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5. 4. 8. 원고에게 한 189,330원의 부당이득금 환수고지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인데, 원고의 사무실에 근무하던 직원B은 2022. 6. 9. C 방화사건<1> 당시 연기 흡입으로 119 구급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진료를 받았다.
피고는 2025. 4. 8. 원고에게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및 제57조에 근거하여 B의 요양급여비용 189,330원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한다는 결정을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항변의 요지<2>
이 사건 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금에 관한 고지이므로,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
관할위반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먼저 이 법원과 같이 행정법원이 설치되지 아니하여 지방법원 본원이 행정법원의 역할까지 하는 지역에서, 지방법원 본원이 행정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을 민사 사건으로 처리하거나, 민사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을 행정소송으로 처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사무분담의 문제일 뿐 관할위반의 문제가 아니므로, 원래 진행하여야 할 절차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의 문제만이 발생할 뿐 관할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행정사건의 심리절차는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특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심리절차 면에서 민사소송 절차와 큰 차이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 참조).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금 고지 안내'라는 제목 하에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및 제57조에 의거하여 공단에서 부담한 금액을 환수고지 하였는데, 이는 공법상 권리의무에 관한 것으로 공법 관계에 기초한 청구라 할 것이고, 사법 관계에 기반한 부당이득반환청구라고 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는 그 제목이 '부당이득의 징수'로 되어 있기는 하나, 그 내용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 등은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이어서, 제목만 부당이득일 뿐 그 실질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요양기관 등에 대하여 그 반환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만의 독자적인 환수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이해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0조는 "공단 또는 심사평가원의 처분에 이의가 있는 자와 제87조에 따른 이의신청 또는 제88조에 따른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에 불복하는 자는「행정소송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피고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한 각종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절차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포괄조항으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로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제90조를 근거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체계적인 해석이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과 같이 범죄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라 그 범죄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야 하는 것이지, 사용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판단
앞서 든 증거, 관련 법령 및 법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C 방화사건의 범인에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언정,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이중의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7다233276 판결 참조). 피고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교통사고로 요양급여를 받으면, 피고가 그 비용을 요양기관에게 지급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가해자 또는 가해자의 보험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여 구상해오고 있다. 이 사건도 교통사고와 같이 원고가 아닌 제3자가 가해자임이 명백한 사안인데도, 피고는 방화범에게 구상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2026. 1. 28. 제2회 변론기일).
행정청이 어떠한 처분 사유를 들어 환수처분 등 불이익한 행정처분을 하고 이에 대하여 처분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이 제기된 경우 처분 사유가 존재함은 행정청인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두28373 판결 참조).
피고가 처분근거로 제시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는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 · 부상 · 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피고가 자인하는 바와 같이, 원고의 근로자 B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상기준에 미달하여 보상을 받지 못하였다는 것이다(피고의 2025. 11. 21.자 준비서면 8/10면 참조).
피고가 처분근거로 제시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는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 · 준요양기관 및 보조기기 판매업자나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 준요양기관, 보조기기 판매업자,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B이 업무상 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아니고(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의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 원고 역시 보험급여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주체가 아니므로(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의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부존재하여 위법하다.
피고는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상을 받지 못하는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제78조에 따라 B에게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하고, 피고가 이를 대신 부담한 이상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의하면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는데, 같은 법 제37조 제1항 각 호는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세분화하고 있으면서도,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먼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B은 근무 중 방화에 의하여 부상을 입게 되긴 하였으나, B의 업무와 방화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이 입은 부상을 업무상 재해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B에 대한 병원치료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어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경우라면, B의 사용자이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가입자인 원고로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1항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책임을 면하게 된다. 반대로 B에 대한 병원치료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대상이 아니라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양보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B에 대한 위 치료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는 피고의 보험급여의 지출로 인하여 B에 대한 재해보상책임을 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보험급여의 지출과 원고의 재해보상책임 면책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재해보상책임 면책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보험급여 지출로 인하여 원고가 근로기준법 제78조 제1항에서 정한 요양보상책임을 면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석원(재판장) 선승혜 김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