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8. 13. 선고 2024고정313 판결

주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한다.

이유

무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수성구 B에 있는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고용하여 철거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0. 11. 26.부터 2022. 11. 7.까지 이 사건 회사 소속으로 근로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주휴수당 13,069,488원,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3,040,000원 등 임금 합계 16,109,488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회사와 근로자 D은 포괄임금제에 따른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회사가 D에게 지급한 일당에 판시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이하 '이 사건 각 수당'이라 한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D에게 추가로 지급할 임금은 없다. 피고인과 D 사이의 임금체계에 대한 인식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1항 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도 없다.

3.

판단

가.

포괄임금제 약정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회사가 D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회사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포괄임금제 약정의 경우 근로기준법 규정을 잠탈하여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D과 이 사건 회사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따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①

이 사건 회사와 D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고, 일당에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음을 확인할 만한 서면도 작성하지 않았다.

②

D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D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당만을 정하였을 뿐 그 일당에 주휴수당 등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③

D이 이 사건 회사의 현장에서 수행한 철거 업무의 내용이 실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고의 유무에 관하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D에게 이 사건 각 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인이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립한다고 믿은 것은, 포괄임금 약정 자체를 인식하되 그 구속력 여부에 대하여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착오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법률의 착오의 경우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형법 제16조).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와 D 사이에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착오를 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다].

①

이 사건 회사와 D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근로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D의 일당 외에 각종수당의 지급여부나 내용에 관하여는 이 사건 회사와 D 사이에 상호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D의 근로기간 동안 D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일당 외에 다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D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은 근로기간 중 피고인에게 주휴수당 등을 청구하지 않았고, D은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면서 '휴일수당', '휴가수당', '성과수당'이 모두 0원인 임금명세서를 교부받고도 이 사건 회사 측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D에게 일당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에 대한 대가에 대한 지급을 완료하고,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D이 일용 근로자이므로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D은 2022. 12. 8.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피고인을 진정하면서(아래 공소기각 부분의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각 수당 미지급에 관하여는 진정하지 않았다가, 근로감독관의 안내를 받고 2023. 2. 16. 이 사건 각 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다시 피고인을 진정하였다. 피고인은 2023. 3. 9. D이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한 퇴직금을 D에게 지급하였는데 여전히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의무에 관하여는 다툰다.

4.

결론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공소기각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수성구 B에 있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고용하여 철거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0. 11. 26.부터 2022. 11. 7.까지 이 사건 회사 소속으로 근로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퇴직금 8,771,721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이 사건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이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단서). 그런데 피해자가 이 부분 공소제기 이후인 2024. 6.25.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이 부분 공소를 기각한다.

판사 전명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