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를 밀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고의도 없었다.
법리오해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의로 밀쳤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 즉, 피고인은 노동조합 간부로서 조합원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현장조사에 참여할 목적으로, 사전에 노동조합을 통하여 출입에 대하여 협조를 요청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단지 출입신청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출입을 방해하였는바, 피해자의 행위는 산업재해 확인이라는 노동조 합의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위법한 행위에 항거하고자 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 내지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원심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건물 출입문 앞의 계단에서 피고인의 앞을 막고 있는 피해자를 밀쳐서 계단 위에 넘어지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자신을 밀쳐 넘어졌다고 진술하였고, 그 진술의 주요 부분은 일관적이다. 사건 당시 피고인 바로 옆에서 상황을 목격한 경비원 B 역시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밀쳐서 피해자가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악”이라는 소리를 질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고인도 경찰에서 피해자가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너가 밀쳐서 내가 넘어졌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8쪽).
사건 직후 촬영된 사진에서 피해자의 좌측 발목의 찰과상과 종아리의 멍이 확인되는데(증거기록 57쪽, 58쪽), 이러한 사정들은 피해자와 B의 각 진술과 부합한다.
피고인은 계단에서 한 칸 올라섰을 뿐이고 피해자를 밀지도 않았는데 피해자가 스스로 넘어졌다고 주장하나, 이를 믿기 어렵다. 당시 피고인의 일행이었던 C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치지 않았고 피고인이 뒷짐을 지고 계단을 올라가자 피해자가 주저앉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공판기록 82쪽, 85쪽), 피고인은 경찰에서 계단 난간을 잡고 한 발짝 위로 올라갔다고 진술하였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고 진술한 적은 없으므로(증거기록 28쪽), 위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ㆍ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도8423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참조).
판단
원심이 조사한 증거들과 피고인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D노조 E지회(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 소속 조합원으로서 노동안전부장을 맡고 있었다. 경북 칠곡군 F에 있는 G(주) 칠곡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라 한다)에서 근무하는 H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하였다. 피고인은 H의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현장조사에 이 사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참여할 목적으로 노동안전차장 C과 함께 이 사건 물류센터를 방문하였다.
이 사건 물류센터 경비원 B은 출입관리시스템에 피고인 등의 출입이 등록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일단 피고인 등의 출입을 제지하였다. 센터장과 피해자가 위 경비원의 연락을 받고 경비실로 내려와 피고인의 출입 목적을 확인하고 피고인으로부터 노동조합을 통하여 본사에 출입 협조 요청을 통보하였고 본사 I 상무의 승인을 받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센터장은 상황을 확인해 보겠다고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나와서 ‘I 상무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출입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출입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그 뒤 근로복지공단 직원 2인이 이 사건 물류센터에 도착하여 센터장이 나와서 그들을 맞이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피해자는 센터장이 출입할 수 없다고 하였음을 이유로 계속하여 피고인 등의 출입을 제지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C과 함께 계단에서 피해자, B과 대치하다가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린 다음 계단을 올라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 성립 여부
피고인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조합원이 입은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실시하는 현장조사에 입회하고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리는 폭행을 가하였다.
피고인 등의 현장조사 참여는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서 산업재해를 입은 조합원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고, 사업장의 안전보건 실태를 파악하여 유사 재해의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전체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노동조합법 제1조 참조)에 부합하므로, 피고인 등이 이 사건 물류센터 건물에 출입하려고 한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린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4조 단서의 ‘폭력’에 해당하여 노동조합 활동과정에서 한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고,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출입관리시스템에 피고인 등의 출입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장의 하급자로서 센터장이 피고인 등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피고인 등의 출입을 계속하여 제지하게 되었던 사정(변호인은 피해자 등의 피고인 출입 제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법 81조 제1항 각호에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피해자는 계단 위에서 아래를 향하여 피고인 등을 가로막고 있었을 뿐이고 피고인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던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현장조사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피고인의 폭력행사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의 폭력행사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도 성립할 수 없다.
소결론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한다.
판사 박치봉(재판장) 강경호 최운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