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5. 8. 3. 선고 94구17255 판결

주문

1.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장이 1993. 11. 25.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부분은 피고의, 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각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진정종결통보), 갑 제7호증(호적등본), 갑 제8호증(부검의뢰회보), 을 제13호증(사망진단서)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소외 은 1993. 9. 3. 부터 피고보조참가인 회사(이하 참가인 회사라 한다.)가 경영하는 경기 남양주군 소재 컨트리클럽에서 경기보조인인 캐디로 일하고 있었는데, 같은달 29. 11:30경 위 골프장의 18홀 부근에서 내장객의 경기를 보조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그 직후 병원으로 후송 도중 사망하였는데, 그 사인은 급성심부전증으로 추정되었다.

나 이에 위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가 유족보상등의 수급권자로서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장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지급을 청구하였던 바, 의정부지방노동사무소장은 1993. 11. 25. 위 망인의 근무형태로 보아 위 망인은 참가인 회사의 근로자로 볼 수 없고, 또한 위 망인의 사인인 급성심부전증 역시 업무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주문 기재의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망 은 사망 당시 캐디로서의 근무조건과 근무형태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볼 때 참가인 회사에 종속되어 그의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었다 할 것이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라 할 것이고, 나아가 위 망인의 사인인 급성심부전증은 캐디로서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 말미암아 유발된 것이므로, 결국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니, 이와 달리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가 아님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2)

이에 대하여 피고 및 참가인은, 참가인 회사와 위 망인을 포함한 참가인 회사 소속 캐디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전혀 존재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캐디의 근무시간이나 업무내용에 관하여 참가인 회사가 관여하거나 지시 감독을 하는 바가 없고, 캐디는 참가인 회사로부터 근로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 내장객의 경기를 보조하는 업무를 한 후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수수료을 받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캐디의 근무형태에 비추어 캐디인 위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근로자라고 할 수는 없으며, 또한 위 망인의 사인인 급성심부전증은 캐디로서의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이에 우선 위 망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근로자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항은 이 법에서 "근로자"라 함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14조는 이 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근로자라 함은 고용, 근로계약의 존부를 문제삼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지휘명령하에서 종속노동에 종사하고, 그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는 자를 말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갑 제5호증(근무상황표), 갑 제6호증(진술서), 갑 제9호증(캐디수첩), 갑 제10호증의 1,2(골프교본표지 및 내용), 을 제9호증의 1내지3(각 문답서)의 각 기재와 증인 의 증언 및 증인 의 일부증언(다만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 회사는 골프장인 위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면서 위 망인의 사망 당시 위 망인을 포함하여 경기를 보조하는 캐디 약 200명을 그 산하에 두고 있었던 한편 참가인 회사의 정식직원으로서 캐디마스터인 소외 으로 하여금 위 캐디들의 모집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 온 사실, 그에 따라 캐디마스터인 위 은 캐디관리책임자로서 골프장의 캐디가 부족하게 되면 캐디양성학원에 대하여 캐디알선을 의뢰하여 위 학원의 알선으로 찾아 온 캐디종사 희망자로부터 이력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케하여 신상명세를 파악하고 그 밖에 캐디로서의 자격을 심사하여 선발하는 방법으로 캐디를 모집하고, 일단 선발된 캐디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동안 경기보조업무에 대한 실무교육을 시킨 다음 정식캐디로 종사케 해 온 사실, 한편 그와 같이 캐디마스터인 위 에 의하여 선발되어 컨트리클럽에 소속하게 된 캐디들의 업무내용은 위 컨트리클럽에서 특정내장객과 한 조를 이루어 경기보조를 하면서 골프가방을 운반하고 내장객의 요구에 응하여 골프채를 꺼내 주며 숲속에 들어간 공을 찾거나 흙에 더럽혀진 공을 닦아 주는 한편 골프채를 휘두를 때 생기는 잔디파손부분을 손질하는 등 내장객이 하여야 할 일들을 대신하여 도와 주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대가로 경기종료 후 내장객이 주는 봉사료를 지급받도록 되어 있는데, 위 봉사료의 액수는 원칙적으로는 내장객이 임의로 정하나 참가인 회사의 방침에 의하여 대체로 일정한 액수로 정하여져 있고, 그 밖에 참가인 회사로부터는 어떤 명목의 임금이나 급료를 지급받지 아니하는 사실, 그런데 위 캐디들은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반드시 참가인 회사가 대여하는 유니폼을 입도록 되어 있으며, 캐디마스터로부터 각자 고유번호를 부여받고 그 번호순서에 의하여 경기보조업무를 할 시간대가 지정되고 그에 따라 출근시간이 정하여지는데, 경기시간대에 따라서는 새벽에 출근하여야 하는 때도 있고, 만일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출근 하지 않거나 무단 결근을 할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명문의 제재규정은 없지만 캐디마스터의 지시에 의하여 순번이 맨끝으로 되어 사실상 그 날의 경기보조업무를 할 수 없게 되고, 특히 내장객이 몰리는 휴일의 경우에는 일정기간동안 근무배치에서 제외됨으로써 수입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등 실질적으로는 상당한 제재를 받게 되는 사실, 한편 캐디관리책임자인 캐디마스터는 소속 캐디들을 40명 단위로 조를 짜고 각 조에서 1명의 조장을 선발토록 하여 그 조장을 통하여 소속 캐디들의 출근상황과 근무태도 등을 통제해 오고 있으며, 매주 1회 소속 캐디들에 대하여 캐디업무에 관한 교육을 해 온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증인 의 일부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 없는 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을 비롯한 참가인 회사 소속 캐디들은 참가인 회사의 직원인 캐디마스터에 의하여 선발 모집되고, 일정한 기간동안 참가인 회사로부터 캐디실무수습을 받은 다음 정식 캐디로 일하게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유니폼을 입어야 하도록 되어 있고, 캐디마스터에 의하여 지정된 번호순서에 따라 출근시간이 정하여 지며 새벽근무도 하여야 함은 물론 정하여진 출근시간을 어기거나 무단결근의 경우 캐디마스터로부터 실질적으로 근무정지 등의 상당한 제재를 받게 되는 한편 캐디마스터는 각 조의 조장을 통하여 소속 캐디들의 출근상황과 근무태도를 통제하고 있으며, 매주 1회 소속 캐디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등 여러사정에 비추어 보아 위 망인을 비롯한 참가인 회사 소속 캐디들은 참가인 회사의 지휘 감독하에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소속 캐디들이 경기보조업무 완료 후 골프장내장객으로부터 받는 봉사료는 내장객으로 하여금 그 지급이 의무화되어 있다고 보여지고 그 대체적인 액수 역시 참가인 회사의 방침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캐디의 노무 제공 대가를 참가인 회사 대신 내장객이 봉사료의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위임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참가인 회사와 소속 캐디들 사이의 종속적 노동관계 및 캐디가 받는 봉사료가 노무제공의 대가라고 보여지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피고보조참가인은 또한 골프장 캐디의 유래를 적시하면서 캐디는 처음부터 골프장 소속 근로자가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에서 캐디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캐디마스터를 통한 참가인 회사의 지휘 감독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서 참가인 회사로부터 독립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므로 전체적으로 보아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종속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며, 따라서 위 망인은 그 임금 지급의 형태 및 종속관계상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을 뿐 여전히 참가인 회사의 근로자라고 볼 것이다.)

(2)

다음에 위 망인의 사인인 급성심부전증이 위 망인의 업무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갑 제13호증(내과학)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망인은 생의 여자로서 위와 같이 1993. 9. 3.부터 위 컨트리클럽에서 경기보조원인 캐디로 근무하면서 위 골프장의 휴장일을 제외한 거의 매일 18홀의 경기보조업무를 1회 또는 2회 수행해 왔는바, 위 컨트리클럽의 18홀 거리는 약 7km로서 1회 라운딩하는데에 약 5시간이 소요되며, 위 경기보조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무게 약 10kg인 내장객의 골프백을 가지고 내장객을 따라 다니면서 일일이 골프채를 꺼내 주고 숲속에 들어간 공을 찾거나 흙에 더럽혀진 공을 닦아 주는 한편 골프채를 휘두를 때 생기는 잔디파손부분을 손질하여야 하는 등 그 업무량이 과중하여 육체적 피로가 누적될 뿐만 아니라 내장객이 편안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내장객 및 자신이 타인의 골프공에 맞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사실, 위 망인은 컨트리클럽의 캐디로 채용될 당시 특별한 병력 없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이었고, 캐디로 근무하면서도 특이한 증세를 보이지 않았는데, 위와 같이 캐디로 근무한 지 20여일이 지난 1993. 9. 29. 오전에 평소와 같이 내장객의 경기보조업무를 맡게 되어 18홀의 1회 라운딩이 거의 끝날 무렵인 11:30경 18홀 그린 부근에서 내장객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그 직후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후송 도중 사망에 이르렀는데, 사망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체부검결과, 심장에서 대동맥 및 좌우 관상동맥의 저형성 소견을 보이고 심근에서 국소적인 섬유의 소견을 보이는 한편 안검결막이 울혈이고 심혈이 암적색 유동성이며, 각 실질장기가 울혈상이고 일혈점을 보이는 등 급사할 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소견을 보이는 외에 다른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는 점등에 비추어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결과가 나온 사실, 의학적으로 급성심부전증은 고혈압 등 기존질병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하나 육체적, 정신적 과로로 인하여 갑자기 유발될 수도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평소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서 별다른 병력이 없던 위 망인이 육체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항상 긴장하여야 하는 캐디업무를 수행하다가 위와 같이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에 이르른 점에 비추어 보아 위 급성심부전증은 위 망인이 캐디업무를 수행하면서 누적되어 온 육체적 정신적 피로로 인하여 유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위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근로자로서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른 것이라 할 것이니,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와 달리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유족급여등 청구에 대하여 부지급결정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5. 8. 3.

판사 강봉수(재판장) 임숙경 주경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