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5,305,475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당사자 주장의 요지
피고
원고는 2024. 1.경 피고와 '퇴직금 정산에 대한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피고가 2024. 1. 30.까지 고용노동부에 퇴직금에 관한 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체불임금 사업주 확인원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 원고가 피고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향후 상호 간에 고용·근로관계에 대한 어떠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으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해당하는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하여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1>
원고
이 사건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이 정한 '약관'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14조 제1호에 의하여 무효이다.
판단
약관법 적용 여부
약관법이 정한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의미하지만(제2조 제1호), 이러한 약관이 근로기준법 또는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약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제30조 제1항,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9다246696, 24670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을 비롯한 이 사건 합의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하여 그 종료 시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조항은 약관법이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법 제30조 제1항에 의하여 약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약관법 제14조 제1호가 적용되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조항의 부제소합의 해당 여부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권리 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부제소합의로 인해 그 계약이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그 부제소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18다26177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소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산정된 퇴직금 12,305,475원에서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대지급금 7,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5,305,475원의 퇴직금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을 당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 대지급금으로 퇴직금 전액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원고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유효한 부제소합의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여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합의서에 의하면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퇴직금 전액을 대지급금으로 지급받지 못할 경우 피고에게 나머지 퇴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므로, 이 사건 합의서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퇴직금에 미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그에 부수하여 작성된 이 사건 조항 역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20. 11. 9.부터 2023. 11. 30.까지 피고에서 근무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이 12,305,475원인 사실. 위 기간 동안 피고의 상시근로자 수가 19인인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위 퇴직금 중 7,000,000원을 대지급금으로 지급받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으로 5,305,475원(= 12,305,475원 - 7,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 날인 2023. 1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나머지 퇴직금 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조항은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규현
각주1) ¦ 피고가 명시적으로 각하 판결을 구하지는 않았으나, 피고의 주장을 이와 같이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