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11. 1. 선고 2023노450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C설립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 한다)에서 홍보요원으로 일하였던 고소인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자인 E의 부탁으로 추진위원들의 협의와 E의 결재를 거쳐 위 추진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고소인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이에 대한 주민총회의 결의가 없었기 때문이므로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0. 8. 7.경부터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이었으나 2021. 10. 2.경 해임되자, 그 무렵부터 2022. 2. 27.경까지는 직무대행자 D으로부터, 2022. 2. 28.경부터 2022. 12.경까지는 후임 직무대행자 E으로부터 '업무협조 요청서'를 받아 이 사건 추진위원회 업무 일반을 위임받아 수행한 사람으로서, 사업경영담당자 또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서 홍보요원으로 2022. 4. 16.부터 2022. 4. 29.까지 근무한 근로자 F, G, H, I, J의 임금 각 210만 원, 2022. 4. 16.부터 2022. 4. 30.까지 근무한 근로자 K, L, M, N, O, P, Q, R, S, T의 임금 각 225만 원, 합계 3,300만 원을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의 자백과 고소인 대표 R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고소장, 업무협조 요청서, 각 홍보요원 근로계약서 등을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5915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자인 E은 2022. 2. 28. 피고인에게'업무의 도움을 받고자 당 재개발의 행정적인 업무의 전반적인 진행 및 보고를 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조 요청서를 보내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추진위원회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게 하였다. 그 업무의 일환으로 피고인은 창립총회 홍보요원을 모집하는 채용공고를 하였고, 이후 면접을 거친 고소인들과 이 사건 추진위원회 명의의 근로계약서를 각 작성하였다.

(2)

위 각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고소인들이 창립총회 서면결의서 제출 안내및 접수 업무, 기타 이 사건 추진위원회 측에서 요청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고, 용역금액이 일당 15만 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3)

고소인들은 근무기간 동안 매일 10시에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하여 출근부에 서명을 하고 조례를 하였으며, 할당된 조합원 집을 방문한 내용 등을 기재한 업무일지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출근부와 업무일지를 통하여 고소인들의 출퇴근을 관리하고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점검하였다. 한편 고소인들에게 필요한 사무용품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서 제공하였다.

(4)

위와 같은 사정들과 고소인들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부산지방법원 2023가소518299호, 부산지방법원 2023가소518329호) 각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위 각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고소인들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사업주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임금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이 사건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25조 제1항 제2호는 예산 및 결산의 승인에 관한 방법을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법원의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무렵인 2022. 4.경 위 추진위원회의 예산 집행에 관한 기안은 위원장 직무대행자인 E과 추진위원들의 회의를 거쳐 작성되었으며,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이었던 AA도 당심 법정에서 일반적으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예산을 집행할 때에는 추진위원회 결의를 거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고소인들의 임금 지급에 관하여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회의나 결의를 거쳤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바, 이 사건 추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자의 요청에 따라 실무를 담당하던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회의나 결의 없이 임의로 고소인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업무로 인한 지출이 필요한 경우 그 지출 내용과 금액을 기재한 전표를 작성한 후 사무원과 위원장 직무대행자 E의 각 결재를 거쳐 이 사건 추진위원회 명의의 통장에서 출금이 이루어졌고, 2022. 3.경부터 위원장 직무대행자 E이 이 사건 추진위원회 명의의 통장과 공인인증서를 직접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2022. 4. 30. 창립총회를 개최하였고 위 창립총회에서 제1-8호 안건인 '창립총회 예산(안) 결의의 건'이 가결되었는데, 위 예산(안) 중 인건비란에 홍보요원인 고소인들의 임금 부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 창립총회에서 조합장 선출 안건에 관하여 서면결의서 일부가 사전투표함에 들어갔다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어 분란이 발생함에 따라 결국 창립총회가 무효로 선언되면서 총회 결의가 무산되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창립총회결의가 무산되거나 이후 고소인들의 임금에 관한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2의 다. 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그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이소연(재판장) 이소민 박민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