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8. 5. 17. 선고 2016가합4686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1993. 10. 16. 마대 원단 직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 A은 2010. 1. 29., 원고 B는 2006. 6. 10., 원고 C는 2002. 10. 22., D(2017. 1. 20. 사망함.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9. 4. 23. 피고 회사에 각 입사하여 재직하던 자들로, 2013. 7.경 설립된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다.

나.

희망퇴직 공고 및 신청

1)

피고 회사가 설립된 이후 2015. 1. 5.까지 피고의 대표이사로 근무한 H(개명 전 I)는 2014. 12. 29. 아래와 같은 내용의 희망퇴직 공고를 하였다.

2)

위 공고를 본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위원장 J는 노동조합 집행부회의를 소집하였고, 위원장 1인, 정책부장 1인, 감사 1인, 총무부장 1인, 대의원 3인 등 총 7인이 참석한 위 집행부회의에서 희망퇴직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 여부에 관하여 투표한 결과 찬성 4인(K, L, D, M), 반대 3인(J, N, O)으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어 위 단체협약은 가결되었다.

3)

이에 H와 J는 회사의 경영상 이유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자에게 1년치 연봉을 퇴직위로급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각 서명하였다.

4)

원고 A, B, C 및 망인(이하 '원고등'이라 한다)은 2014. 12. 30.경 피고에 대하여 희망퇴직 신청을 하였고, 2015. 1. 3. 무렵 피고 회사에서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원고등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희망퇴직을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등에게 각 단체협약에서 정한 1년분의 연봉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행위는 H의 대표권 남용행위로써 그 행위의 상대방인 피고의 노동조합위원장인 J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무효이다.

2)

피고의 희망퇴직 공고는 H의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는데, 원고등이 그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위 공고는 무효이다.

3.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기하여 퇴직위로금 지급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선결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하여 살펴본다.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동법 제30조 제1항).

또한,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며(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참조), 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대표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인정사실

갑 제1, 2, 4, 6호증, 을 제7호증의 3, 10, 11호증의 각 기재 및 갑 제23, 26, 29호증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은 2014. 12. 12.경 야유회를 다녀왔고, 그 무렵 2015년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 회사의 당시 대표이사인 H는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14. 12. 23. 근속기간 10년 미만은 3개월분,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6개월분, 20년 이상은 10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희망퇴직 공고(이하 '제1차 공고'라 한다)를 하였다.

②

H는 2014. 12. 29. 오전에 근속기간 10년 미만은 6개월분,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8개월분, 20년 이상은 1년분의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희망퇴직 공고(이하 '제 2차 공고'라 한다)를 하였다. 그럼에도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없자, 같은 날 오후 근속 연수와 관계없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1년분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하는 공고(이하 '제3차 공고'라 한다)를 하였다.

③

제2차 공고와 제3차 공고는 문서번호가 'P'로 동일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서는 2014. 12. 29.자로 작성되었다.

④

피고 회사의 근로자 52명 중 원고등을 포함한 32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였고, H는 위 희망퇴직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⑤

H는 원고등을 포함한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희망퇴직금을 지급한 것과 관련하여 울산지방법원 2016고합2호로 배임죄로 기소되었고 그 형사재판에서, ㉮ J는 제3차 공고를 보고 난 2014. 12. 30.경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대의원회의를 소집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여부에 대한 찬반 논의를 하였고, 위 대의원회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가결되었다고 증언한 반면, H는 이 사건 단체협약 이후 제3차 공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J와 H의 진술이 불일치하였고, ㉯ 피고 노동조합 대의원인 O는 노조위원장인 J가 경영진(H)으로부터 단체협약서를 작성해달라고 문의를 받아 대의원회의를 소집하였고, J에게 경영진에서 왜 단체협약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하는지 묻자 J가 단체협약서를 작성하면 H가 피고 회사에 대한 배임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하였다.

⑥

한편, J는 ㉮ 늦어도 2014년 가을 무렵에는 H를 대표이사로 선임하였던 피고 회사의 주주총회결의가 무효라는 1심 판결(울산지방법원 2014. 6. 12. 선고 2013가합6540 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알았고, ㉯ 2014. 12. 9. 피고의 대주주인 Q가 법원에서 H의 대표이사 해임 및 신임 대표이사 R 선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결정(울산지방법원 2014비합24)을 받은 사실도 제3차 공고가 있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

⑦

H는 실제로 제3차 공고 이후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인 2015. 1. 5. 피고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고, 그로부터 약 10일 후인 2015. 1. 16. 피고와 동종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S을 설립하였다.

다.

판단

앞서 본 법리에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은 절차상 및 내용상 중대·명백한 흠결이 있어 무효이고, 이 사건 단체협약의 상대방인 피고 노동조합위원장 J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①

희망퇴직이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통상의 경우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근로자의 퇴직을 유도하고, 근로자는 유리한 조건의 혜택을 받기 위하여 퇴직을 희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제도인바, 단순히 퇴직의 금전적인 유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만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면 재취직 또는 자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근로자들만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이고 그와 같은 능력을 갖추지 못한 근로자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아니할 것인바, 그런 경우에는 기업이 애초에 구조조정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였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은 피고 회사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동일한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고, 실제로 피고 회사의 과반이 넘는 직원들이 일시에 퇴직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이 사건 공고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이루어진 이 사건 희망퇴직의 형태는 매우 이례적이다.

②

이 사건 각 공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일 사이에 모두 이루어졌고, 각 공고마다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조건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③

근로자 대표자인 J로서는 근로자의 지위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희망퇴직 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신분보장을 위해 희망퇴직이 필요한지, 희망퇴직을 해야 할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확인하고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제3차 공고가 이루어진 다음날인 2014. 12. 30. 대의원회의를 거쳐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④

J는 피고 회사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있다는 사실 및 각 경영권 분쟁에 관한 소송 결과 등에 대하여도 알고 있었는바, 적어도 이 사건 단체협약이 이루어질 무렵 H가 피고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⑤

이 사건 단체협약서는 제3차 공고가 이루어진 날짜와 동일한 2014. 12. 29.자로 소급하여 작성되었는바, 이는 H가 이 사건 단체협약을 통해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 규모를 정하는 등 노사간 협의절차를 거쳐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희망퇴직신청을 받은 것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이고, J는 이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윤영(재판장) 김상희 박재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