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12. 17. 선고 2020누68068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 중 “A기관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을 “J A기관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으로 경정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첨단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할 고급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산업계와의 협동연구 및 외국과의 교육․연구교류를 촉진함으로써 국가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K법에 기하여 1993. 10. 11.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연구원, 대학원 및 C대학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화학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2014. 2. 3.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계약기간: 2014. 2. 1. ∼ 2015. 1. 31.)을 체결하고 C 대학의 ‘위촉연구원(실험조교)’(이하 ‘위촉실험조교’라 한다)로 근무하면서, 화학분야 기초 학부 및 전공과정 실험 교과목 운영 및 지원, 실험실 운영관리, 학부생 실험 지도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1년 단위로 네 차례 갱신되었는데,<1> 각 계약기간 사이에 공백기가 없었고, 참가인의 담당업무도 동일하였다.<2>

다.

원고는 참가인과 사이에 마지막으로 체결된 2018. 2. 1.자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종기인 2019. 1. 31.을 앞두고, 2018. 12. 19. 참가인에게 이메일로 ‘2019. 1. 참가인의 계약 만료 시 고용관계가 종료된다’고 통지하였고, 2019. 1. 31. 이후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체결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라 한다).

라.

참가인은 2019. 4. 22.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L)을 하였으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6. 14.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마.

이에 참가인은 2019. 7. 2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J)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9. 23. ‘참가인의 갱신기대권이 존재하고, 원고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2, 6, 8, 10, 12, 14, 15, 17, 18, 20호증, 을가 제1, 2, 4,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가지번호를 명시하는 경우 외에는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를 재학생 조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채용한 것인 점, 원고는 위촉실험조교 제도의 총 사업기간 및 사업종기 등을 미리 정해놓은 점, 원고의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 및 근로계약서에 갱신기대권 미부여 규정을 둔 점 등에 비추어,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없다. 설령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위촉실험조교의 계속 고용 필요성이 소멸하였기 때문에,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다.

구체적 판단

1)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판결의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부분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고쳐 쓰는 부분]

○

제1심판결 6면 6행, 8면 첫 번째 글상자 아래 1행, 10면 두 번째 글상자 아래 1행의 각 “실험조교”를 각 “위촉실험조교”로 고친다.

○

제1심판결 6면 10 내지 11행을 “(갑 제4, 5, 27, 28호증, 을나 제1호증).”으로 고친다.

○

제1심판결 7면 표 내 2012년도 1학기 ‘급여’란의 “소정근로시간 20시간”을 “소정근로시간 1주 20시간”으로, 2012년도 2학기 ‘급여’란의 “소정근로시간 10시간”을 “소정근로시간 1주 10시간”으로 각 고친다.

○

제1심판결 11면 글상자 아래 1행의 “을가 제1, 4, 5호증”을 “을가 제1, 2, 4, 5호증”으로 고친다.

2)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성격 등

가)

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는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갱신되는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그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제1항 본문),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는 한편(제2항), 예외적으로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등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제1항 단서 제5호, 제6호). 그 위임에 따라 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9. 6. 11. 대통령령 제29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기간제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조는 위 각 경우를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제1항 제1호),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따른 조교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제3항 제4호 가목) 등으로 구체화하였다.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촉실험조교의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및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따른 조교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 모두 해당하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갱신됨에 따라 참가인이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음에도 참가인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라서 참가인은 여전히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 내에서 효력을 가지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3)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기는 한다.

(가)

참가인과 원고가 체결한 모든 근로계약서에는 ‘최장 고용계약기간은 총 사업기간을 넘을 수 없으며, 사업의 종료시 본 근로계약은 당연 해지된다’는 내용(제1조)과 ‘고용계약은 당초 계약 종료일에 당연히 종료된다’는 내용(제2조 제1항), ‘재계약의 필요성이 존재할 경우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내용(제2조 제1항)이 포함되었다. 또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근로계약서 및 고용계약 세부내역서에는 총 사업기간의 종기가 ‘2018. 12. 31.’로 명시되었고, ‘총 사업기간까지 고용을 보장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제1조 제7호)과 ‘단순히 고용계약이 반복 갱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속적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제2조 제1항)이 포함되었다. 나아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2014년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와 달리 ‘재계약의 필요성’을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그중에는 ‘계속 고용의 필요성’이라는 내용도 있다.

(나)

이 사건 지침은 2017. 12. 20. 개정되어, ‘관리책임자의 제반 평가 및 판단에 근거한 명시적 근로계약의 갱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갱신되지 아니하며 갱신에 대한 일체의 기대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제13조 제5항). 또한 위 지침의 개정으로 ‘관리책임자는 계약만료시점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근무성적, 근무태도, 업무역량, 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A기관 및 관리책임자는 총 사업기간의 종료 시까지 재계약을 반복 갱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규정도 도입되었다(제13조 제1항, 제3항).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6, 29호증, 을가 제4, 5호증, 을나 제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참가인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참가인을 비롯한 총 3명의 위촉실험조교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최초로 체결한 이래 네 차례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쳐 총 5년간 위촉실험조교로서 업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하여 왔고, 매년 원고 측의 요청에 따라 위촉실험조교가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면, 책임교수 및 학부장이 실험조교 평가서에 참가인에 대한 평가의견을 기재하고 재계약 찬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의 갱신절차가 진행되어 왔다. 또한 이 사건 지침 제13조 제1항은 ‘관리책임자는 계약만료 시점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근무성적, 근무태도, 업무역량, 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참가인에게 근무실적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근로계약의 갱신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지침이 개정된 시점(2017. 12. 20.)을 전후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 갱신절차에 변화가 없었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위촉실험조교가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고 책임교수 및 학부장이 실험조교 평가서에 평가의견을 개진하고 재계약 찬성 여부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갱신절차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 이 사건 지침 중 ‘A기관 및 관리책임자는 총 사업기간의 종료 시까지 재계약을 반복갱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제13조 제3항)는 부분이나 ‘관리책임자의 제반 평가 및 판단에 근거한 명시적 근로계약의 갱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갱신되지 아니하며 갱신에 대한 일체의 기대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제13조 제5항)는 부분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고 갱신거절권을 유보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애초에 위촉실험조교 제도를 도입할 당시 재학생조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시점까지만 위촉실험조교 제도를 유지할 계획이었으므로, 참가인과 같은 위촉실험조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고용관계 종료를 통보한 2018. 12. 19.경 이전에 위촉실험조교에 대한 모집공고 등에서 원고 주장의 위와 같은 계획이나 위촉실험조교가 한시적․잠정적인 직책에 해당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공표하거나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들에게 통지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원고 소속 대학원장, 대학장, 교수 등 간의 2015. 4. 9.자 간담회에서 ‘재학생 조교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대학원생의 학부 조교 참여를 의무화하고 수당을 현실화하여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며, 대학원 교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논의되었으나, 위 간담회 참석자 중에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나아가 원고가 참가인과 사이에서 근로계약을 네 차례 갱신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재학생 조교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 여부를 살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설령 원고에게 재학생 조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시점까지만 위촉실험조교 제도를 유지할 계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참가인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각 근로계약서 중 최초로 사업기간이 명시된 것은 2015. 2. 1.자 근로계약서인데, 위 계약서 작성 시점은 재학생 조교 제도의 정착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 2015. 4. 9.자 간담회 이전이다. 또한 2018. 2. 1.자 근로계약서의 계약기간 말일인 2019. 1. 31.은 총 사업기간의 종기로 기재된 2018. 12. 31. 이후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원고 학사지원 팀장 M은 ‘위촉실험조교 운영 자체는 독립된 별개의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고 법무담당 N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에 사업기간이 명시된 이유에 관하여 ‘원내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근로계약서에도 형식적으로 사업기간이 입력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 및 고용계약 세부내역서에 명시된 총 사업기간은 재학생 조교 제도의 정착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원내 시스템 개편으로 인하여 기재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지침 제23조 제3항에서 ‘학부 소속의 피평가자는 자기업적보고서 및 업무수행 평가 의견서를 작성하여 관리책임자에게 제출하며, 관리책임자는 1차 평가 후 소속 학부의 학부지원팀장에게 그 결과를 제출한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위촉실험조교들은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였을 뿐 평가항목, 평가내용, 평가기준 및 평가점수 등을 계량적 지표로 환산하여야 하는 업무수행 평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위촉실험조교들에 대하여 계속적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근무실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촉실험조교에 대한 일정한 갱신절차가 존재하고 있었던 이상 원고 측에서 임의로 이 사건 지침에서 정한 내용보다 간소화하여 갱신절차를 진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갱신기대권 유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마)

원고는 또한, 원고가 박사학위를 소지한 위촉실험조교의 경우 석사학위를 소지한 위촉실험조교에 비해 20% 가까이 높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계약갱신에 대한 신뢰를 전제하지 않는 한시적․잠정적인 계약이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지침 제28조 [별지 4]의 ‘기간제근로자 급여표’는 석사학위 소지자에게 7년차에 상응하는 급여를,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15년차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그러한 차이가 특별히 업무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박사학위 소지자)와의 근로계약이 계약갱신에 대한 신뢰를 전제하지 않는 한시적․잠정적인 계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바)

원고는,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들은 근로계약기간 1년 중 3분의 1에 달하는 기간인 총 4개월의 방학기간 동안 하는 일 없이 급여만을 수령하였는데, 원고가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면 해당 기간 동안 아무 일 없이 급여만 수령해 갈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고, 위촉실험조교들에게 학사조교․행정조교 등의 업무를 겸하도록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을나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들이 방학기간 동안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거나 다음 학기에 진행할 실험주제를 정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들이 방학기간 동안 노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

나아가 원고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8. 5.경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심의절차를 진행할 당시 참가인 등을 정규직 전환심사 대상에 제외하였음에도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들이 그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설령 그러한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참가인을 비롯한 위촉실험조교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직전인 2018. 12. 5.경 참가인에게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면서도, 책임교수나 학부장으로부터 참가인에 대한 평가의견 및 재계약 찬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출받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참가인에 대한 책임교수 및 학부장의 평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체로 긍정적인 내용이주를 이룬 점, 원고의 학사지원팀장 M은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평가서상 참가인에게 업무상 문제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와 관련하여 참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2)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는 첨단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할 고급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고 산업계와의 협동연구 및 외국과의 교육․연구교류를 촉진함으로써 국가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서, 원고에게는 위와 같은 설립 목적을 위하여 조직구조를 설계․개편하고 인력을 배치․관리할 재량이 인정된다. 원고가 합리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조직인력을 재설계할 것을 결정하고, 변경된 계획에 따라 인력 수급이나 배치 형태를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원고가 사용자로서 결정할 수 있는 인사재량권의 범위에 포함된다.

(나)

C 대학 기초교육학부는 2010년경부터 수업․실험 교과목 운영에 필요한 대학원생 조교(수업조교․실험조교)를 모집하였는데, 낮은 조교수당 및 대학원생 지도교수의 비협조 등으로 인하여 대학원생의 적극적인 조교활동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웠고, 이에 2013. 12.경 C 대학 기초교육학부 및 전공과정 각 분야 실험 교과목 운영 및 지원을 위하여 석사학위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를 위촉실험조교로 채용하기로 하였다. 원고가 작성한 ‘위촉실험조교 채용 계획(안)’(갑 제6호증)을 보더라도 ‘실험교과목 운영 지원 및 실험실 운영 관리, 학부생 실험 지도 등’이 위촉실험조교의 업무였으므로, 참가인과의 근로계약 갱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요소는 참가인이 해당 업무의 담당자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참가인이 해당 과목과 관련된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라는 점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에 대학원생이 아닌 ‘위촉실험조교’가 계속적으로 배치될 필요가 있는지, 즉 해당 지위에 요구되는 인력의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

그런데 원고 소속 대학원장, 대학장, 교수 등이 2015. 4. 9. 개최한 간담회에서 ‘현재 C 대학에서 활용하고 있는 위촉실험조교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연구 수행의 마인드를 제고하기에 한계가 있고, 최선의 대안은 대학원생들을 학생조교로 참여시켜 학생조교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는 점에 대하여 공감대가 형성되었는데, 이는 대학원생 조교의 경우 단순 실험 교과목의 운영․지원을 위한 근로제공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의 선배로서 후배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실험 관련 경험과 노하우까지 전수할 수 있는 반면에, 위촉실험조교에게 계약상 근로제공 외에 수강생들과의 소통 및 경험․노하우 전수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평가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계약 체결 이후 원고가 조직재설계를 결정하고 인력 배치를 변경하기로 결정하는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건이 변화한 것은 갱신거절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위촉실험조교의 업무는 C 대학에서 상시 필요한 업무이고,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이후 대학원생 조교로 하여금 위촉실험조교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사용자는 특정한 업무에 충원할 인력의 배치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 자체가 유지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당해 업무에 그 인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함이 타당하다. 원고의 업무 상황이 변화하여 더 이상 ‘실험조교’를 대학원생 조교가 아닌 위촉실험조교로 운용할 필요성이 소멸하였다면, 그러한 사유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인 사유라고 볼 수 있다. 전문직 인력의 경우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을 막고 전문직 인력 활용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고자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 예외 해당 여지를 두고 있는 점(기간제법 제4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

한편 참가인은 위촉실험조교 제도가 한시적․잠정적인 제도라거나 그 필요성이 소멸하였다는 점에 대한 안내나 고지가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원고의 내심의 의도나 공표되지 않은 계획을 바탕으로 갱신 거절의 합리적인 이유를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런데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공식적인 방법을 통하여 위촉실험조교가 한시적․잠정적인 직책이라는 점을 통지받은 것은 아니나 D이 전(前) 학사지원팀장 E에게 면담을 신청하면서 ‘이 자리가 곧 없어질 자리여서인지, 모두가 스스로 퇴직하기를 바라는 것이여서인지라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E이 2018. 4. 27. 참가인, D과의 면담에서 ‘전형적인 실험조교는 일시적으로 쓰는 거지 항구적으로 쓸려고 하는 계획은 없었던 거예요’, ‘처음에 재학생 조교 모집이 잘 안 됐기 때문에 실험교육은 돼야 되고 그러기 때문에 전임제로 쓸 수 있는 실험조교를 아마 모집을 했었던 것 같아요’라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늦어도 2018. 4.경부터는 위촉실험조교 제도가 한시적․잠정적이고, 그 필요성이 소멸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참가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

참가인은 이 사건 지침 제13조 제4항에서 규정한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참가인에게 존재하지 않으므로 참가인에 대한 갱신거절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지침 제13조 제4항에서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를 별도로 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한편 이 사건 지침 제13조 제4항 제4호가 ‘기타 재계약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자’에 대해서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13조 제1항에서 ‘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바, 원고가 조직인력 운용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13조 제4항 제4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설령 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제1항에서 ‘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지침 제13조 제4항 각 호의 사유에 한정하여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다. 참가인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사)

참가인은 실험교육의 효과를 제고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위촉실험조교 제도를 폐지하고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위촉실험조교에 대한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그 행위의 성격상 근로기준법 제24조 소정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와 유사한데, 원고로서는 해고를 회피할 방법을 찾는 등의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으므로, 참가인에 대한 갱신 거절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해고는 사용자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일방적으로 단절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원칙적․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근로관계의 지속에 관한 기대나 신뢰를 침해하게 되는바, 이러한 기대나 신뢰는 사용자가 애초에 근로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근로자에게 약속하고 보장한 것이므로 그 보호가치가 크다. 반면에,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은 그 계약기간이 만료됨으로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원칙적으로 종료되고, 다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의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종래의 근로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근로계약 갱신이 인정되므로, 이러한 경우 근로자는 갱신에 의한 근로관계의 지속에 관하여 ‘예외적․추가적’인 기대와 신뢰를 가진다. 따라서 근로자의 보호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의 경우는 해고에 비하여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과 그 정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1. 8. 12.자 2021두38574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21. 4. 9. 선고 2020누52278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해고를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과 정도가 해고에 비하여 낮은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경우에는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아)

참가인은 대학원생 조교 신청자가 충분히 확보된 2016년 이후에도 세차례나 근로계약이 갱신된 점에 비추어, 대학원생 조교 제도의 활성화는 위촉실험조교의 계약 갱신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원고로서는 대학원생 조교 제도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도적인 개선을 한 이후에도 대학원생 조교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2∼3년 정도의 기간을 필요로 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단순히 대학원생 조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계약갱신을 반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소결론

참가인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원고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되, 제1심 판결의 주문 제1항 중 “A기관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은 “J A기관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형(재판장) 성언주 양진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