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문경시 B에 있는 C어린이집(이하 ‘이 사건 어린이집’이라 한다)의 원장이다.
피고로부터 어린이집 평가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보육진흥원은 2022. 10. 14. ‘2022 어린이집 평가 매뉴얼(이하 ’이 사건 매뉴얼‘이라 한다)’에서 정한 총 4개의 평가영역 중 ‘4. 교직원’ 평가영역이 ‘보통’ 등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어린이집의 평가등급을 B등급으로 정하였다. 한국보육진흥원이 ‘4. 교직원 평가영역’에 대해 ‘보통’ 등급을 부여한 근거는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23. 1. 1. 구 영유아보육법(2023. 12. 26. 법률 제198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0조 제3항,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32조의3 제2항에 따라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에 이 사건 어린이집의 평가등급을 B등급으로 공표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매뉴얼은 평가영역, 평가지표, 평가내용 및 이를 평가하기 위한 세부기준(평가방법)으로 구성되는데,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평가내용 및 세부기준의 위반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다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이 부당한 평가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
연장보육 전담교사 2명에 대한 개별면담 기록을 작성, 보관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원고가 위 직원들과 수시로 면담을 실시하였으므로, 평가내용(4-1-3-③)은 실질적으로 충족하였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은 근로계약서 필수적 기재사항이 아닌데, 이 사건 매뉴얼은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기재하였는지 여부를 평가내용(4-3-1-①)으로 삼고 있어 그 자체로 부당하다. 또한 원고는 아이 행복도우미 2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휴게시간 없이 근무하는 대신 30분 일찍 퇴근하도록 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과 같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이 사건 매뉴얼에서는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영역을 4개(‘보육과정 및 상호작용’,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건강·안전’, ‘교직원’)로 구분하고 각 평가영역별로 4~5개의 평가지표를 정하고 있다. 이에 평가지표별로 ‘우수’, ‘보통’, ‘개선필요’의 총 3개 등급 중 1개 등급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평가영역별로 재차 ‘우수’, ‘보통’, ‘개선필요’의 총 3개 등급 중 1개 등급을 부여한다. 4개의 평가영역 중 ‘우수’ 및 ‘개선필요’ 등급의 개수에 따라 어린이집 등급(A, B, C, D)이 결정되는데, 그 중 B등급은 ‘우수’ 영역이 3개 이하이고 ‘개선필요’ 영역은 없는 경우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위 평가영역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교직원’ 영역의 평가체계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매뉴얼은 각 평가항목별로 적용되는 평가내용을 제시하며 해당 평가내용을 모두 충족하여야 해당 평가항목을 ‘Y'로 평정한다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 사건 매뉴얼의 평가지표 중 ‘4-1. 원장의 리더십’ 및 ‘4-3. 보육교직원의 처우와 복지’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된 평가항목 및 평가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매뉴얼에서 정한 위 4-1-3-③ 평가내용 및 4-3-1-① 평가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어린이집에서 6개월 이상 근속한 연장보육 전담교사 2명에 대하여 사전에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개별 면담을 실시한 바가 없다. 또한 원고가 2022. 3. 2.경 아이행복도우미 2명을 고용하면서 그들과 사이에 작성한 각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이 ‘11:30~15:30(4시간)’으로, 휴게시간이 ‘없음’으로 각 기재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 매뉴얼 중 평가내용과 그 세부기준의 법적 성격과 효력
구 영유아보육법 제30조는 피고로 하여금 어린이집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실시의무를 규정하면서(제1항), 평가시기 및 방법, 확인점검의 대상 및 방법, 그에 따른 평가등급 결정ㆍ조정, 평가결과 공표의 내용 및 방법 등 필요한 사항에 관한 규정을 교육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제6항).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31조 제3항은 ‘피고는 중앙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지표를 정하고 이에 따라 평가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중앙보육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가기관 내부에서 확정하도록 한 것은 세부 평가요소를 합리적인 재량에 따라 설정·조정하도록 하여 행정의 유연성을 높이고, 개별 평가지표에 대한 합리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이다.
위 규정에 따라 작성된 이 사건 매뉴얼은 평가등급 결정을 위한 평가지표를 구체적으로 정하면서도 평가지표의 충족 여부를 가리기 위한 세부적인 평가항목과 평가내용뿐 아니라 평가내용 충족 여부를 점검하는 상세한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매뉴얼의 내용과 형식,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매뉴얼은 어린이집 평가실시에 관한 평가의 기준으로 마련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지만, 위 기준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상 그 기준에 따른 행정청의 평가결과는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28783 판결,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두17435 판결 등 참조).
각 평가내용 충족 여부
먼저, 개별면담 실시와 관련된 4-1-3-③ 항목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연장보육 전담교사와 계획된 일정에 따른 정기적 개별면담을 실시한 바 없다. 4-1-3-③ 평가항목에서 ‘사전에 계획된 일정에 따른 정기적인 개별면담의 실시 여부’를 평가내용으로 삼은 것은 원장이 교직원 개개인과 정기적인 개별 면담을 실시함으로써 보육교직원의 근무상황, 고충과 어려움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위 평가항목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교사들과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개별면담을 실시한 것과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고, 위 평가항목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어린이집 평가에 있어서 4-1-3-③ 항목에 대한 평정오류는 없다.
다음으로 휴게시간 명시 및 준수와 관련된 4-3-1-① 항목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어린이집이 이 부분 평가항목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평가결과는, 원고가 아이 행복도우미 직원 2명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게시간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나아가 실제로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어린이집 평가에 있어 4-3-1-① 항목에 대한 평정오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아이 행복도우미 직원 2명과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휴게시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휴게시간이 근로계약서 자체의 필수적 기재사항인 것은 아니나,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제5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 제2호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포함한 근로조건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이처럼 휴게시간 등을 비롯한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근로조건이 불확정한 상태로 근로자의 근로를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로써 당사자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을 대비하고 근로자 지위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매뉴얼에서 ‘보육교직원의 처우와 복지’라는 평가지표를 판단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명시하였는지 여부를 평가내용으로 삼은 것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 명시에 관한 사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의 목적과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어린이집 보육업무의 특성상 장시간 휴식 없이 보육업무를 수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보육교직원의 피로나 스트레스가 영유아에 대한 보육의 질과 보육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을 명시적으로 보장하였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보육교직원의 처우와 복지’라는 평가지표를 살피기 위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기준이다.
나아가 이 사건 매뉴얼 4-3-1 평가항목에 의하면, 보육교직원의 복무와 보수에 관한 규정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그 규정의 준수 여부까지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매뉴얼은 이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요소로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 제공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을 적시하고, 관계자 면담을 통해 그와 같은 휴게시간이 실제로 부여되었는지 여부를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근무시간 중의 휴게시간이 실제로 보장되지 않은 경우 4-3-1의 평가항목이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은 위와 같은 이 사건 매뉴얼의 내용과 규정 체계에도 들어맞는 해석이다.
원고는 아이 행복도우미 직원 2명과 사이에 근로시간을 11:30~15:30(4시간)으로 하면서 휴게시간을 별도 부여하지 않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그 자체로 4-3-1의 평가항목은 충족되지 않는다.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자가 근로조건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되므로(근로기준법 제5조, 제15조 제1항), 사용자와 근로자 쌍방의 합의에 의한 것일지라도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용자인 원고가 위 직원들과 위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의 문언에도 부합하지 않고, 이 사건과 같이 개별 근로자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이러한 형태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용인할 경우 휴게시간을 규율한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잠탈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행복도우미 직원 2명의 요청에 따라 4시간을 휴게시간 없이 근무하는 대신 30분 일찍 퇴근하도록 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인 보육교직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려는 위 4-3-1의 평가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휴게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된 시간을 말하므로(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설령 위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틈틈이 쉴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난 휴게시간으로 평가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이유를 들어 휴게시간을 실질적으로 부여하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매뉴얼이 근로기준법 제54조를 명기하며 “휴게시간을 근로기간 중 제공하여야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근로자의 의사에 의해’ 휴게시간이 근로시간 후로 정해진 경우 이외에 ‘사용자에 의해’ 이와 같이 정해지는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할 이유도 없다.
원고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31조 제4항이 ‘평가의 절차 및 서식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피고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뉴얼에서 ‘평가내용’을 통해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기재할 의무를 창설한 것은 평가의 절차 및 서식 등에 관계된 내용이 아니어서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매뉴얼에서 ‘평가내용’을 통해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기재할 의무를 정한 것은 앞서 본 것처럼 명시적으로 피고에게 평가지표를 정할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위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31조 제3항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 평가내용인 개별면담 실시와 관련되어 있는 4-1-3-③ 항목 및 휴게시간 명시 및 준수와 관련되어 있는 4-3-1-① 항목을 포함하여 이 사건 매뉴얼에서 필수요소로 지정되어 있는 평가내용들은 모두 구 영유아보육법 제30조 제1항 및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31조 제3항에 명문으로 규정된 ‘어린이집의 보육환경’ 등에 관한 평가지표를 구체화한 내용으로 구 영유아보육법령에서 정한 어린이집 평가의 목적을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예측가능성 뿐만 아니라 합리성과 타당성 또한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매뉴얼 중 위 부분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원고와 보건복지부장관(경정 전 피고) 사이의 제1심판결은 당심에서의 피고 경정결정에 따른 소취하 간주로 실효되었다].
판사 조진구(재판장) 신용호 정총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