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근로자 B가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근무일마다 휴게시간 중 4차례(10:00, 16:00, 22:00, 05:00)에 걸쳐 순찰업무를 하였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B로 하여금 위와 같이 휴게시간 중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설령 피고인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7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부산진구 C, 7층에 있는 ㈜D의 대표이사로 상시 약 8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서비스업(건물경비)을 경영하는 사업경영담당자이자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지급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0. 7. 26.부터 2022. 8. 31.까지 경비원으로 근로한 B의 2020년 7월 임금 차액 29,032원을 비롯하여,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체불금품 합계 3,951,032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근로자 B가 그 근무기간(2020. 7. 26.부터 2022. 8. 31.까지) 동안 근로계약상 휴게시간 중에도 1일 4차례(10:00, 16:00, 22:00, 05:00)의 순찰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B에게 위 기간 동안의 근무 1일당 1시간(= 순찰 1회당 15분씩 × 4차례)에 해당하는 근로시간 부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피고인은 원심에서 “B를 비롯한 피고인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을 모두 보장받았고,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휴게시간 중 추가적인 업무를 부여한 사실이 없으며, 근로자들이 경비업무상 예측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근무시간을 이용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원심은 “14시간의 휴게시간 중 7.5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근로자 B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증거들에 의하면 매일 휴게시간 중 4차례(10시, 16시, 22시, 05시) 순찰업무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휴게시간 14시간 중 1시간(순찰 1회 당 15분)을 추가 근무한 것으로 본 이 사건 공소사실은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70만 원의 형을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⑴ 관련 법리
㈎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⑵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업장의 경비원들은 격일제로 출근하여 10시간의 근로시간과 14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진 후 교대하여 다음 날 24시간 휴무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B와 피고인 사이에서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10시간의 근로시간(07:00~09:00, 11:00~12:00, 14:00~16:00, 18:00~21:00, 24:00~01:00, 06:00~07:00)과 14시간 휴게시간(09:00~11:00, 12:00~14:00, 16:00~18:00, 21:00~24:00, 01:00~06:00)이 지정되어 있는 점, ② 경비원의 자리가 있는 안내데스크 벽면에 부탁된 종이에 기재된 ‘근무자 안내사항’ 등에는 “건물 내 순찰, 각 층 화장실 등 점검, 시설물 하루 4회 이상 순찰”, “부득이 정해진 휴식시간에 휴식 못한 경우 전/후 근무시간 이용해 보장된 휴게시간을 지켜 휴식합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점, ③ 건물의 경비·순찰 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원은 업무 수행과 대기시간이 반복되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으로 휴게시간이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 휴게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휴식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B가 2022. 8. 11.부터 2022. 8. 31.까지 작성한 경비일지에는 ‘10:00, 16:00, 22:00, 05:00’에 각 순찰 업무를 하였음을 전제로 ‘불사 이상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⑤ B가 퇴사 전 약 1개월(2022. 8. 8.~2022. 8. 31.) 동안 비상계단 4, 6층에 부착된 순찰칩을 사용하여 순찰지점을 방문한 시간을 기록한 내역에 의하면, B가 위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으로 정한 시간대에도 순찰지점을 방문한 기록이 확인되는 점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B에게 근로계약상 부여된 휴게시간 중 일부는 업무를 위한 대기시간 내지 실질적인 근로시간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설령 피고인이 근로자 B의 휴게시간 중 대기시간이나 업무시간으로 평가되는 부분에 대해 민사상 지급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하더라도, 나아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을 위반하여 B에게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위와 같은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 B는 2020. 7. 26.부터 2022. 8. 31.까지 2년 이상 이 사건 사업장 건물에서 동일한 근무형태로 경비원 업무를 담당하였고, 피고인이 지급한 급여를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수령하였으며, 퇴사 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인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인에게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거나 휴게시간 중 근로하였음을 이유로 추가적인 임금 지급을 청구하는 등으로 문제제기를 하였다는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B와 같은 지위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한 다른 경비원이 휴게시간 중 업무 수행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였거나 임금 지급의 범위를 다투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B가 퇴사 후 진정을 제기할 때까지 B와 사이에 휴게시간 중 업무 수행이나 해당 부분에 대한 임금 지급에 관한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인식할 만한 구체적인 계기가 없었다고 보인다.
㈏ 피고인은 노동청 조사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B 등 경비원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었고, 휴게시간 중 순찰 등의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휴게시간에 근로했다면 대신 근로시간에 휴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피고인은 주로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 사업장을 거의 방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B 등 경비원의 근무상황을 상시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상급직원을 따로 두지 않았으며(이 사건 사업장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관리하는 4개의 건물을 월 1~2회 정도 방문하여 경비원들을 교육하는 ‘경비지도사’가 있으나, 그 내용은 친절·안전, 화재·소방, 심폐소생술 교육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아닌 건물관리인, 경비지도사 등에게 경비원에 대한 업무지시권한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또한 이 사건 사업장에 경비일지가 비치되어 있어 일부 경비원들이 이를 작성하였으나(노동청 조사에서 “경비일지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경비원도 있다), 주로 다음 교대 근무자에게 특이사항을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경비원마다 작성 내용에 차이가 있어 순찰시간 등 업무내역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피고인이 위 경비일지의 작성을 지시하거나 경비일지를 일일이 확인·결재하는 등으로 관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B의 휴게시간 사용 상황 등에 관하여 분명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으로서는 경비원이 휴게시간 중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대신 근로시간 중 일부를 활용하여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이를 휴게시간으로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다른 경비원 및 퇴사자 등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부 경비원은 “휴게시간은 지정된 시간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14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한다”고 진술하였고, 순찰 업무에 관해서도 “하지 않는다”거나, “순찰을 하지만, 지정된 시간이나 횟수가 없고, 1일 2회 정도만 한다”는 등으로 진술하였으며, 공통적으로 “휴게시간 중 별도의 근무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B와 약 8개월 정도 함께 근무하였던 E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순찰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좀 바쁠 때는 그렇게 (순찰을)안 해도 되었다. 실제 근무할 때 순찰칩을 사용하지 않았고, 순찰일지는 적을 때도 있고 안 적을 때도 있었다. 휴게시간 중 자리를 이탈하여 개인적인 일을 많이 봤다. (근로계약상 휴게시간보다) 더 많이 쉬었다”는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B가 퇴사 직전 약 1개월 동안 비상계단 내 순찰칩을 사용한 기록, 경비일지에 ‘10:00, 16:00, 22:00, 05:00’에 각 순찰 업무를 하였다는 취지의 기재 내용이 확인되나, 위 약 1개월 동안의 자료 외에 휴게시간 중의 업무 수행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는 찾아볼 수 없고, 노동청 조사에서 “순찰칩이 설치된 사실은 알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다”, “경비일지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경비원도 있었으며, B와 함께 근무했던 E도 원심 법정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위 약 1개월 동안의 순찰칩 기록 및 경비일지만으로 B가 2년 이상의 근무기간 동안 매 근무일마다 휴게시간 중 1시간의 순찰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거나,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으로, 사용자에게 임금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그 지급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을 인식·용인할 것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 경비원 B의 휴게시간 중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는지, 만일 이를 인정할 수 있다면 구체적인 근로시간은 몇 시간인지 등이 확정되어야만 피고인이 지급했어야 할 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과의 차액이 정해질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B의 근로계약상 휴게시간 중 일부가 실질적으로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였고, 휴게시간 중 업무를 수행한 내역을 파악할 자료도 부족하였으며, 피고인의 입장에서 법률상 근로시간으로 간주되는 대기시간 등과 휴게시간의 구분이 명확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B는 당초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인 14시간 중 6.5시간만 휴게하였고, 나머지 7.5시간에 대해서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부터 근무일당 7.5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추가 지급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022. 10. 6. 위 진정에 대해 “위반없음”을 이유로 종결 처리를 하였으나, 이후 B가 재차 같은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자, 검사는 B가 주장한 ‘1일 휴게시간 중 실질적인 근로시간(7.5시간)’에서 일부(1시간)만을 임금 지급대상으로 보아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B의 ‘휴게시간 중 근로’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었는바, 피고인이 해당 부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수(재판장) 신은진 황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