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72,725,441원과 이에 대하여 2015. 10.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보세화물운송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1999. 10. 11.부터 2015. 9. 30.까지 피고의 보세화물운송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지입차량사용계약서, 위탁관리계약서가 작성되었다(약 1년마다 작성되었고 지입 사용료, 휴무일 등이 일부 변경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내용은 유사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14호증, 을 2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가 근로자인지 여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원고는 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원고가 수행한 보세화물운송업무는 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에 따라 수행한 것이다. 원고는 독립적인 사업자이고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판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을 1, 2, 4 내지 11호증의 기재, 증인 D의 증언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자신의 화물차량(차량번호 C)을 지입하고 사용하게 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서가 아닌 지입차량사용계약서와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 계약서에는 지입 사용료, 위탁관리비, 운행비용의 부담, 휴무일 횟수와 지정 방법 등이 정하여져 있다. 또한 계약서에는 원고가 운전종사원을 고용할 수 있다고 정하여져 있다.
원고는 1999. 10. 11. B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 후 지입료 등을 지급하였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입료 등을 받으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 원고는 지급받은 지입료 등을 사업소득으로 하여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고,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
피고는 화물차량 지입차주들과 달리 E, F은 이력서를 제출받아 심사하고 면접하여 채용하였다. 피고는 E, F과 연봉제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E, F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후 급여를 지급하였고, 그들을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과 학자금 지급규정은 채용과정을 통하여 채용된 직원에게 적용된다.
피고는 원고와 같이 지입차량사용계약서와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하고 운송업무를 수행한 기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갑 1, 3, 4, 5, 7, 8, 10, 11, 14호증의 기재, 증인 G의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나)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은 원고가 피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이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가 수행한 화물운송업무는 피고의 계획과 지시에 따라 정해졌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미리 운행 일정을 통보받았고 통보받은 대로 운행하였다. 원고는 목적지까지 화물을 운반한 후에 바로 퇴근하지 못하고 피고의 영업소(김포공항 또는 인천공항)에 복귀하여 미리 통보받은 운행 일정에 따라 다음 날 운송할 화물을 미리 신고 피고의 승인을 받아 퇴근하였다. 또한 피고는 차량에 설치한 GPS나 무전기, 휴대 전화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지정하거나 원고의 운행 여부를 감독하였다. 원고는 화물운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행료 등을 지출하면 영수증 등을 첨부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여 피고에 제출하였고, 피고는 지출결의서를 확인한 후 원고에게 통행료 등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비상사태 발생 시 조치사항', '차량 안전 점검 Check List' 등 매뉴얼을 만들어 원고에게 사고 발생 시 또는 차량 점검 시 따르도록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운행일지, 운행 전 일일 점검표 등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원고의 휴무일과 차량 안전 점검일은 피고에 의하여 정해졌다. 원고가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에게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원고의 출근지는 피고에 의하여 정해졌고, 원고는 피고에게 차량을 맡기고 퇴근하였다. 피고는 직원을 채용하여 원고의 휴무일과 원고가 근무하지 않는 야간에 원고 차량을 이용하여 운행업무를 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피고의 근무복을 입도록 하였고, 원고의 차량을 도색하여 피고의 상호가 보이도록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에 근무하였음을 증명한다는 경력증명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장기간 근무한 노력에 감사하다는 공로패를 주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매월 지입료 등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지입료는 기본급처럼 고정적으로 지급되었고[매년 인상되어 지급년도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2012년 358만 원, 2013년, 2014년 368만 원, 2015년 375만 원), 같은 년도에는 고정적으로 지급되었다], 통신비, 휴일차량사용료(피고가 휴일에 직원으로 하여금 원고 차량을 이용하여 화물운송업을 하도록 한 것에 대한 대가이다), 휴일운행보조금, 관리비가 고정적으로 지급되었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휴무일 외에 결근하면 1일 16만 원을 공제한 후 지입료 등을 지급하였다. 피고가 원고에게 이와 같이 지급한 돈은 원고가 운송한 화물량과 무관하게 지급되었다. 즉 원고는 운송한 화물량이 많거나 적어도 피고의 운행일정에 따라 운행하기만 하면 피고로부터 고정적인 지입료 등을 받았고, 화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른 손익은 피고에게 귀속된다.
피고는 위 (1), (2)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은 모두 원고와 체결한 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을 서로 이행한 것이거나 합의를 거친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는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므로 원고가 퇴직금을 구하는 것은 신뢰에 반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내용과 이에 대한 대가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원고와 피고의 계약 형식(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 계약 체결 당시 의사(피고는 물론 원고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 수령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에 따른 세금, 4대 보험의 처리(원고는 사업소득으로 종합소득세와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고, 피고는 사용자가 아님을 전제로 원고의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 등을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원고 개인이 화물운송을 고정적으로 위탁받기 어렵기 때문에 원고가 차량을 피고에게 지입하고 사용하게 하는 대가로 피고로부터 운송할 화물을 위탁받고 고정적인 대가를 받기로 한 계약 관계로 볼 수도 있다. 후자와 같이 볼 경우 원고의 퇴직금 청구가 당사자 사이의 신뢰 관계에 반하거나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던 청구로 신의칙이나 공평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4호, 제5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4조는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 규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강행규정이다(제1조).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피고는 화물차량 소유자들로부터 차량과 노동을 함께 제공받기 위하여 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약 20년간 자신의 영업을 해왔다. 원고를 비롯한 화물차량 소유자들은 피고와 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차량과 함께 노동을 제공하여 왔다. 이와 같은 계약 체결과 차량, 노동의 제공은 화물차량 소유자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비교적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계약의 형식을 임의로 정하여 근로기준법 규정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법상 보세운송업자이자 사용자인 피고는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화물차량 소유자들과 앞서 본 근로기준법 규정의 입법목적과 취지에 맞추어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피고가 화물차량 소유자들과 지입차량사용계약, 위탁관리계약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로부터 노동을 제공받아 왔더라도, 피고는 그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거나 적어도 예측하였어야 한다. 피고는 자신의 책임과 판단 하에 제공받은 노동을 활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용자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정한 계약의 형식을 따져 가면서 노동을 제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퇴직금 액수에 관하여
갑 12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퇴직 이전 3개월(2015. 7. 1. ~ 2015. 9. 30., 92일) 동안 원고에게 지급된 임금은 13,963,950원(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돈에서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지급된 돈을 제외)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원고의 퇴직금은 72,725,441원[= (13,963,950원 ÷ 92일) × 30 × (15 + 11 ÷ 12 + 20 ÷ 365), 원미만 올림]이다.
피고는, 원고와 2009. 11. 10. 지입계약을 해지하였다가 2010. 2. 26. 다시 지입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1999. 10. 11.부터 2009. 11. 10.까지의 퇴직금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2009. 11. 10.부터 2010. 2. 26.까지 피고에게 노동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1, 1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1999. 10. 11.부터 2015. 9. 30.까지 단절 없이 노동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지입차량을 통한 기여분(자본의 기여분)은 퇴직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공한 노동에서 차량지입을 통한 기여분을 제외하여야 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가려낼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72,725,441원과 이에 대하여 2015. 10. 15.(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이 지난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근로기준법이 정한 이율)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광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