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 13. 선고 2014나203023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파주시 일대에서 택시 여객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소유의 택시를 운전하는 근로자들이다.

나.

노사합의 및 임금협정의 체결

1)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되어 있던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피고는 2010. 10. 28.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금협정(이하 ‘2010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1. 2. 7. 2011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 30분, 월 소정근로시간을 167시간으로 변경하였고, 2012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은 2011년과 동일하였으며, 2013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는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 11분, 월 소정근로시간을 157시간으로 변경하였다. 또한, 사납금은 2011년 임금협정의 경우 2010년도와 동일하였고, 2012년 및 2013년 임금협정의 경우 158,000원으로 2010년도보다 소폭 인상되었다.

다.

임금지급 형태

피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각 해당연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만을 지급하여 왔고,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총 운송수입금 중 각 해당연도 임금협정에서 정한 사납금을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원고들의 수입으로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B, C, D, E, F, G, H, I, J, K, L, M(이하 ‘원고 B 등’이라 한다)의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을 제16, 17, 18, 20 내지 2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B 등은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후인 2013년 9월경 피고와 위 원고들이 일용근로자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받는 대신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의가 이 사건 소송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원고 B 등과 피고 사이에 부제소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 B 등이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합의에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위 합의가 이 사건 소에 관한 부제소 합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원고 B 등의 이 사건 소를 위 합의에 위반한 부적법한 소로 보아 각하한 제1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나.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노동조합과 2010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40분, 월 166시간으로, 2011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 월 167시간으로(2012년 임금협정은 이와 동일함), 2013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는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 11분, 월 157시간으로 각 단축하면서 위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과는 다르게 원고들은 1일 최소 16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지급하여야 할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하고자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여 위법하고, 민법상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진의 아닌 의사표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설령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택시운전종사자들의 경우 근로시간의 측정이 가능하여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8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원고들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실제 근로한 시간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0년도부터 2013년도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① 법정 최저임금(임금대장에 나타난 근무 일수 × 1일 최소 근무시간인 16시간 × 시간당 최저임금)과 ② 매월 주휴수당(4.35주<1> × 8시간 × 시간당 최저임금)의 합계액에서 이미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을 공제한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

판단

1)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의 유효 여부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갑 제7, 15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와 노동조합이 2010년도부터 매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점차 단축하는 합의를 한 것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였다거나, 민법상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진의 아닌 의사표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소정 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유효하다.

①

소정근로시간이란 법정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하는 것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과 다른 개념이므로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과 다르게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②

2010년 임금협정 당시 택시업계는 수요 감소와 지속적 증차, 연료 가격의 상승 등으로 전반적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였는데, 2010. 7. 1.부터 파주시에 소재하는 피고에게도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2>이 적용되면서 근로자들의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어, 피고로서는 소정근로시간을 기존과 동일하게 6시간 40분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납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③

당시 피고 소속 근로자들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아니하면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월 급여의 상승폭 이상으로 사납금이 인상되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에 근로자들의 대표인 노동조합이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에 따라 노사 양측의 이익을 위하여 피고와 사이에 사납금 인상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기로 합의하였다. 위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사납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음으로써 근로자들이 직접 취득할 수 있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므로, 결국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전체적으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④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취지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서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고정급여를 높여 택시운전종사자의 수입을 안정시키는 데 있기는 하지만, 노사 모두 각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한 후 종전 임금구조를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법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임금구조를 만들기 위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명시적으로 합의하였다면,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그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자 하는 최저임금법의 입법목적과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최저임금법이 최소한으로 보장하고 있는 수준 이상의 임금이 실질적으로 원고들에게 귀속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을 두고 그 자체로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적 수단으로 단정하여 택시운전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자발적인 의사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고정급여의 비율을 낮추는 것까지 무효로 볼 수는 없다.

⑥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택시운전종사자들로부터 운송수입 전액을 지급받지 아니하는 택시회사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운송수입 전액관리제의 시행을 강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납금을 둔 노사합의 및 운송수입 전액 관리제로 전환하지 않은 단체협약을 바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운송수입 전액 관리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택시회사의 운송수입금 전액에 대한 관리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소정근로시간의 조정을 통한 임금산정이 불가피하고 실제로 대부분의 택시회사가 나름대로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

원고들의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와 노동조합이 2010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는 운행 여부에 상관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0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유효하고, 이에 따라 피고가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

①

근로기준법 제58조는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고(제1항 본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되(제1항 단서), 이 경우에도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제2항)’라고 규정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더라도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②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상 택시운전종사자는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은 순간부터 차고지로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게 되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시간, 운행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 여부를 지휘‧감독할 방법이 없고, 운행기록장치 등에 기록된 출고‧입고시간, 영업시간, 빈차시간, 정지시간 등의 내용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실제로 근로한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③

위와 같은 택시운송사업의 특수성과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하여 근로자들의 대표인 노동조합이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④

원고들은 사납금을 초과한 운송수입금을 직접 자신들에게 귀속시키므로 이러한 초과운송수입금은 연장근로수당의 대체적 성격을 지니고, 이와 같은 임금지급구조를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반드시 불이익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피고와 노동조합 대표 사이에 체결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와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유효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소정근로시간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 것은 적법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 B 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 B 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한편 제1심판결 중 원고 B 등에 대하여 소를 각하한 부분은 부당하나,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었다고 인정되므로 제1심법원으로 환송하지 아니하고 본안판결을 하기로 한다. 다만 원고 B 등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항소인인 원고 B 등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판결을 취소하여 원고 B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 B 등의 항소만을 기각하기로 한다. 이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현우 김동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