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10. 16. 선고 2025노1593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피고인은 D, E, F, G(이하 위 4명을 통칭하여 '고소인들'이라 한다)의 사용자가 아니다. 가사 피고인이 사용자라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용자 지위는 피고인이 고소인들에 대한 지휘 · 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는 때로서 이 사건 공사의 책임자였던J이 현장을 실질적으로 이탈한 2023. 3. 26.경 또는 2023. 4. 1.경부터라고 할 것인데, 고소인들의 업무가 중단된 것은 2023. 6. 3.경이므로 위 날짜로부터 3개월 미만의 시점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하는 해고예고수당 지급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나.

또한 피고인이 고소인들에 대하여 공사중단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고소인들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 의사표시가 아니라 주식회사 I(이하 'I'라 한다)와의 관계에서 기성고를 정리하기 위한 방편이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의사표시는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6323 판결 등 참조).

2)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6795 판결 등 참조).

다.

당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과 J은 I가 시행하는 부산 강서구 B ㈜C 신축공사 중 스프링클러 배관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함께 맡아 기성금 6(피고인):4J)의 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피고인이 대표자인 H은2023. 2. 2. I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공사기간 2023. 2. 2.부터 2023. 7. 31.까지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J의 소개로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고소인들이 투입되었고, 2023. 2. 2. 고소인들과 I 사이에 직종은 배관설비, 일급은 180,000원으로 하는 내용의 각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다)

J은 2023. 3.경 이 사건 공사에서 이탈하였고, J이 가지기로 정한 이 사건 공사의 기성금은 고소인들의 임금에 보태어져 2023. 4.경부터 고소인들의 일급이 18만 원에서 20만 원 내지 22만 원으로 상승하였다.

라)

피고인은 2023. 6. 3.경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였다.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고소인들을 지휘 및 감독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고소인들에게 아무런 예고를 하지 않은 채 고소인들을 해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가)

D은 원심법정에서 '고소인들의 팀을 대표하는 것은 G이다'(공판기록 116면), '업무지시의 큰 틀은 피고인이 했고, 피고인하고 G이 아침에 얘기를 해서 그날 할 일을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였다(공판기록 117면)', '팀이라는 게 별것은 아니지만 G 씨도같은 일당을 받고 일을 하는데, 형님이다 보니 많은 지시를 우리가 듣고 일을 하는거다(공판기록 119면)', 'I에서는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 우리들한테 I에서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공판기록 125면)'고 진술하였고, G도 원심법정에서 'I와 직접 의사소통을 한 적이 없다. 항상 피고인을 통해 진행되었다(공판기록 135면)'고 진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G이 고소인들로 구성된 팀의 대표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G이 D, E, F을 고용한 것이라기 보다는 G도 피고인 등 고용주로부터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면서 단지 선임으로서 D 등에게 세부적인 지시를 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

고소인들과 I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기는 하였으나, 실제 임금은 피고인이나 J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이고, I는 고소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바가 없다. 한편, 고소인들은 이 사건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스프링클러 배관공사위주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이 I로부터 하도급받은 공사 범위와 일치한다[피고인은, 고소인들이 피고인이 지시하는 간이화장실 배관공사를 거부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하여 사용자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고소인들이 당초 수행하기로 한 소방배관공사 업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G이 고소인들을 대표하여 거절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다)

피고인과 G의 통화내용에 의하면 G이 피고인에게 특정 자재나 도구에 대해'(행거) 200개만 시켜 주십시오'(2025. 7. 8.자 변호인 의견서 첨부서류 녹취록 30면), '사무실에 얘기해서 (밴드쏘 날) 한두 개라도 더 사오라고 얘기 좀 해주시지요'(위 녹취록 35면) 라고 하는 등 자재를 구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이에 피고인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있다. 즉,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사용될 자재 등은 고소인들이 직접 수급하거나 I로부터 곧바로 공급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을 통하여 고소인들에게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과 J의 2023. 6. 19.자 통화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이 "그러니까 내가 거기에, 여기에서 취업할 때 내가 그 사람을 취업시킨 게 아니고 자네가 같이 와서 같이 하자고 온 사람들이지, 내가 그 사람들 불러서 일 시킨 건 아니잖아. 그치?"라고 하자 J은 곧바로 "아니. 그 최종은 어차피 팀장님(피고인)이 데리고 쓴다 그래서 한 거 아닙니까?"라고 대답하였다. 또한 피고인이 "내가 개들을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킨 건 아니잖아.(후략)"라고 하자 J은 "팀장님(피고인)이 시킨 게 맞지예, 팀장님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J은 피고인에게 고소인들을 소개하여 주었을 뿐 이 사건 공사 진행을 위해 고소인들을 직접 고용한 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

한편, 당심 증인 T는 '고소인들이 G 소장팀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행동했다(증인 T 증인신문 녹취서 3면)', '공사 현장에서 소장님은 우두머리를 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위 녹취서 4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G은 고소인들이 구성하고 있는 팀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고 있을 뿐 공사 현장에서 '소장'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었을지라도 D, E, F을 고용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위에서 든 사정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의 지위나 역할 등을 종합하면, 실질적으로 이 사건 공사와 고소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 · 감독은 피고인에 의하여 이루어졌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바)

피고인은 2023. 6. 2.경 F과 통화를 하면서 F에게 '어, 내일 출근 안 해도 돼요'(공판기록 63면)라고 말하였고, 고소인들은 그 다음 날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평소대로 출근하였는데 피고인으로부터 더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후 결국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만약 고소인들이 피고인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라 독립된 지위에 있었다면, 피고인이 F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하거나 이 사건 공사를 자신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였더라도 고소인들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소인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함으로 인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철수하게 되었는바, 피고인은 자신이 고용한 고소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경린(재판장) 김현희 계훈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