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7. 8. 선고 2014나1817 판결

주문

원고들의 항소 및 당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 및 예비적 청구로 생긴 소송비용은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일부 인용

제1심 판결 이유 중 '1. 기초사실', '2. 당사자들의 주장' 부분을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인용하되, 제1심 판결 제5면 제17행의 '2005. 8.경'을 '2008년 5월경'으로 고치고, 제6면 제1행 말미에 "또한 원고들은 예비적으로 피고의 단체협약 위반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원고들이 부담한 유류비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라는 문구를 추가한다.

2.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가.

통정허위표시 여부

(1)

2008년도 임금협정서

을 제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는 2008. 1. 1. 당시 노동조합장인 원고 A와 2008년도 임금협정서를 작성하면서 그와 별도로 "1. 일일 운송수입금은 106,000원으로 한다. 2. 일일 운송에 필요한 연료비는 임금협정서와 별도로 조합원이 부담한다. 3. 일일 운송에 필요한 연료비에 대하여 합의된 사항은 쌍방 이의가 없으며 성실히 이행한다." 라고 기재한 이면합의서(이하 '이면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한 사실, 이후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2008년도 임금협정서가 아니라 이면합의서의 내용에 따라 스스로 연료비를 부담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에 더하여 당시 정부가 "전액관리제시행요령"(건설교통부 훈령 제372호)에 따라 주유비를 포함하여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 경비를 운수종사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보아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삼았던 점 등까지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법령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서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하는 임금협정서에는 형식적으로 피고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기재하는 대신 택시기사가 유류비를 부담하기로 하는 실제 합의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별도의 합의서에 기재할 것을 노동조합에 제의하였고, 조합장인 원고 A도 그러한 제의에 동의하여 이면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2008년도 임금협정서 중 피고가 유류비를 부담한다는 내용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2008년도 유류비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2009년도 단체협약

피고는 2009년도 단체협약 중 유류비 부담 규정도 2008년도 임금협정서와 마찬가지로 통정허위표시로써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이와 동일한 쟁점을 다룬 피고 공동대표사원 R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춘천지방법원은 2009년도 단체협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그 위반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춘천지방법원 2012. 3. 15. 선고 2011고정795 판결), 항소심(춘천지방법원 2013. 1. 16. 선고 2012노261 판결)을 거쳐 대법원도 동일하게 판단(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3도1700판결)하면서 유죄 판결을 확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피고가 2008. 1. 1. 원고 A와 이면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2009년도 단체협약의 작성 시점은 이면합의서 작성 이후인 2008. 12. 30.로서 "본 협약에서 정한 기준은 회사가 정한 제규칙 및 종업원과 맺은 개별근로계약보다 우선한다"는 규정(제2조)을 두고 있어, 종전에 작성한 이면합의서가 2009년도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우선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 제2호증, 을 제5호증의 1부터 5, 을 제12호증의 1, 2, 을 제13호증의 1부터 7,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를 비롯하여 피고의 전 입증으로도 2009년도 단체협약 중 피고가 유류비를 부담한다는 규정이 통정허위표시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

앞서 본 것처럼 2009년도 단체협약 중 유류비 부담 규정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데, 피고가 그 규정과 달리 지금까지 택시기사들에게 유류비 부담을 전가해 온 사실은 당사자들이 다투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들은 원칙적으로 2009년도 단체협약에 따라 피고에게 유류비 상당 임금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갑 제9호증의 1, 2, 을 제2, 3호증, 을 제4호증의 1부터 21, 을 제5호증의 1부터 5, 을 제7, 10, 11호증, 을 제12호증의 1, 2,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T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2009년도 단체협약에는 유류비를 피고가 부담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 사납금 등 택시기사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들은 정하지 않은 채 이에 대한 규율을 별도의 임금협정서에 위임하였음에도 피고와 노동조합은 2009년도 단체협약을 반영한 임금협정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은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이면합의서에 따른 사납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2010년 7월경 소속 택시기사들 대부분과 개별적으로 1일 사납금을 111,000원으로 하되 연료비는 택시기사가 부담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체결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춘천시에서 수령한 가스보조금을 모두 택시기사들에게 분배한 사실, 원고 P도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피고 임원과 대화하면서 1일 사납금을 11만 원으로 하면서 5~6만 원 상당의 유류비를 택시회사가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인정한 사실,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춘천시지부 위원장도 피고에게 일일 운송에 필요한 연료비는 임금협정서와 별도로 조합원이 부담하되 가스보조금은 조합원에게 현금 지급하고 이면합의서는 2010. 7. 1.부로 소급 적용한다는 이면합의서를 작성·교부한 사실, 이후 피고는 노동조합과 2012. 1. 15. 단체협약을, 같은 해 2. 5. 임금협정을 새로 체결하였으나 2009년도 단체협약과 달리 1일 사납금을 111,000원으로 정하면서 연료비 부담 주체를 택시기사들로 명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피고는 2009년도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그 유류비 부담 규정을 구체화한 임금협정서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에 작성한 이면합의서를 계속 적용할 것을 전제로 택시기사의 사납금액, 임금 등을 정하였으며, 택시기사가 연료비를 부담한다는 전제로 그들에게 가스보조금까지 추가 지급하였다. 만약 이면합의서와 달리 피고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새로 임금 체계를 구성하였다면, 피고가 추가 부담하는 비용만큼 택시기사들의 사납금을, 예를 들어 종전 사납금 11만 원에 유류비 5~6만 원을 합산한 16~17만 원으로, 증액하던지 아니면 임금 등을 감액하여 결국 유류비 부담 주체와 무관하게 피고가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시도하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가 유류비를 부담해야 한다면 택시기사들은 당초 자신들이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사납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설정하고, 보조금까지 받아 이에 따른 이익을 모두 향유하였음에도 당초 예정하지 않았던 유류비 상당액까지 추가로 지급받는 이중의 이득을 보게 되는 반면, 피고는 유류비를 부담하지 않는 대신 수입금 중 일부만을 사납금으로 수납하고 그에 기초하여 수지 균형을 맞추며 기업을 경영하여 오다가 예측하지 못한 재정 손실로 중대한 경영상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는 상호 신뢰를 기초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에서 상호 신뢰의 기반을 깨뜨리고 상생 관계를 해치는 행위로서, 궁극적으로는 택시기사들의 근로환경이나 근로조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기업의 재정적 곤란 및 그에 따른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노사 양쪽 모두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2009년도 단체협약에 기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초 스스로도 예견하지 않았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불측의 손해를 주는 것으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여 용인하기 어렵다. (춘천지방법원이 피고 대표자 R에 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피고 사건에서 2009년도 단체협약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단체협약상 피고가 유류비를 부담하고 임금은 별도의 임금협정서에 따라야 함에도 임금의 일부인 성과수당에서 유류비를 공제하여 단체협약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이 위 형사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한 범죄사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 형사 판결은 2009년도 단체협약에서 유류비 부담 주체를 변경한 이상 그 내용을 반영하여 지체 없이 노동조합과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여야 함에도 R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종전과 같이 이면합의서에 따라 임금 지급 업무를 처리한 행위가 단체협약에 위반한다고 판단한 것일 뿐,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경우처럼 근로자들의 회사에 대한 추가 임금채권의 존재 및 행사 가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을 제2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A가 R을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검사는 R이 성과수당에서 유류비를 공제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형사 판결은 원고들의 유류비 상당 임금 지급 청구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 하등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신의성실의 원칙과 근로기준법의 관계

원고들은 피고가 단체협약에 위반하여 유류비를 원고들의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 전액불 지급 원칙에 반하는 이상, 원고들의 청구를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기각한다면 이는 강행규정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하는 셈이 되어 그 입법취지를 몰각하게 되므로, 원고들의 임금청구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전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신의성실의 원칙을 강행규정에 우선할 수 있고(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득한 권리도 민사상 권리에 해당하는 이상 그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며 이를 남용할 수 없다는 민사법상 대원칙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한다(해고가 근로기준법에 위반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근로자가 상대방에게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한 다음 새삼스럽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유류비 상당액을 임금으로 청구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행사할 수 있는 임금지급 청구권의 존재를 전제로 그 수령을 확실하게 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위 조항을 문제삼을 여지도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단체협약 해석 방법

원고들은 단체협약의 목적에 비추어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2009년도 단체협약의 연료비 부담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꿔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정을 원고들과 같이 해석하는 경우에도 이에 따른 권리의 행사는 부당하여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유류비 지출액 상당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 중 2008년 발생 유류비에 관한 부분은 원고들이 청구의 근거로 삼고 있는 2008년도 임금협정서 중 관련 내용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므로 이유 없고, 그 이후 부분은 권리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으므로 역시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 대표자 R은 앞서 본 것처럼 성과수당에서 유류비를 공제하여 지급하는 등 단체협약의 내용 중 임금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의 임금에서 임의로 유류비를 공제한 행위는 범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유류비 상당의 적극적 손해를 배상하거나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원고들이 피고에게 유류비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이면합의서의 내용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이를 허용할 수 없음은 이미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처럼 피고가 원고들에게 유류비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이상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들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들이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도 없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항소와 당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고, 항소비용 및 당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로 생긴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이 전부 부담하게 한다.

판사 심준보(재판장) 유아람 유기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