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사건 시정지시의 경위
원고는 B 고속도로의 건설,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2000. 5. 16. 설립된 주식회사이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경 전국 45개 민자고속도로 운영 기업을 대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을 위반한 불법파견 여부에 관한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하였고, 피고는 그 일환으로, 2020. 5.경부터 2020. 11.경까지 원고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하였다. 피고는 2021. 3. 2.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시정 지시를 하였고(갑 제3호증), 같은 해 3. 18. 그 시정기한을 2021. 4. 29.까지로 연장하였다(갑 제4호증, 이하 통틀어 '이 사건 시정지시'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시정지시는 파견법 제38조 제2항 및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2023. 7.24. 고용노동부훈령 제4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이라 한다) 제12조 제2호의 수시감독 점검결과에 따른 사후 조치로서 시행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에 따라 파견법 제38조 제1항에 따른 보고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이 사건 시정지시를 위반할 경우 범죄인지 절차가 진행되는 등 그 이행이 강제되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원고는 주식회사 C 및 D 주식회사(위 수급업체들을 통틀어 '협력업체'라고 한다)와 체결된 도급계약에 따라 도급인의 권한 범위 내에서 협력업체에게 용역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요구를 하였을 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수행에 관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근로자들은 원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시정지시는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채 위법, 부당하게 내려졌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항변의 요지
이 사건 시정지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에 불과한 것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24. 6. 19. 자 2024무689 결정 등 참조). 그러므로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두3500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과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두732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검토하면, 이 사건 시정지시는 고용노동부훈령인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및 [별표 3]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행정청이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인 등 상대방에게 지도·권고·조언의 방법으로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로서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절차법상 행정지도에 해당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라 한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그 판결 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등 참조). 즉,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지, 이 사건 시정지시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원고의 영업소 등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이 사건 시정지시와 무관하게 원고를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2020가합58281호로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2023. 10. 20.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승소판결을 받았고, 현재 서울고등법원 2023나2056447호로 항소심 소송 계속 중이다.
고용노동부훈령인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은 "근로감독관은 사업장감독 결과 확인된 위법사항에 대하여는 [별표 3]의 위반사항 조치기준에 따라 처리하되, 본부에서 위반사항과 조치해야 할 내용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조치기준이 시달된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 [별표3] '개별근로관계법 위반사항 조치기준' 중 일반조치기준에는 "사건처리기간 범위 내에서 조치기준란에 기재된 시정기간 내에 시정하도록 서면 지시하되, 기한 내에 시정완료하면 내사종결하고,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아니하면 범죄인지보고 후 수사에 착수한다.", "사용사업주가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에 따른 파견근로자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시정기간을 25일 이내로 정하여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를 하고, 시정하지 아니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에 근로감독관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을 위반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정지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법률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훈령에 시정지시에 관한 규정을 둔 것은,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다툼이 많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범죄인지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사용사업주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사용사업주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및 [별표 3]은 행정청 내부에서만 효력을 갖는 이른바 행정규칙에 불과하고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 즉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대외적 구속력은 없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규정에 따른 시정지시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에 앞서 사용사업주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을 포함한 관계 법령 어디에도 사용사업주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사용사업주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없다. 즉, 파견법 제43조 제2호, 제7조 제3항에 따른 형사처벌과 파견법 제46조 제2항, 제6조의2 제1항에 따른 과태료의 부과는 사용사업주가 파견법 제7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을 위반하였기 때문이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시정지시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이 발생하거나 법적 불안이 초래된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범죄인지나 과태료 부과 전에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는 것이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이 정하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지, 이 사건 시정지시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여기에 ① 근로기준법 제102조 제5항,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칙 제17조 제1항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내사 결과 파견법위반 등의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시정 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수사를 개시하여야 하는 점, ② 파견법 제46조 제2항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아니한 사용사업주에게 시정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한다고 하여 관련 분쟁이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할 수도 없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에 파견법 제38조 제1항의 보고명령이 포함되어 있고,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파견법 제46조 제5항 제2호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시정지시는 행정조사의 성격을 가지는 사업장 근로감독이 종료된 이후 범죄인지나 과태료의 부과에 앞서 원고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일 뿐이고, 새로운 행정조사를 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파견법 제38조 제1항의 보고명령에 해당되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 과정에서 행정절차법 제50조의 의견제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행정절차법 제49조 제1항에서 정한 행정지도의 취지 및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등 이 사건 시정지시가 행정지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니 행정처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시정지시에는 주체, 상대방, 구체적인 시정지시의 내용과 이유 등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행정절차법 제49조 제1항에서 정한 방식에 어긋났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며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소래하는 행위를 말하는바, 이와 달리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정지도에 있어서 그 상대방이 사전에 의견제출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행정지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변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그 대상적격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김형진 김선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