비라거나, 산재근로자의 재산을 출연하여 지급한 요양비라고 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만약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고일부터 2019. 7. 31.까지 피고가 요양기관에 치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원고에게 요양급여를 하였더라면, 원고는 D로부터 관련 민사사건에서 공제를 당한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기왕치료비 상당액만큼의 금액을 소극적 손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더 받을 수 있었으므로, 이 부분 요양비는
원고가 부담한 요양비가 맞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이 있었던 2022. 8. 24. 당시에는 실질적·종국적으로 원고의 부담으로 귀속되리라는 점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였으므로, 처분시를 기준으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사고는 2014. 3. 15. 발생하였는데 원고의 요양비 청구는 그로부터 8년가량 경과한 시점에 이루어진 점, ○ E위원회가 2015. 1. 26. 원고의 과실비율을 80%로 판단하였고, 추후 관련 민사판결에서도 원고의 과실비율이 80%로 유지된 점, ○ D가 이 사건 사고일부터 2019. 7. 31.까지 원고에게 발생한 요양비용을 요양기관에게 지급하였는데, 그 금액이 250,140,630원이라는 점은 D 대신 피고가 요양급여를 시작한 2019. 7.31. 당시 확정되어 있었던 점, ○ 피고는 원고와 선행 행정사건에서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에 대하여 다투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이 사건 사고에 원고의 과실이 크다는 사정 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적어도 이 사건 사고 후 8년 이상이 경과한 이 사건 처분 시에 실질적·종국적으로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치료비 상당액이 원고의 부담으로 귀속되리라는 점이 확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원고가 변경된 사정에 기초하여 요양비를 재청구하면 이를 검토하여 요양비 지급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양급여청구권은 요양에 필요한 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날의 다음 날,즉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 진행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청구한 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넘는 부분에 대한 요양급여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두10407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의 재청구는 소멸시효의 문제가 있다.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면 피고는 다시 원고의 이 사건 요양비 청구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데, 그 때 확정된 원고의 과실비율을 반영하여 재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므로, 원고가 재청구를 하여야 하고 처분 시를 기준으로 이 사건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석원(재판장) 선승혜 김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