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19구합10817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17. 9. 26. 참가인과 사이에 ‘집행임원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참가인의 마케팅본부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집행임원 임용계약(이하 ‘이 사건 임용계약’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참가인은 2019. 3. 26. 이사회에서 원고를 해임하기로 결의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원고를 집행임원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한다). 통지서에 해임사유는 “업무능력과 업무실적이 현저하게 저조하여 당해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또한 장기간 무단결근하여 집행임원 임용계약을 유지할 수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다.

원고는 2019. 4. 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통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6. 5. “원고는 참가인과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초심판정(E)을 하였다. 원고는 2019. 7. 10. 위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같은 날 이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9. 26. 초심판정이 제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초심판정을 유지하는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나 제3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참가인에 종속되어 지휘, 감독을 받으며 참가인에 노무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다. 그리고 이 사건 통지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해고에 해당하는데, 정당한 이유를 갖추지 못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해고의 절차도 지기키 않았다.

이처럼 원고는 참가인의 근로자이고 이 사건 통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함에도,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8호증, 을가 제7, 8호증, 을나 제2, 12, 33호증의 각 기재, 을나 제15호증의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참가인은 텔레마케팅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2017. 3.경 대주주와 경영진이 대폭 변경되었다. 당시 대표이사로 취임한 F은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분야 종사 경력이 없었다.

2)

참가인은 서울, 경기 이남 지역에 거점이 될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2017. 9. 26. 대전 서구를 본점으로 하여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원고는 텔레마케팅 업체인 H에서 2005년부터 근무하였고, 2017년 무렵에는 H 대전지사 운영을 총괄하고 있었는데, G 설립일인 2017. 9. 26. 참가인과 이 사건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참가인의 마케팅본부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함과 아울러 G의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G의 다른 공동대표이사로는 I가 취임하였고, 그밖에 참가인의 대표이사였던 F도 G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

3)

이 사건 임용계약 체결 전 참가인의 조직을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이사회와 대표이사 산하에 CRM사업그룹, 경영/기술전략담당, 지주경영그룹이 있었고, CRM사업그룹 산하에 마케팅본부, 사업기획실, TS본부가 있었으며, 마케팅본부 산하에는 마케팅1팀과 마케팅2팀이 있었다. 원고가 마케팅본부장으로 취임하고 2017. 11. 마케팅본부의 조직이 개편되었는데, 마케팅본부 산하에 마케팅기획팀, 마케팅3팀, 해외사업팀이 신설되었다.

4)

참가인의 이사회는 2018. 12. 14. 이사 8명 중 6명이 출석한 가운데 원고를 마케팅본부장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가결하였다. 의사록에 적시된 해임사유는 ‘계획 대비 매출실적 부진, 리더십 및 소통 부재로 인한 직원간 불화, 보고체계 무시로 인한 중요의사결정 지체’이다. 그 이후 참가인은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및 앞서 본 바와 같은 2019. 3. 26.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원고에게 이 사건 통지를 하였다.

5)

한편 G도 2019. 3. 5. 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공동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고, 2019. 3. 20.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사내이사직에서 해임하였다. G 이사회 의사록에 적시된 해임사유는 “공동대표이사 A이 제시한 대전 지역의 CRM사업 영업 계획을 기초로 2017. 9. 26. 법인이 설립되었으나 계획 대비 뚜렷한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였음. 또한 손실 개선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지 못함으로 인해 계속기업가치를 보장할 수 없게 됨.”이고, 주주총회 의사록에 적시된 해임사유는 “사내이사 A이 제시한 대전 지역의 CRM사업 영업 계획을 기초로 2017. 9. 26. 법인이 설립되었으나 영업담당 대표로서 1년 3개월간 단 1건의 신규계약도 수주하지 못하였음. 또한 손실 개선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지 못함으로 인해 계속기업가치를 보장할 수 없게 됨.”이다.

라.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의 경우에도 그 형식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위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524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10호증, 을가 제2호증, 을나 제5 내지 11, 37, 4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참가인의 ‘집행 임원 운영 규정’에 의하면, 원고가 임용된 직위인 ‘집행임원’은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선임되고 법인등기부에 등재되지 않는 임원을 말한다. 즉 집행임원은 참가인에 의하여 기본적으로 일반직 근로자와는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다.

나)

원고는 거주지가 대전이고, 참가인은 본점 소재지가 서울이다. 원고는 참가인과 이 사건 임용계약을 체결함과 아울러 참가인의 자회사로서 대전을 본점 소재지로 하는 G의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이에 더하여 참가인이 2017. 3.경 대주주와 경영진이 대폭 변경되었고, 새로 취임한 경영진이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경영 경험이 부족했으며, 서울, 경기 이남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G을 설립한 사정을 감안하여 보면, 참가인은 대전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원고가 참가인의 사업 확장에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원고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영입 경위를 고려하면, 참가인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원고에게 업무 지시나 지휘, 감독을 하기보다는, 원고의 경험과 지역 기반을 살린 자율적인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원고가 노무를 제공한 것인지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것인지 판단할 때에 이러한 상황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

또한 참가인이 원고를 참가인의 집행임원으로 선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서울, 경기 이남 지역의 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자회사로 G을 설립하면서 설립과 동시에 원고를 공동대표이사로 취임시킨 것은, 원고에게 넓은 운신의 폭과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원고는 F의 요구에 따라 G 공동대표이사로서의 명의만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와 F 사이에 기존에 별다른 인적 관계가 없었고, 참가인이 원고의 경험과 지역에서의 기반을 믿고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원고를 영입하는 상황이라면 이 사건 임용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가 참가인에 비해 협상력이 낮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별다른 대가도 받지 않은 채 명의만을 빌려주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라)

원고는 다른 본부장들과 비교하여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이 사건 임용계약에 따른 원고의 연봉은 1억 원이다. 그런데 당시 원고가 본부장으로 있던 마케팅본부의 상위 부서인 CRM사업그룹 그룹장의 연봉은 오히려 원고의 연봉보다 적은 9,000만 원이었고, 원고가 아닌 다른 본부장의 연봉도 모두 원고의 연봉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의 법인카드 관리규정에 정해진 것보다 많은 액수의 법인카드를 사용하였다. 참가인의 법인카드 관리규정에 의하면 CRM사업그룹 본부장의 월 사용한도는 200만 원인데, 원고는 2017. 10.부터 2018. 12.까지 15개월 동안 총 49,497,432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월 평균 약 330만 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하였다. 한편 참가인의 차량관리 규정에 의하면 차량은 그룹장 이상의 임원에게만 제공되는데, 원고는 CRM사업그룹 산하의 본부장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제공받았다. 참가인의 통신비 규정에 의하면 통신비는 이사 이상 임원 및 그룹장 이상 임직원에게만 제공되는데, 원고는 통신비도 지원받았다. 또한 원고는 서울에서 머물 수 있는 숙소도 제공받았다.

마)

원고는 주거지인 대전에서 참가인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로 성실하게 출퇴근하였고, 이는 원고가 참가인이 지정한 근무장소에 종속되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2017. 9. 26.부터 2018. 12. 31.까지 예매한 철도이용내역을 갑 제10호증으로 제출하였다. 위 철도이용내역에 의하면 원고는 위 기간 동안 편도로 총 209편의 열차를 이용하였는데, 그 중 서울, 대전과 관련이 없는 동대구, 광주송정, 부산, 창원중앙역에서 출발 또는 도착한 19편을 제외하면, 원고는 위 기간 동안 서울과 대전 사이를 편도로 190회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왕복으로 따지면 95회이다. 이는 위 기간 동안의 근무일수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횟수로서, 원고가 오히려 근무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방증하는 자료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바)

원고는 근태관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은 내부 그룹웨어 시스템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출퇴근 체크를 하여 기록을 남길 것을 엄격하게 강제하고 있으나, 참가인의 전산 기록상 원고의 출퇴근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원고는 원고가 매일 출퇴근 기록을 남겼음에도 참가인이 이를 조작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주식회사 J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보결과만으로는 참가인의 조작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 오히려 참가인이 출퇴근 기록에 관하여 직원들에게 보낸 안내 메일에 의하면, 출퇴근 기록 의무가 있는 직원은 ‘일반직 직원 전원(팀장, 실장, 운영대표, 팀장대행, 팀원 모두 포함)’으로서, 본부장 이상은 출퇴근 기록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반직 직원이 외근을 할 때에 이를 승인하는 결재권자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매일 출퇴근 기록을 남겼다는 원고의 주장이 오히려 믿기 어렵다.

사)

참가인과 G의 원고에 대한 해임 사유는 기본적으로 모두 계획 대비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으로서, 이는 애초에 참가인이 원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원고를 영입한 것임을 의미한다. 매출 확대와 사업 확장은 경영진의 책임 영역에 해당하므로, 이를 기대하고 영입한 사람을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

소결론

이처럼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헌숙(재판장) 유현식 장민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