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6. 4. 선고 2020누55338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자동차부품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원고는 2018. 8. 23.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참가인의 대표이사 D의 수행기사로 근무하던 자이다. 원고는 D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에서 근무하였다(갑 제1, 2, 10, 12호증).

나.

근로관계 종료에 관하여 2018. 9. 28. 원고와 D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 및 참가인의 출근명령

1)

D은 2018. 9. 28. 원고에게 “원고가 대기업에 오래 있었고 의전도 각별히 잘 하지만,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오늘까지 근무하고 9월 30일 퇴직처리 하자고.”라고 말하였다. 이에 원고가 D에게 이의를 제기하며 “지금 말씀하신 게 부당한 해고인 건 아시죠?”라고 하자, D이 원고에게 “아니지, 권고사직이지.”라고 말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 자리에서 D에게 “어떻게 권고사직입니까? 일방적으로 그만두라 하셨지 않습니까. 정당한 해고이면 해고사유를 말씀하셔야지요.”라고 말하였다(갑 제1 내지 3, 11호증).

2)

원고는 2018. 9. 29.부터 출근하지 않았다(갑 제1, 2, 12호증).

3)

참가인의 총무담당자인 팀장 G은 2018. 10. 10.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부터 김제시(참가인의 소재지)로 출근하라’고 하였으나, 원고는 출근하지 않았다.

4)

G은 2018. 10. 11. 09:44 원고에게 “B 총무팀장입니다. 금일 출근하기로 하셨는데 왜 안 오시나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원고는 기존 근무지인 H으로의 출근명령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을 거부하였다(갑 제1, 2호증).

다.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및 이에 대한 초심 및 재심 판정

1)

원고는 2018. 12. 24.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해고하였다’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2. 19.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의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3)

초심판정에 불복한 참가인은 2019. 3. 2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5. 21. ‘원고와 참가인의 합의로 인하여 2018. 10. 15.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주문 기재 재심판정,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3, 10 내지 12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2018. 9. 28. 참가인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였을 뿐 근로관계 종료에 합의한 적이 없다. 피고와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원고와 참가인의 합의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며 근거로 드는 사정들은 모두 근로관계 종료에 관한 합의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가)

원고는 참가인의 부당해고로 인하여 생계유지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잠시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에 취업하였고 부득이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 요청을 하였을 뿐이므로, 이는 근로관계 종료에 관하여 원고가 합의하였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나)

해고예고수당은 해고가 유효한지와 관계없이 지급되어야 하는 돈이므로, 원고가 해고예고수당을 수령하였다고 해서 이를 퇴사 합의로 볼 수 없다.

다)

원고는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고 진정 취하서를 제출하였을 뿐,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참가인과 어떠한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

라)

원고의 복직명령은 부당하고 진정성이 없는 것이므로, 원고가 이에 불응한 것은 정당하고 이를 근거로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를 추단할 수 없다.

2)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구두로 해고통지를 하였을 뿐이므로, 이는 부당해고로서 효력이 없다.

3)

나아가 참가인이 내세운 해고사유로 주장하는 사실관계, 즉 ➀ 원고가 채용조건에 없는 휴대폰 개통요구를 하였다거나, ➁ 원고가 법인카드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았다거나, ➂ 원고가 D의 수행기사임에도 D과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설령 그러한 사실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고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존재하지 않고, 원고는 참가인의 적법한 근무지 변경에 불응하여 스스로 사직하기로 한 것일 뿐이며, 이 사건 근로관계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2018. 10. 15. 종료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1)

참가인의 대표이사 D은 2018. 9. 28.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하면서 ‘권고사직’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원고는 근로관계 지속을 위한 어떠한 합리적인 행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부당해고’라고 반발한 후 그 다음 날부터 일방적으로 결근하였다.

2)

이에 참가인이 사직 권고를 철회하고 원고의 보직을 변경하는 등 고용관계에 변경을 주기 위하여, 원고에게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출근을 독려하며 원고와 근무조건 변경에 관하여 논의하려 하였음에도, 원고는 참가인의 출근명령을 받은 다음 날인 2018. 10. 11. 출근은커녕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으며, 그 다음 날인 2018. 10. 19. E에 입사하여 근무를 시작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애초에 참가인 회사에 계속 근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3)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 공무원이 합의로 사건을 종결지을 것을 권유함에 따라 참가인은 2018. 11. 9.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원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➀ 참가인은 원고에게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1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한다. ➁ 원고는 진정을 취하함과 동시에 참가인 회사에서 사직한다. ➂ 원고의 퇴직일은 원고의 의사에 따라 2018. 10. 15.로 한다.

4)

위 3)항의 합의에 따라 참가인은 2018. 11. 9. 원고 명의의 계좌로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3,454,680원을 송금하였고, 원고는 2018. 10. 15.자로 참가인 회사에서 사직하고, 위 노동청에 진정 취하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위 3)항의 합의에 따라 참가인은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신고 시 상실사유를 ‘개인사유’로 하였고, 그 상실일자도 원고의 E에서의 4대 사회보험 취득일자를 고려하여 2018. 10. 15.로 하였다.

5)

원고는 위 3)항의 합의에 따라 참가인으로부터 금원을 지급받고 퇴직한 후 E에서 또다시 실직할 상황에 처하게 되자 그제서야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다투고 있는 것이다.

3.

관련 법령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에 대한 참가인의 해고가 존재하는지

1)

관련 법리

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6795 판결 등 참조).

나)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하는 형식을 취하게 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다)

근로자가 사용자와의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해고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8. 16.자 2018두43941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18. 8. 23.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참가인의 대표이사 D의 수행기사로 근무하였는데, D은 주로 서울에서 머물러 원고가 근무기간 중 참가인 회사가 소재한 전북 김제시로 출근한 적은 없었다(갑 제1호증 중 6쪽).

나)

D과 원고 사이에 2018. 9. 28. 앞서 본 바와 같은 대화가 있은 후, 원고는 2018. 9. 29.부터 참가인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참가인은 D의 지시에 따라 원고의 근무지를 김제시로 변경하고, 원고의 소속을 관리직 중 총무팀으로 변경 처리하였다(을나 제3호증).

다)

참가인의 총무담당자인 팀장 G은 2018. 10. 10.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부터 참가인의 소재지인 김제시로 출근하라’고 하였다. 원고는 G에게 자신이 김제시의 참가인 회사로 출근하면 일할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이에 G이 “아니 일단 출근하시라구요.”라고 말하자, 원고는 “알았습니다. 내일 가겠습니다.”라고 하였다(을나 제4호증 중 2~3쪽).

라)

그러나 원고는 2018. 10. 11. 김제시의 참가인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고, 이에 G이 같은 날 09:44 원고에게 “B 총무팀장입니다. 금일 출근하기로 하셨는데 왜 안 오시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갑 제1, 2호증).

마)

원고는 2018. 10. 11. 14:52경 G과의 통화에서 G에게, ➀ ‘D이 자신에게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둔 것이므로 자신은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하며, ‘해고 통지를 자신에게 보내 주어야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왜 해고 통지를 안 해 주는지’를 따져 물었고, ➁ ‘자신이 D을 모실 때는 김제시로 간 적이 없고, D이 서울에 있어 근무지가 서울인데 왜 자신이 김제로 가느냐’고 항의하였으며, ➂ ‘자신의 근무지는 서울 H인데 김제시로 출근하라고 하면 사업장이 달라져 버리므로, 서면으로 인사명령을 하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G은 원고가 여전히 재직 중이라고 하면서, 원고에게 “저는 출근 통보했구요. 오늘 결근이세요.”라고 말하였다(을나 제1호증).

바)

원고는 2018. 10. 11.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참가인을 상대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한 진정(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위 진정사건은 2018. 10. 19. 참가인 소재지 관할청인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이하 ‘익산지청’이라 한다)으로 이송되었다.

사)

원고는 2018. 10. 19. E에 입사하였다.

아)

참가인은 2018. 10. 24. 익산지청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고, 참가인 측에서는 G 팀장이 2018. 10. 30. 익산지청에 출석하였으나, 원고는 출석하지 않았다.

자)

참가인은 2018. 11. 9. 원고에게 3,454,680원을 송금하였고(송금 기록사항은 ‘B퇴직위로금’이다)(을가 제1호증), 원고는 ‘합의, 해고예고수당 지급받음’을 이유로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였다(갑 제1, 2호증). 같은 날 참가인은 원고와 관련된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면서 상실연월일을 ‘2018. 10. 15.’로, 구체적 사유를 ‘개인사유’로 기재하였는데(을가 제2호증), 상실연월일을 2018. 10. 15.로 기재한 것은 원고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차)

원고는 2019. 1. 4. E에서 퇴사하였다.

카)

참가인은 2019. 2. 1. 원고에게 ‘2019. 2. 11.부터 출근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원고는 이를 수령하였으나 원직 복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참가인이 발송한 내용증명 내용은 다음 글상자 기재와 같다(을가 제3호증).

참가인은 위와 같이 출근명령을 하기는 하였지만,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거나 4대 보험 상실신고를 취소하지는 않았다(갑 제1, 2호증).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들, 을나 제4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각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근로관계가 원고와 참가인의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외관상 다음과 같은 형식, 즉 2018. 9. 29.부터 출근하지 않던 원고가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하였다가 참가인 회사로부터 일정한 액수의 금원을 지급받고 진정을 취하하였고, 원고의 요청에 따라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의 상실연월일을 2018. 10. 15.로 기재함으로써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서 사직한 듯한 형식을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참가인이 사직의 의사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하는 형식을 취하게 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용자인 참가인이 근로자인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2018. 9. 28. 위와 같이 참가인의 대표이사 D과 원고 사이에 근로관계의 종료에 관한 대화가 있기 이전에 원고가 참가인 회사에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다거나,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원고의 사직에 관한 대화가 있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D은 2018. 9. 28. 처음으로 원고에게 ‘퇴직처리’와 ‘권고사직’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나)

D이 2018. 9. 28. 원고에게 ‘9월 30일자로 퇴직처리하자’고 요구한 데 대하여, 원고가 그 자리에서 부당한 해고임을 지적하며 이를 거부하였고 다음 날인 2018. 9. 29.부터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참가인은 위 퇴직처리 요구를 번복하지 않고 원고에게 연락을 취하지도 않던 중, 2018. 10. 10.에서야 갑자기 원고에게 전화하여 김제시로 출근하라고 하였다. 참가인의 이러한 2018. 10. 10.자 출근명령은 실질적으로 사직 ‘권고’를 ‘철회’하는 의미에서의 출근명령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참가인이 2018. 9. 28. 원고에게 한 근로관계 종료에 관한 의사표시를 관철시키거나 압박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출근명령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2018. 8. 23. 근로계약이 체결되던 당시 원고의 주된 근무장소는 서울 서초구 H에 있는 D의 자택으로 정하여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고는 D의 수행기사로 근무하는 동안 서울에서만 근무하였고, 김제시로 출근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참가인은, 원고는 채용 당시 참가인 회사의 소재지인 김제시로도 출근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지받았고, 원고가 자신이 근무한 1개월 동안 서울 내에서만 운전하게 된 것은 당시의 일시적인 특수한 상황(대표이사 D의 건강 문제로 회사에 직접 출근하는 일정을 최소화하던 상황) 때문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2018. 8. 23. 참가인과의 근로계약 당시 참가인 측으로부터 ‘지금 D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니, 전에 근무하던 기사처럼 1주일에 2~3회 김제시로 가기는 어렵고, 이제는 많이 가야 한 달에 1~2회’라는 설명을 들었는데(을나 제2호증 중 3쪽), 이는 ‘주된 근무지는 서울 H이고, 비정기적으로 김제시로 출근할 수 있다’는 취지일 뿐이고, 원고는 2018. 9. 28. 이전에 참가인으로부터 주된 근무지가 김제시로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원고의 주된 근무지가 김제시로 변경되는 경우 교통비, 생활비 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가족과도 떨어져 생활하여야 하는 등 원고의 근무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참가인은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원고와 아무런 협의 없이, 새로운 근로조건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구두로 근무지를 서울 H에서 김제시로 변경하여 2018. 10. 10. 위와 같이 출근명령을 하였다.

(3)

원고가 2018. 10. 10. G과 통화하면서 “알았습니다. 내일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기는 하였으나, 원고가 이와 같이 말한 것을 두고 참가인의 일방적인 근무지 변경명령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다음 날인 2018. 10. 11. 김제시로 출근하지 않았고, G과 통화하면서 ‘자신이 D을 모실 때는 김제시로 간 적이 없고, D이 서울에 있어 근무지가 서울인데 왜 자신이 김제로 가느냐’고 항의하였으며, 서면으로 인사명령을 해 줄 것을 요구하며 김제시로 출근하지 않았다.

(4)

참가인이 위 초심⋅재심판정 절차에서 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이 원고에게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 업무를 수행하라고 하기는 하였으나, 그간 참가인의 김제시 공장에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가 없었고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가 필요하지도 않았으며, 원고가 주 40시간만 근무하겠다고 하여 사실상 업무용 차량 기사 업무에 적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갑 제1호증 중 11쪽).

(5)

참가인은 위 초심⋅재심판정 절차에서 ‘2018. 10. 10. 출근명령을 할 당시 D을 수행하는 다른 운전기사를 채용하여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고에게 김제시에 소재한 이 사건 회사로 출근하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갑 제1호증 중 10쪽, 갑 제2호증 중 9쪽).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18. 10. 10. 원고에게 위와 같이 출근명령을 할 당시 참가인에게는, 원고가 사직을 거부하더라도 더 이상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참가인은 ‘D이 2018. 9. 28.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한 데 대하여, 원고에게 진정으로 근무 의사가 있었다면 다음 날부터 무단 결근할 것이 아니라 D 자택의 차고지 등에서 대기하는 방법으로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였을 것인데도, 원고가 2018. 9. 29.부터 일방적으로 결근한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는 참가인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의 대표이사가 수행 기사인 자신에게 ‘나랑 안 맞는다’고 하며 이틀 뒤의 날짜로 퇴직처리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원고가 차고지를 포함한 D의 자택 내의 공간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가 2018. 9. 29.부터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참가인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의사가 없음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는 D이 2018. 9. 28. 원고에게 퇴직처리 요구를 한 뒤의 사정이다. 따라서 원고가 2018. 9. 29.부터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먼저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참가인이 원고와 관련된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면서 상실연월일을 ‘2018. 10. 15.’로, 구체적 사유를 ‘개인사유’로 기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가 생계 유지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잠시 취업하게 된 회사의 요구로 부득이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요청한 것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4대 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 사실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참가인이 2018. 11. 9. 원고에게 3,454,680원을 송금하면서 송금 기록사항에 ‘B 퇴직위로금’이라고 기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참가인이 일방적으로 기재한 송금 기록사항만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원고가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합의 권유에 따라 어떠한 이의 유보도 없이 참가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합의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과는 달리, 원고는 2018. 11. 9. 위 돈을 지급받은 후 ‘해고예고수당 지급받음’을 이유로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8. 10. 11. 제기한 이 사건 진정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 위한 진정이었고,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받는다는 인식 하에 3,454,680원을 수령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가 ‘해고’라고 보았을 때, 위 해고예고수당은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정한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 해고가 적법한지나 유효한지와 관계없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이고,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법률상 원인 없이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다16778 판결 참조). 이처럼 원고가 해고예고수당을 수령한 사실은 원고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는 사정과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진정하였던 사건을 해고예고수당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고 취하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원고가 그 후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바)

원고는 2018. 9. 29.부터 출근하지 않기 시작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2018. 10. 19. E에 입사하였고, 2018. 11. 9. 참가인으로부터 3,454,680원을 수령한 뒤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였으며, 원고는 그로부터 약 1개월 2주 뒤인 2018. 12. 24.에서야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하였고, 그 신청일로부터 약 2주 뒤인 2019. 1. 4. E에서 퇴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해고기간 중 다른 직장에 취업하는 것과, 그렇게 취업한 새로운 직장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종전 직장에서의 해고를 다투기로 결정하는 것은 모두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해고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2660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참가인의 대표이사 D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원고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는 자료가 없으므로,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그 효력이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참가인은 2018. 9. 28.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있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그 해고는 효력이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형(재판장) 성언주 양진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