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C, D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공소를 각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피고인만이 위 유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분리 ·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근로자 G의 퇴직 당시 피고인은 형식적으로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으로 등재되어 있긴 하였으나, 피고인은 이사회로부터 병원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여 실제로는 비상대책본부장이 병원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근로자 G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병원장으로 취임할 당시부터 이 사건 병원은 이미 거액의 부채가 누적되어 있었고, 피고인의 취임 이후 비용 등의 절감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자금난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인바,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등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사용자 지위의 존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업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또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대표이사는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주를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사업경영담당자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고(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도2910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의료법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1. 11. 17.부터 2015. 5. 17.까지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이 사건 병원의 재정적자가 계속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갈등이 깊어지자, 의료법인 M의료재단은 2014. 8. 1. 임시이사회를 개최하여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피고인의 병원장 직함, 임기와 이사를 유지하되 인사 · 재무 · 행정 기타경영권 등 일체의 권한을 비상대책본부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한 사실, 위 결의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은 2014. 8. 1.부터 2015. 2. 24.까지 비상대책본부장에 의해 운영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비상대책본부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병원장 및 이사로서의 지위에서 사임한 것은 아닌 점, ② 비록 근로자 G의 퇴직을 전후로 비상대책본부장이 병원장의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병원장으로서의 권한 행사를 내부적 · 일시적으로 제한받은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사업경영담당자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책임조각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을 이유로 하여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허용하지 않는 바이나,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2조 각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참조).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으로 취임할 당시에 이 사건 병원은 이미 상당한 부채가 누적되어 재정이 악화되어 있던 상태로, 상당한 금액의 임금 및 퇴직금이 체불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2012. 5.경 금융기관으로부터 320여억 원을 차입하여 그 중 220억 원가량을 대환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금원은 구조조정 및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였는데, 그 무렵 직원 33명에 대한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사실, 현재 이 사건 병원은 채권자들의 신청으로 파산절차(부산지방법원 2017하합1003)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직원 33명에 대한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약간의 인원감축에 치중하였을 뿐, 퇴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 등의 청산을 위한 변제노력이 있었다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없고 이와 관련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한 흔적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는 점, ② 이미 상당한 금액의 부채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긴 하였으나, 이는 일시적인 자금융통 방편에 불과할 뿐 결국 추가적인이자 채무 부담 등으로 부채의 규모는 계속하여 늘어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조치들이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미지급한 임금 등 합계액이 7,000만 원이 넘는 큰 금액인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임기제로 선출된 병원장으로서 피고인이 취임할 당시부터 이미 이 사건 병원의 누적 부채가 상당한 정도에 달한 상태였던바 미지급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점, G의 임금 등은 원심에서 이미 전부 지급되었고, 당심에서 H에게 34,962,089원이 지급된 점, 피고인 역시 상당한 액수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건강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그런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