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토목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피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제1심 공동피고 C(이하 ‘C’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부산 동래구 D, E 소재 동래구 F동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 신축공사 중 소방기계공사를 대금 32,000,000원에 하도급하는 계약을, 부산 해운대구 G 리조트 리모델링 공사 중 소방공사를 대금 40,000,000원에 하도급하는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9. 2. 25.부터 2019. 4. 11.까지 C에게 고용되어 위 각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장은 2019. 11. 27. 원고가 C으로부터 임금 3,12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확인하는 취지의 ‘체불임금등ㆍ사업주확인서’를 발급하였는데, 위 확인서에는 적법한 직상 건설업자로 피고가 기재되어 있다.
피고의 대표 H은 ‘C에게 하도급을 준 직상수급인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매월 지급하기로 한 도급금액을 C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여 원고의 임금 3,120,000원을 비롯하여 근로자 11명의 임금 합계 22,430,0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근로기준법위반죄)로 약식기소되어, 2020. 6. 10.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0고약1574호로 벌금 4,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같은 달 30.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3, 4-9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1호에 따른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항).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C의 직상수급인으로서 하수급인인 C과 연대하여 C이 사용한 근로자인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3,12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위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9. 4.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제1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여 그 채무가 소멸하였고, 피고에게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은 실제 원고가 제공한 노무에 비해 과다하므로 이를 감액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등 참조), 변제사실의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8,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 명의의 계좌로 2019. 2. 25. 1,000,000원을, 2019. 3. 12. 2,000,000원을, 2019. 4. 26. 2,820,000원을, 2019. 5. 16. 1,461,520원을 각 송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에 대한 3,120,000원의 임금 미지급과 관련하여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그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호증의 5의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가 위와 같이 송금한 금원을 원고가 이 사건에서 구하는 임금으로 지급(변제)했다면 이를 수사기관에서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 피고는 위 약식명령에 대해서도 정식재판청구 등을 통하여 다툰 사실이 없는 점, 원고가 피고의 공사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당일인 2019. 2. 25. 피고가 원고 명의의 계좌로 임금 100만 원을 미리 송금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점(원고가 임금의 선지급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음),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이 송금한 금원을 임금으로 지급한 것임을 추단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금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확정된 약식명령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제2 주장
원고의 미지급 임금은 피고가 C에게 하도급에 따른 금액을 모두 지급하였음에도 C이 이를 제대로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는 C에 대해 임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등 참조).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 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입법 취지를 두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직상 수급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입법취지, 규정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피고가 설령 C에게 원고에 대한 임금을 포함하여 하도급한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미등록 건설업자인 C에게 공사를 재하도급한 이상 그 공사현장에서 C이 체불한 임금에 대하여 C과 연대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이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재판장) 신민석 양우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