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5. 20. 선고 2023노110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피고인들)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출근 시간 전에 작업장에 비치되어 있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가 일어났는바, 피고인 B이 도급인으로서 부담하는 안전조치 의무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고였다. 따라서 피고인 B 및 그 사용자인 피고인 주식회사 X(이하 'X'이라 한다)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피고인 X)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X은 천안시 동남구 E건물, F호에 있는 토목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인 B은 피고인 X이 시공한 논산시 G 소재 H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현장소장으로서 위 공사현장 근로자 및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 · 보건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대전 대덕구 I에 있는 실내 건축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A은 C이 피고인 X로부터 도급받은 이 사건 공사 중 미장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위 공사현장 근로자의 안전 · 보건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가.

피고인 B

피고인 B과 A은 2022. 1. 11. 06:37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고인 X로부터 위 공사를 하도급받은 C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J(남, 69세)로 하여금 미장작업 준비 중 전등 설치를 위해 높이 약 90cm 가량의 작업 발판(말비계)에 올라가 작업을 하게 하였다.

당시 그 곳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A에게는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피고인 B에게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 B과 A은 이를 게을리 한 채 A은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피고인 B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작업 발판 위에서 작업을 하던 피해자로 하여금 작업 발판 위에서 떨어져 위 교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 B은 A과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2022.1. 26. 13:05경 대전 서구 K에 있는 L병원에서 외상성 뇌출혈로 인한 뇌간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피고인 X

피고인 X은 제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 X의 종업원인 피고인 B이 피고인 X의 업무에 관하여 위 가항 기재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도급인이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인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할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B이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령

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써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인다.

1)

X은 2021. 11. 12. C에 이 사건 공사 중 미장공사를 하도급하였고, 피해자는 C과 2022. 1. 3.부터 2022. 1. 31.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는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022. 1. 11. 이 사건 공사현장에 처음으로 출근하였다.

2)

피해자는 2022. 1. 11. 06:37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높이가 약 90cm인 작업 발판(말비계)에 올라갔다가 추락하였고, 2022. 1. 26.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였다.

3)

피고인 B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실시한 중대재해조사 시 "이 사건 사고 전날 07:30경 출근하여 근로자들에게 날이 어둡고 기온이 낮으니날이 밝으면 작업을 시작하라고 지시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위 피고인이 피해자를 포함한 다른 근로자들에게 일반적인 출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작업을 시작하도록 묵시적으로 지시 또는 승인하였다고 볼만한 다른 자료는 없다.

4)

이 사건 공사의 발주처인 충청남도논산계룡교육지원청은 X에 위 공사를 위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지급하였고, 피고인 B은 2021. 8.경 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사용하여 안전모 50개를 구입한 후 위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여 왔다.

5)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현장에는 피해자 외 4명의 근로자들이 있었고 작업현장내에 안전모 5개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위 안전모들은 모두 새 것이 아닌 다른 작업자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는 사업주에게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자들 수 이상으로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할 의무를, 안전모를 받거나 착용지시를 받은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착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마다 신체조건에 맞는 안전모를 새롭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만한 근거는 없다.

만일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신체조건에 맞는 새 안전모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사고 당일 피해자가 이 사건 현장에 처음으로 출근하였고 사고가 발생할 당시의 시각은 피고인 B이 출근하기 이전이었는바,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사람의 객관적인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였을 때 위 피고인으로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결과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 및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의 취지에 따르면 도급인의 현장관리자인 피고인 B으로서는 이 사건 당일 근로자의 수에 맞는 안전모를 작업현장에 비치하여 둔 것으로 C의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조치를 다 하였다고 판단되고, 근로자가 안전모를 쓰도록 지시하는 행위는 C의 현장관리자인 A의 안전조치의무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X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 기재와 같고, 이는 제4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강주리(재판장) 김진웅 박준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